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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을 Sep 29. 2021

탈레스, 서양 철학의 시작

#  철학의 시작아르케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 


1) 철학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철학은 동부 지중해에 위치한 밀레토스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터키의 남서해안 정도로, 그리스 지역에선 바다 건너 위치한 곳이다. 이곳은 그리스 본토인들이 만든 정착지 중 하나라고 한다. 이 지역에서 철학이 불시에 나온 건 아니다. 그들은 바다 무역을 하며 세상 문물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더하여 경제적인 여유도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서양 철학을 알기 위해선 먼저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를 알아야 한다. 그들은 통틀어 밀레토스 학파라고 불린다. 또는 지역 이름을 붙여 이오니아 학파라고도 일컫는다. 


2) 만물의 근본 재료(아르케)는 무엇일까? 


탈레스를 왜 최초의 철학자이자 서양 철학의 시작이라고 부를까? 탈레스는 서양 최초로 만물의 근본 재료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만물을 이루고 있는 근본 재료를, '아르케arche'라고 한다. 탈레스는 이 세상 만물의 근본 재료(아르케)는 물이라고 생각했다. 물로서 무엇이든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대나무도, 땅도, 돌도. 모두 물이 결합해 이루어졌다고 말이다. 물론 오늘날 시각에서 보면 설득력이 없는 주장임이 분명하다.   

 

중요한 점은, 탈레스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진 행위 그 자체에 중심을 뒀다는 것이다. 철학은 답보다 질문이 중요한 학문이며, 특정한 학문이라기보다는 세상을 대하는 자세나 태도라고 볼 수 있으니까.      

3) 여러 자연현상들에 대한 관점을 바꾼 철학자   


그런 의미에서 탈레스는 여러 자연현상들에 대해 납득할 만한 증명을 제시하려고 노력한 최초의 철학자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납득할 만한 설명을 제시했다. 그 이전, 옛사람들은 주술 같은 것에 의지했다. 예컨대 지진이 나면 그리스 사람들은 포세이돈이 노했다고 보며, 포세이돈에게 제사를 지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탈레스는 달랐다. 그는 어떤 사태의 사실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지진이란, 땅을 떠받친 물이 흔들리면서 생긴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밑엔 물이 있고, 그 물이 땅을 떠받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탈레스는 이렇게 자연현상을 해석하는 관점을 바꿨다.


탈레스

      

#   탈레스가 추구했던 재료’, ‘근본 원리는 오늘날에도 쓰일 수 있다 


서양사 최초의 철학자로 불리는 탈레스. 그의 철학 이론 중에 ‘아르케’는 오늘날에도 의미심장한 물음을 남긴다고 본다. 물론, ‘물’이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 재료라는 데에 동의한다는 말이 아니다. 


‘근본 재료’ 나는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오늘날. 사람 간의 만남에도 이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독서모임이라고 한다면, 그 모임의 구성 재료는 독서다. 기타 모임이라고 한다면, 그 모임을 이루는 근본 재료는 기타다. 너무 특정한 모임만 예를 들었나. 우리 모두가 했고, 하고 있고, 할 것인 연애도. 사랑이라는 재료를 토대로 만들어진다. 


모임이나 만남은 그렇게 정해진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진다. 그 모임이 지속되려면 그 ‘재료’가 빠져서는 안 된다. 독서모임에 독서가 빠지면, 더 이상 독서모임이 아니다. 기타 모임에 기타가 빠지면, 더 이상 기타 모임이 아니다. 연애에 사랑이 빠지면, 더 이상 연애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재료’가 빠진 모임이나 만남이 많다. 독서모임에 나가면 술만 잔뜩 마시려는 사람이 가끔 있다. 분명 독서로 이어진 인연이지만, 뒤풀이에서의 놀이가 우선이다. 그러다 보니 모임은 뒷전이다. 뒤풀이 시간에 맞추어 나온다. 그렇게 모임이 사라진다.


연애라고 했지만 사랑이 빠져있는 경우도 많다. 그들의 만남엔 ‘사랑’이라는 재료가 없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보이는 배려, 다정함, 책임감이 없다. 


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탈레스. 그는 이 재료가 세상의 근본 재료라고 했다. 그의 철학을 다른 식으로 풀면, 이 재료가 없으면 세상이 구성되지 않는다, 또는 사라진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현대에 이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 재료(아르케)가 물이고, 물이 없으면 세상이 구성되지 못한다는 말은 납득할 수 없다. 그러나, 탈레스에게는 그게 진실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구성하는 모임. 어울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이따금 자문한다. 이 모임, 만남에 ‘재료’가 빠지진 않았는지. 혹시나 곧 ‘독서모임’이라는 한 세계가 끝나가고 있진 않은지. ‘연애’라는 한 세계가 끝나가고 있진 않은지.   


#   더 읽을거리   


1) 탈레스의 제자 아낙시만드로스  


탈레스의 제자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탈레스의 제자 중엔 아낙시만드로스라는 분이 있다. 그는 스승의 의견을 답습하지 않았다. 그는 만물의 근본 재료는 물이 아닌, 무한자라고 생각했다. 전문 용어로, 아페이론이라고 부르는.


1_1) 왜? 아페이론인가? 


철학자들은 당연히 해야 할 진물들을 던지는 사람들이라고 한 철학과 교수님은 말했는데, 아낙시만드로스는,      

‘어떤 특정한 물질이 근본 물질이라면 그 반대의 물질이 나올 수 없다.’고 보았다. 즉 물에서 불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즉, 특정한 성질을 띠지 않는 ‘아페이론’이란 불특정 한 것이 아르케라고 생각했다. 그가 보기에 세상은 무한자에서 원소들이 갈라져 나와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었다. 



아낙시만드로스



2) 아낙시메네스! 공기라니요?   


아낙시만드로스의 의견도 수용하지 않은 철학자가 있다. 그의 친구 아낙시메네스다. 그는 만물의 근본 재료는 공기라고 생각했다.    


아낙시메네스는 고민했다. ‘물에서 물이 아닌 게 어떻게 나왔나? 무한자에서 특정한 것이 어떻게 나왔나?’ 그는 그러다, 물질이 어디서 생겨났는지보다는 어떻게 생겨나는지에 중심을 뒀다. 그는 그리고 아르케는 공기라고 생각했다. 공기는 밀도가 낮으면 불이 되고, 높으면 바람이 된다. 바람은 구름이 되고, 구름은 물을 뿌리고, 물은 흙이 된다며 말이다.   


아낙시메네스는 그렇게 선배들의 고민들을 검토하고 생각했다. 이 부분 또한 철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아낙시메네스


3) 밀레토스 철학자들을 기억하며   


세상에는 다양한 변화가 있다. 그러한 변화 속에 원리나 통일성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 최초의 인물들이, 밀레토스 철학자들이다. 이 세상의 원리를 찾아내는 것이 그들의 관심사였다. 그들은, 검토와 비판과 추론의 힘을 의지했던 사람들이다. 어떤 선입겹도 없이, 통념 거부, 주술도 아닌, 오직 인간의 지성만으로 이 모든 현상을 검토하고 궁극의 원리를 찾는 모험을 시작했다.    


그러니,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이 세 분을 먼저 기억하자.  

철학의 어원은 필로소피아  


철학의 어원은 Philosophia다. Philo는 ‘사랑하다’이고 Sophia는 지혜를 뜻한다. 즉, 철학은 지혜를 사랑한다는 라는 뜻이다. 밀레토스 학파를 서양 철학사 첫 장에 모시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들이 지혜를 사랑하는 과정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  참고  


(1) 참고 도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김재홍, 김주일, 주은영, 양호영, 강철웅, 김인곤, 이기백, 이정호(옮긴이), 아카넷

<소크라테스부터 포스트 모더니즘까지>, 새뮤얼 이녹 스텀프, 제임스 피저(저), 이광래 역, 열린책들

<러셀 서양철학사>, 버트런드 러셀(저), 서상복(역), 을유문화사


(2) 참고 강의  


오래된새질문: 그리스철학이야기

Kocw: 플라톤 철학, 가톨릭 대학교 이창우 교수님 (현재 삭제)

kocw: 서양철학의 전통, 가톨릭대학교 박승찬 교수님

Kmooc: 서양철학의 전통, 가톨릭대학교 박승찬 교수님


*이미지 출처: philosophybas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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