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리야
숙소에서 미네리야까지는 생각보다 얼마 안걸린다. 30분정도다. 다같이 입장료를 내고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별거없다. 그냥 도로가 없어져서 울퉁불퉁 흙탕길이었다. 그리고 조금 가니 코끼리 한마리가 보이기 시작하고 우리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지프를 덮고 있는 천막을 걷고 서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제 거대한 초원에 큰 호수가 나온다. 이름모를 주둥이가 길고 빨간 새때가 평화롭게 물가에서 놀고 있고 코끼리 무리도 풀을 뜯고 있다.
야생국립공원이라 동물들 가까이 가진 못하고 최대한 사진 찍을 수 있는 거리에 멈춰서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코끼리 무리들이 있는 곳들을 여기저기 돌며 사진을 찍고 이제 이정도면 됐다 싶으니 천둥번개랑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비를 조금 맞다 너무 많이 쏟아져 이제 지프에 천막을 다시 덮었다. 그리고 다시 비가 와서 더 울퉁불퉁해진 진흙탕 길을 돌아가는데 카메라를 떨어뜨려 렌즈 부분에 있는 카메라 미리수가 적혀있는 동그란 플라스틱이 떨어졌다. 다행히 그거 없이도 사진은 찍힌다. 옆에 있던 친구들이
"사진 찍는데 이상없으면 나중에 숙소가서 강력본드로 그냥 붙이면 돼 걱정마"
그렇게 투어를 마치고 다시 지프를 타고 숙소로 돌아간다. 돌아오는길에 문득 생각해보니 여권이랑 미국 달러가 들어있는 힙색을 침대위에 놔두고 왔다. 아침에 서둘러 나오느라 침대에 그냥 놔둔채로 와버렸다. 그게 없어지면 카메라 고장난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내 여행은 여기서 끝이다. 지금까지 겪은 스리랑카를 봤을때 별일은 없겠지만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프를 타고 숙소로 가는길이 왜 이렇게 멀기만 한지. 숙소로 가는길에 이 친구들이 말한다.
"슬슬 배고프지 않아? 숙소 가기전에 망고망고에 들러서 다같이 밥먹고 들어가자”
타들어 가는 내 마음도 모르고 우리는 망고망고에 내려 일단 밥을 먹기로 했다. 최대한 빨리 나오는걸로 시켜 얼른 먹고 다른 친구들이 다 먹길 기다렸다. 지금까지 서양 친구들이랑 다니면서 한번도 못느꼈는데 이 친구들은 먹을때 참 말이 많다. 한숟갈 떠먹고 말하고 또 한숟갈 떠먹고 말하고. 드디어 다들 밥을 다 먹고 이제 가는건가 하고 있으니 한 독일여자애가 말한다.
"나 디저트로 초콜렛 케익 먹을래"
그 옆에 남자친구는
"그럼 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하나 먹지 뭐"
또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드디어 긴 식사 시간이 끝나고 이번엔 디노와 헤닝이 말한다.
"숙소 가기전에 옆에 와인샵에서 맥주라도 좀 사가야 하지 않을까"
너네들까지 왜 그러는거니. 그렇게 또 다같이 맥주를 사고 툭툭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나는 내 방으로 뛰어갔다. 다행이다. 힙색이 그대로 있다. 여권도 지갑도 그대로 있다. 역시 스리랑카다. 이제야 안심이 되서 여유롭게 샤워를 하고 친구들이 모여있는 테이블로 가서 맥주 한잔했다. 그리고 강력본드를 빌려 떨어진 플라스틱을 렌즈에 붙였다. 삐뚤어지지 않게 꽤 잘 붙인거 같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를 켜보니 카메라 렌즈가 안나온다. 원래 카메라를 켜면 렌즈가 앞으로 쭈우욱 나와야하는데 그대로다. 그리고 스크린엔
‘렌즈를 인식할수 없습니다'
라고 뜬다. 몇번을 다시 시도해봐도 그대로다. 본드가 렌즈와 렌즈가 나오는 입구에 좀 흘러 붙어버렸나보다. 망했다. 아직 여행은 한참 남았는데. 옆에 친구들이랑 뾰족한 걸로 붙은 본드를 제거하려고 아무리 쑤셔봐도 그대로다. 아무리 새로산 폰에 카메라가 좋아도 카메라는 못따라간다.
내일은 카메라 수리 하는 곳에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