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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n 24. 2021

카메라 고치기

콜롬보

피곤하지만 오늘 또 이동해야한다. 하루라도 빨리 카메라를 고쳐야 한다. 모레 아침일찍 비행기라 오늘과 내일 밖에 시간이 없다. 최대한 오늘 콜롬보에 일찍 도착해서 카메라 수리를 맡겨야 한다. 그리고 디노와 헤닝도 오늘 트리코말리로 이동한다. 이 친구들은 밤 늦게까지 영화도 보고 디노는 요즘 폰게임에 빠져서 더 늦게까지 안자서 늦게 일어난다. 어제 이 친구들이 말했다.
 

"넬리야 너 아침에 갈 때 우리가 안 일어났으면 꼭 깨워서 적어도 '바이' 정도는 말하고 헤어지자. 꼭 깨워줘 알았지?"
 

그래서 짐을 다 싸고 나와 8시반부터 문을 노크하고 이름도 부르고 벨도 눌러보고 했지만 아무 답이없다. 완전 푹 잠들었나보다. 어쩔수 없지 하고 메시지를 보내놓고 9시 반쯤 나왔다. 다행히 버스 정류장에 콜롬보로 가는 버스가 바로 있다. 얼른 올라타서 운전사 아저씨 옆에 배낭을 올려 놓고 맨 앞자리에 앉았다. 콜롬보까지는 네시간. 네시간 동안 폰도 없이 음악도 없이 책도 없이 그냥 멍하게 이런저런 생각하며 밖에 풍경도 감상하고 그렇게 간다. 한국이었다면 네 시간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버스에 앉아있으라고 하면 지루해서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이제 스리랑카에 완전히 적응했나보다. 


지루한지도 모르게 어느덧 콜롬보에 가까워졌는지 도로에 엄청나게 많은 차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캔디에 갔을때와는 상대도 안된다. 역시 기사 아저씨는 미친듯한 경적소리를 내며 신들린 운전으로 중앙선을 넘어 요리조리 차들을 추월하며 가기 시작한다. 2시쯤 안되서 콜롬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여기서 로컬 버스타고 숙소로 가면 되지만 또 언제 그걸 기다리며 날씨는 덥고 얼른 카메라도 고쳐야 해서 그냥 툭툭을 잡아 타고 숙소로 갔다. 어차피 스리랑카 루피가 엄청나게 많이 남았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카메라를 고치러 가야 하지만 오랜만에 맛보는 에어컨 맛에 또 잠깐 누워있었다. 
 

정신차리고 카메라를 들고 숙소에 카메라 고치는 곳을 물어보니 검색해준다.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다. 툭툭을 타도 되지만 이정도는 그냥 걷기로 했다. 열심히 땀 흘리며 도착한 조그만 로컬 카메라 수리집. 과연 이걸 고칠 수 있을까 의심이 될 정도지만 어쩔 수 없다. 여기 말고는 이제 방법이 없다. 
 


"여기 앞에 부분이 떨어져서 강력본드로 붙였더니 그게 렌즈에 붙어서 안떨어져요. 이거 분해해서 본드를 닦아주면 될거 같은데 할 수 있어요?"
 

나는 카메라를 보여주며 최대한 자세히 상황 설명을 했다. 
 

"이거 할 수는 있는데 내일이랑 모레가 스리랑카 최대의 휴일이라 이틀동안 여기 문닫아서 3일 후쯤이나 될꺼 같은데 괜찮아요?"
 

난 기겁하며 말했다.
 

"안돼요. 모레 아침 일찍 비행기라 그럼 오늘안에 해주실수 없어요?"
 

아저씨는 카메라를 살펴보며 말했다.
 

"그럼 여기 6시 반에 문닫는데 6시까지 한번 와봐요. 오늘 급행으로 하는거라 요금은 좀 더 나와서 8000루피에요"
 

8000루피라니. 스리랑카 돈 많이 남았다고 좋아했던 내가 가지고 있던 돈이 7000루핀데. 어쩔 수 없다. 이게 최선의 방법이다. 과연 진짜 두시간후에 고쳐져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오케이 하고 나왔다. 은행은 4시까지라 다 문을 닫아 환전도 못하고 이번 여행 처음으로 ATM에서 돈을 뽑았다. 그냥 넉넉하게 뽑았다. 그리고 배가 고파 좀 비싸지만 KFC로 가 징거버거 세트를 시켜 먹었다. 오랜만에 도시에 왔으니 즐기기로 했다. 그리고 세련되 보이는 카페로 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먹었다. 한국에서 맨날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여기에는 잘 없다. 


그렇게 시간을 좀 보내고 다시 카메라 수리집으로 갔다. 아직 덜 됐다고 20분 정도 더 기다리란다. 돈까지 다 뽑아왔는데 불안해진다. 15분쯤 지나니 수리점 안쪽에서 다른 아저씨가 내 카메라를 들고 나온다.
 

"한번 테스트 해봐요"
 

엇. 이제 카메라 전원을 켜니 렌즈가 튀어 나온다. 고쳤다. 기뻐하며 8000루피를 내니 아저씨가 영수증을 써주면서
 

"우리 가게는 6개월 동안 무료 워런티 서비스가 있어요. 쓰다가 또 고장나면 와요"
 

나는 웃으며
 

"한국에서 쓰다 고장나면 스리랑카까지 또 고치러 와야 하나요"
 

아저씨도 웃으며 스리랑카 꼭 다시 오란다.
 

콜롬보에 온 목적을 달성했으니 숙소로 가 푹 쉬었다. 모레 아침 일찍 비행기라 이제 내일은 공항 근처에 있는 숙소로 옮겨 하루 있다 몰디브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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