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이상하게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오늘도 5시 반에 또 눈을 떴다. 9일 동안 같은 시간에 눈을 뜬 게 컸나 보다. 마카오에 가고 싶은 생각은 크게 없었지만 홍콩까지 왔는데 가봐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숙소에 가만히 있어 봤자 아무것도 안 할 것을 알아서 눈뜬 김에 밖으로 나왔다. 맥도날드로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시켜서 들고 지하철을 타고 페리 터미널로 가서 티켓을 끊었다. 8시 배다. 막상 마카오로 가려고 하니 아무 정보도 없다. 급하게 이것저것 찾아봤지만 딱히 확 끌리는 곳은 없다. 말 그대로 여기까지 온 김에 한번 가보는 거다.
홍콩에서 마카오까지는 배로 한 시간정도 거리다. 마카오 섬에 가까워질수록 데이터가 안 터지기 시작하더니 해외 로밍으로 바뀐다. 일단 다른 나라이긴 한 것 같다. 배에서 내려 입국 심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성 바울 성당 유적지가 제일 먼저 나와서 일단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버스를 탔는데 옥토퍼스 카드가 안된다. 신용카드로 찍는 곳도 없다. 허겁지겁 지갑에 있는 홍콩 동전을 냈다. 아직 동전 개념이 익숙하지 않아서 6달러만 내면 되는데 10달러를 내버렸다. 일단 버스 타는 것에 성공했음에 안도하며 자리로 가 앉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마카오 시내는 홍콩과 또 다른 느낌이다. 덩치가 크고 화려한 호텔과 카지노가 보이고 포르투갈 풍으로 보이는 오래된 건물들이 조화롭게 서 있다. 버스에서 내려 구글지도를 보며 성 바울 성당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나타나는 예쁜 색깔의 담벼락과 오래된 중국 건물들을 사진 찍으며 즐겁게 걸었다. 도착한 성 바울 성당에는 역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멀리서 인증샷만 찍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배고파서 빵도 하나 사먹었다.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발 닿는 대로 계속 걸었다. 인스타 스토리에 마카오에 왔다고 올린 것을 보고 정우가 연락이 와서 세나도 광장에 있는 굴국수를 추천해준다. 지도를 보며 세나도 광장으로 가서 무이 굴국수를 먹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인가보다. 한국어 메뉴도 있고 계산도 카카오페이로 했다.
이제 충분한 것 같다. 다시 페리 터미널까지는 걸어서 40분 정도라고 나온다. 마지막으로 마카오를 구경할 겸 걸어서 갔다. 다시 배를 타고 홍콩으로 왔다. 숙소로 가니 토마스가 오늘 밤에 친구들과 경마장에 갈건데 어떠냐고 물어본다. 한국에서도 가본적이 없는 경마장. 도저히 안 땅긴다.
침대에 누워 푹 쉬다 홍콩에서의 마지막 저녁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다 밖으로 나가 여기저기 둘러봤다. 어제 갔던 치킨 커리라이스 집으로 가서 새로운 메뉴 토마토 비프 누들과 맥주를 시켜 맛있게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맥주 네캔들이를 사와서 숙소에서 쉬었다. 마지막 밤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제 홍콩은 충분하다. 내일은 태국이다. 새로운 경험을 하러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