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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태국으로

방콕

by nelly park


자고 싶을 때까지 푹 자고 일어났지만 눈을 떠보니 8시쯤이다. 침대에서 뒹굴 거리다 배가 고파서 전에 먹었던 미국식 홍콩의 아침을 먹으러 갔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홍콩을 떠나기 전 꼭 다시 한번 먹고 싶었다. 전에 먹었던 것과 다른 메뉴를 시켰다. 빵과 햄과 계란과 스테이크가 있는 메뉴를 시켰다. 역시나 이 집은 계란이 너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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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숙소로 돌아와 어제 남은 맥주와 함께 해가 잘 드는 창가 자리에 앉아 일기를 썼다. 옆에는 어제 밤에 체크인을 한 일본인 남자 미츠가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일기를 쓰다 미츠와 대화를 하게 되었다. 둘 다 큰 계획이 없어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어차피 미츠도 체크아웃하고 침사추이로 가야한대서 둘 다 짐을 싸서 나왔다. 이왕 가는 김에 MTR말고 낭만있게 페리를 타고 가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페리를 타고 내려 다시 MTR로 갈아타고 두 정거장가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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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는 다음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나는 짐만 맡겼다. 사실 나도 홍콩의 중심인 침사추이에 숙소를 잡고 싶었는데 마땅한 가격의 숙소가 없었다. 미츠의 숙소는 커즈웨이베이의 숙소와 가격도 얼마 차이 안 나는데 훨씬 좋아 보였다. 알고 보니 미츠는 아고다 앱으로 찾아본 거였다. 나도 다음에 숙소를 찾아볼 땐 부킹닷컴과 아고다 둘 다 찾아보고 비교해봐야겠다. 미츠가 전에 먹어보고 맛있어서 꼭 다시 가고 싶다는 식당에 데려가 주기로 했다.


열심히 지도를 보며 찾아간 곳은 오리와 거위가 걸려있는 덮밥 집이었다. 미츠가 먹는 걸 따라 시켰다. 음식이 나오고 미츠는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먹었지만 솔직히 나는 그냥 그랬다. 맛이 없었다기 보다는 우리는 취향이 좀 다른 것 같다. 그리고 가고 싶었던 디저트 가게가 있다며 같이 가자고 해서 갔다. 미쉘린 스티커가 10개나 붙어있고 사람도 많았다. 팥빙수 비슷한 거에 얼음은 없는 그런 디저트였는데 여기도 그냥 그랬다. 미츠도 조금 실망했는지 5점 만점에 2.5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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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커피 한잔 마시고 헤어지기로 하고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서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미츠의 숙소로 가서 짐을 찾아 작별인사를 하고 공항으로 가는 MTR을 탔다. 센트럴 (Central) 역에서 갈아타는데 옥토퍼스 카드에 잔액이 모자라 충전을 했다. 최대한 남은 홍콩 달러를 다 쓰자 생각을 했었는데 잘 됐다. 이제 30달러 정도만 남기고 다 썼다. 7시 5분 비행기였지만 한시간 연착돼서 8시 5분이란다. 체크인을 하고 입국수속까지 너무 빨리 끝났다. 게이트로 가서 그동안 못 봤던 유투브를 보며 멍하게 기다렸다. 3시간을 그렇게 기다리고 탑승을 했다. 지금까지 비행기를 많이 타봤지만 인생에서 가장 안 좋은 자리에 배정받았다. 비행기 맨 끝자리의 중간자리에 또 중간에 앉았지만 너무 피곤해서 앉자마자 잠들었다. 그리고 2시간 25분 비행인 데도 기내식을 준다. 얼른 먹고 다시 잠들었다 깨니 이제 방콕 도착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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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뒷자리 중간에 앉아서 맨 마지막으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다행히 입국심사 줄이 길지 않아서 금방 끝나고 짐도 금방 나와서 찾았다. 밖으로 나가서 일단 목이 말라 맥주 한 캔을 사먹었다. 같이 심카드를 사고 택시를 타고 람부뜨리에 예약해 놓은 숙소로 갔다.


새벽 3시쯤이다. 이 시간의 람부뜨리 거리는 조용하다. 아직 파티가 끝나지 않은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가게들은 문을 닫았거나 불이 꺼져 있다. 람부뜨리 거리의 한복판에 있는 람부뜨리 하우스로 들어갔다. 마당에 불은 다 꺼져 있고 야간 당직인 듯한 직원분이 나를 맞아준다. 나 때문에 못 자고 있었던 것 같아 괜히 미안하다. 체크인을 하고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작지만 깨끗하고 에어컨이 있는 방이다. 피곤하고 졸리지만 기념은 하고 자야겠다. 방에 짐을 놔두고 편의점에 맥주를 사러 갔는데 안 파는 시간이다. 그래서 어디 술 파는데 없나 돌아다니다 발견한 식당에서 싱하라이트 두 병에 120바트 하길래 사서 숙소로 들어와서 한잔하고 잤다. 싱하라이트는 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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