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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돈돈, 돈타령하며 언제까지 누워만 있을텐가!

by 기리니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돈’이다. 20대 초반엔 최저 시급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며 박봉의 막내 작가 시절을 버텼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인생 최고 페이를 찍은 15년 차 방송작가가 되자 돈 걱정은 더 늘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자 과거에 비해 돈 들어갈 곳이 훨씬 늘었다. 아기 용품, 식비에 드는 돈도 만만치 않고, 맞벌이인 나 대신 아기를 봐주는 친정엄마에게 육아 돌봄비도 드려야 한다.


그래도 아껴서 살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프리랜서 방송작가는 운이 나쁘면 당장 내일이라도 일이 사라질 수 있는 시한부 노동자다. 개편으로 제작진이 교체되거나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날엔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는 신세. 어린 연차면 갈만한 프로그램이라도 많으니 다행이지만, 10년 차 이상의 작가가 되면 그 자리는 훨씬 적다. 어디든 위로 갈수록 자리가 적어지는 건 방송국도 마찬가지기 때문.


3개월 뒤, 나는 높은 확률로 실직자가 될 예정이다. 상반기에 프로그램 개편을 하며 새 피디가 오기로 했고, 이 뉴 피디가 새 작가팀을 꾸릴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런 소문이 돌면 대부분 팩트이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지금부터 실직에 대비하는 것 뿐. 당분간 기약 없이 외벌이 신세가 될텐데, 세 가족의 돈 살림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계획하는 게 급선무다.


머리로는 뭘 해야 하는지 다 알겠는데 도통 실행이 안 된다. 실직은 미래의 일이고 어쨌든 현재는 육아와 일을 해야 하는 워킹맘.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쉴 새 없이 움직여도 일이 끊이지 않는다. 매일 돌아가야 하는 빨래, 탄단지를 고루 갖춰 만들어놔야 하는 아기 밥, 하루라도 놓치면 전쟁터가 되는 집 청소는 디폴트고, 내 한 몸 씻고 입히고, 치열한 방송국에서 매일 안달복달하며 섭외하고 인터뷰하고 대본 쓰고 블라블라 등등등 24시간이 모자라...


보통 밤 12시면 아기도 자고 남편도 자고 내 일들도 마무리되니, 이 때부턴 ‘잠’과 맞바꾼 잠시의 자유가 주어지긴 한다. 찰나지만 이런 시간에 돈 계획도 좀 세우고, 요즘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다 한다는 블로그나 브런치 부업에 대해서도 좀 알아보고, 책도 좀 읽고 그러면 참 좋으련만..! 소파에 드러누워 잠시 지인들 인스타 구경을 하다 보면 갑자기 이 릴스 저 릴스가 뜨고, 그럼 또 1시간은 훌쩍 지나있다. 이렇게 남는 것 없는 SNS 탐방을 마치면 이젠 정말 자야 할 시간이다. 차라리 일찍 자서 부족한 잠이라도 충전할 걸, 매일 이 생각을 하며 정말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꼴까닥 잔다.


매일 바쁘게 살지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내 직업의 미래가 막막하고, 앞으로 해내야 할 딸래미 뒷바라지를 떠올리면 버겁다.


그런데, 이토록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았으면 앞으로의 미래는 조금 낙관적으로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장밋빛 미래까진 아니더라도 열심히만 살면 먹고 살 걱정은 없다는 확신은 가질 수 있어야 하잖아!

KakaoTalk_20250207_183048991.jpg 해가 지는 시간, 집에 있으면 제일 바쁠 때다. 아기 밥 주고 씻기고 재우기까지 해야 하는 노동 집약 타임...!


성실하게 살았음에도 돈 걱정이 계속되니, 뭔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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