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차 주니어의 삶과 커리어에 대한 치열한 고민
다음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은 요즘.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조직 문화, 자율성과 유연함, 가치, 리더십, 동료에 대한 만족감은 높으나 내가 하고 있는 일, ‘직무’에 대한 만족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어 커리어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주로 담당하는 일은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이다. 큰 단위의 프로그램과 세부 내용들을 기획하고 그것을 실행하며 결과를 보는 과정이 적성과도 맞고 꼼꼼하고 디테일을 잘 챙기는 나의 강점과도 잘 맞는다. 하지만 대상과 목표가 정해져 있는 교육 프로그램 특성상 큰 틀에서는 기획운영 일이 어느 정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비슷한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은 ‘판을 깔아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비즈니스를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문제를 주도적으로 정의하고 해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현재 다니는 회사가 중간지원조직이고, 팀에서 하는 일의 성격도 누군가를 ‘지원’하는 일이기 때문에 해볼 수 있는 일과 만들 수 있는 임팩트에 한계가 있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는 일에 진심이기 때문에 일을 통해 얻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중요하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조직에서 일을 계속한다고 생각했을 때 앞으로의 나의 커리어가 기대되거나 더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지 않았다.
조직과 팀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내가 정말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 더 내가 진심으로 즐겁게 임할 수 있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한 지난 2년간 ‘이 일이 정말 나에게 맞는 일일까?’라는 고민을 했지만 ’아직 경험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해보고 판단하자 ‘고 미뤄왔던 것 같다. 하지만 꽉 찬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는 ‘교육 기획/운영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맞지만 계속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곳에서 계속 일을 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 두려워 그저 현재에 안주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고 다양한 채용 사이트에서 공고를 살펴보는데 ‘이거다’ 싶은 공고도, ‘나랑 핏이 맞다’ 싶은 공고도 없었다. 커리어 시장에서 내가 과연 경쟁력이 있는 사람일까라는 불안과 의심만 커져갔다.
‘이직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을 때 ‘어느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라는 사람들의 질문에 뚜렷이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강하지만 ‘그래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은 스스로에게도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민에 고민을 이어가던 중 ‘다음 커리어로 어떤 것을 선택하지?’라는 고민에 앞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지?’라는 생각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삶의 방향성’. 이 또한 매우 추상적이지만 큰 틀의 방향성을 세우고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과 당장 다음만을 바라보며 결정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변화’이다.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일이 나에게 의미 있고 만족감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인 ‘교육’도 누군가의 변화를 만드는 일은 맞지만 지난 2년간 경험해 본 결과 교육을 통해 변화를 만드는 일은 앞으로 내가 계속 가져가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프로그램, 서비스, 제품, 커뮤니티 등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이 아래와 같은 변화를 경험하면 좋겠다.
내 몸을 어떻게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 알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
삶에서 원하는 것들을 이루기 위한 작은 습관을 설계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그것에 따라 덜 중요한 것은 덜어내고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것
금융 문맹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각자의 경제적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
현재 나의 관심사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굉장히 맞닿아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만들기 위한 서비스 혹은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회사를 창업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뾰족한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에 궁극적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어떻게 사업을 하고, 수익을 만들고, 가치를 만드는지를 경험해 보고 싶다.
그래서 당장 다음 커리어는 어떤 산업 군의 회사에서, 어떤 직무로 일을 해나가야 할지 여전히 모호하다. 하지만 다음 커리어를 선택함에 있어서 ‘이 회사가, 내가 할 일이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yes!”라고 답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리어 고민을 하며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하고 막막한 시간이지만, 이 시간을 통해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싶은지를 고민할 수 있는 너무나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시간을 통해서 나에 대해, 삶에서 중요한 가치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알아가고 더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