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낳듯 몸에서 새순 잎사귀를 낳는 초록이

by 홍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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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잎사귀가 힘이 쭉 빠지면서 무슨 높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익어가는 벼 알갱이 마냥 고개를 푹 숙이기 시작하길래 아직 완전히 고꾸라지기 전에 살려볼까하고 따뜻한 방으로 옮겼다가 다시 햇볕 앞으로 가져다놨다 그 무거운 화분을 애지중지 살폈다. 결국 가야할 것은 가야만 하는가보다. 나이 들어 근육 빠진 몸뚱아리 마냥 잎사귀가 흐물흐물 얇아졌다. 그제야 잘라내면 또 새 잎사귀가 나올 거라며 시드는 잎사귀에 미련둘 것 없다는 듯 시크하게 지침을 내리던 엄마의 말대로 가위로 누렇게 변한 히마리없는 잎사귀를 똑 잘랐다.


며칠을 그렇게 있더니만, 새 잎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떤 식으로 새 잎이 돋으려는지 전혀 조금도 1도 예상하지 못했던 화초 무식 덕인지 내 눈에 그 모습은 어메이징이다. 수명을 다 한 잎사귀 줄기에서 그 몸통을 가르며 나오다니! 짐짓 잔인한 듯 하면서도 신비롭다. 몸에서 태아를 꺼내는 방식은 포유류의 전유물이 아닌 듯하다.


태아를 받는 산파처럼 죽은 줄기 배를 가르고 나온 새 잎사귀를 만져보었다. 두툼한 느낌이 새 생명의 강한 기운을 내뿜는 듯하다. 훈풍이 일면, 나가자. 저 바깥으로, 깊고 넓은(화분보다는) 마당으로. 며칠만 지나면, 봄이다.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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