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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진 May 08. 2020

미니멀의 시작은 '나'를 알아간다는 것

집안에 이 많은 물건들을 이고지고 있었다니

아이가 일곱살이 되고 제대로 된 방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생각에 집정리를 시작했다. 예전에는 하더라도 조금 하다 미루고 다시 채워넣기 바빴는데 7년정도를 살고서야 우리집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과도 같았다.



집은 지금의 내 상태를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다 했다.

어째서인지 예전에는 모든 물건이 내 눈에 보이는 게 좋았다. 소품처럼 책도 그득 쌓여있고 접시도 수납장 보단 보이는 공간에 쌓아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게 좋았다.



옷은 달마다 사입는 걸 좋아하고 뜯지도 않은 옷이 넘쳐나고 사고 나면 나와 어울리지 않아 결국 돈만 버리는 일이 잦았다.



이걸 보면 이것도 이쁘고 저것도 보면 저것도 이쁘고 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들 중에 정작 나에게 어울리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다. 그걸 고르는 안목이 나에게 없었다.



예전에 읽은 책에서 안목은 끊임없이 좋은 것만보고 느끼며 키우는 감각이라 했다. 하지만 예쁜것을 보고 무엇을 빼고 취할지를 모르는 이상 결국 그것들이 나에게 모이면 곧 조잡해지고 말았다.



예뻐서 고르기가 어려운 것들, 하지만 점점 나를 알아가는 기로에 서면 리스트는 줄어들고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나쁜 게 아니라 진정 비울줄 아는 시점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나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언인지 안다. 아무리 예쁜것을 봐도 지금 내가 가진 것들과 어우러지는지 파악이 된다. 비워도 홀가분함에 기분이 좋다.

점점 나의 취향으로 채워지고 거기서 더이상 쓸데없는 소비는 하지 않는다.



옷장을 몇 년동안 비우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정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 비웠다는 생각. 그리고 더는 채우지 않겠다는 다짐. 과소비의 반성



전에는 비우고나면 비웠으니 채우자는 식이었다. 사용하지 않는 살림살이들, 청소하기 귀찮을 정도로 바닥에 널린 소품들. 미니멀리스트 관련 책을 읽으면 얼마나 홀가분 한지 느껴진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오히려 자잘한 물건들 보다 괜찮은 물건 한 개를 둔다는 말이 자극이 되어 다시 괜찮은 물건을 찾고 사들이는 자잘한 물건은 아까워 치우지 못하는 상황들도 발생했다.



나만의 기준이 없었고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확실히 몰랐다. 그것을 알아가면서 차츰 알게되는 것이 결국 나를 알게 되면 미니멀리스트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확실히 잘 아는 것, 그 속에서 나를 위한 안목을 키우는 것, 그리고 차분히 정리하고 비워서 군더더기 없이 살아가는 것. 나를 알아가는 기쁨속에 자연스럽게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예뻐보이려고 애쓰지도 않고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되는 정말 우리 가족을 위한 공간, 그리고 우리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방식이 되고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말해주는 지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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