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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한 해는 어땠나요?

남김없이 불태웠다, 미련 없이 사랑했다.


남김없이 불태웠다.

미련 없이 사랑했다.



얼마 남지 않은 올 한 해에 대한 두 줄 정리를 하자면 이러하다.



삶에 쉼표 하나 제대로 찍지 못할 만큼 열심히 살았는데

정작 그에 대한 정성스러운 기록은 하나도 남기지 못했다.



결국 끝까지 바쁜 채로 정신없이 한 해가 끝나게 될 것만 같아

겨우 여유를 갖고 조용한 방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동안 살며 시간이 아쉽고 간절한 적은 그다지 없었는데

아이를 낳으면서......

오롯이 나 혼자만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도 고팠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새벽 기상은

어느덧 나의 습관이 되었고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며

나의 아침은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

올 한 해에는 꽤 많은 것들을 이루었다.



나의 2021년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지난 1년의 시간을 글로써 잡아둔다.



<한 발 앞선 부모는 인공지능을 공부한다> 책 원고 완성

교육력 제고 (미래교육) 유공교원 가산점 부여 대상 합격

융합인재교육 수업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

AI융합교육 수업지도안 공모전 수상

한국창의과학재단 ESD 실천 연구 지원단 15차시 수업 개발

서울특별시 교육청 교육혁신과 AI 진로 교재 제작 8차시 수업 개발

강서 양천 교육지원청 AI융합교육 기초과정 중등 직무연수

강서 양천 교육지원청 신나는 AI융합교육 첫걸음 떼기 초등 직무연수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AI 융합 전공 석사과정 

<초등학생이 밝힌다 IT 업계의 성차별 핫 IT슈> 그림책 원고 완성

삼성 주니어 SW 아카데미 온라인 교사 연수 등 58시간의 인공지능 교육 관련 연수

초등 1급 정교사 자격 연수 119시간

피트니스 센터 등록 후 운동

50권 독서

살림, 육아




정말이지 남김없이 불태웠다.

물론 때로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힘들 때도 피곤할 때도

내가 이런 고생을 왜 사서 하고 있나

내년부턴 이러지 말아야지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그보단 매일 아침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내는 모습에

행복했던 순간이 더욱 많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우리 반 아이들이었다.



3월 첫날 ‘반가워 선물’로 아이들을 맞이한 것을 시작으로

아이들과 참으로 많은 것들을 했다.



- 천연물감을 이용한 배틀그라운드

- 아동 인권 보호 뮤비 제작

- 즐거운 원격수업을 위한 학급 놀이 개발

- 급식실 문화 개선 캠페인

- IT의 성차별 해결 

- 아침 클래식 듣기

- 한 달 한 권 온 작품 읽기

- 일주일 한 번 글쓰기 공책 

- 배움 공책 

- 사회 공책 

- 인공지능&코딩&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  

- 학급 신문 만들기

- 계절별 교실 꾸미기

- 학급 장기 자랑하기

- 손 편지 건네기

-학급 선물

- 우리 반 편의점



이렇게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한 만큼



그에 비례하여 나에게 애정을 보여주고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행복이라는 단어가 절로 입 밖에 나왔다.


" 선생님을 만나기 전엔 제가 이렇게 잘하는 게 많은 줄 몰랐어요.

선생님 덕에 제가 막 대단한 사람이 된 느낌이에요."


" 선생님 계실 땐 선생님이랑 급식실에 오래 있고 싶어서

급식 2번씩 먹는데 어제는 선생님이 학교에 안 오셔서

한 번만 먹고 그냥 일찍 갔어요."


" 선생님이랑 선생님 아기 주려고 000이랑 목도리 뜨고 있어요."


"선생님 생각나서 지하철 타고 발산역까지 가서 네임 스티커 뽑아왔어요.

거기가 예쁘거든요."


"선생님이랑 4:30까지 학교에 있을래요."


"선생님 오늘 선생님이랑 방과 후 수업 못해요? 슬퍼요."




이런 사랑을 내가 어디에서 또 받을 수 있을까.



마음의 문을 닫고 친구, 선생님과 소통을 거부하던 아이가

점점 마음의 문을 열고 친구들과 격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볼 때



턱을 괴고 엎드려 수업이라곤 도통 관심에도 없던 아이가

언젠가부터 책을 펴고 수업을 듣기 시작할 때

그것도 모자라 한 페이지를 꽉 채워 사회 공책을 써 왔을 때



선생님은 다 좋은데 숙제가 많다고 불평하면서도

그 힘든 과제들을 결국 완성해 하루도 빠짐없이 제출할 때…….


학교에서의 하루하루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의 연속이었다.



이런 아이들이 있었기에 나 또한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미련 없이 사랑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 기쁘다.



나는 교사여서 진심으로 행복하다.

아이들과 부대끼고

아이들을 위해 나의 에너지를 쓸 수 있어서

그리고 내가 가진 무언가를 아이들을 위해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런 의미로

내년에도 나는 열심히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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