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수업 설계하기
교사가 된 이후 나는 줄곧 미래교육에 관심을 가져왔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미래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히 수업을 준비할 때도 지금 사회의 트렌드, 미래 사회 전망에 대한 글이나 논문을 많이 읽게 된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공부하다 보니 이제 나의 교육 철학도 정리가 되었다.
바로 ‘실생활 문제 해결 + 사회공헌 + 행복추구’이다.
학급 이름도 ‘세상을 바꾸는 아이들’이라고 정해 매년 기수 체제로 운영할 예정이다.
나의 교육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디자인씽킹, ESG, 행복교육에 매우 공감이 가서 올해는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올 방학 읽은 책들은 바로 아래의 책들.
<학교를 위한 디자인 씽킹>은 책을 위해 작성된 원고라기 보단 스탠퍼드의 디자인 교육 기관인 디스쿨, 스탠퍼드 산하의 교육 연구 기관 REDlab의 연구원들이 학술지에 실은 내용이나 보고서 형태로 작성한 글을 묶은 것이다. 두껍기도 엄청 두껍고 가뜩이나 딱딱한 글에 번역서이다 보니 진짜 읽기가 쉽지 않았다.
디자인 씽킹의 핵심은 사용자의 입장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에 기반하여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 씽킹에선 반드시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토타입 제작 과정을 거친다. 프로토타입 제작에는 AI, VR/AR 등을 이용할 수도 있고 목공, 전기‧전자, 3D펜, 3D 프린터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사실 이는 내가 그동안 아이들과 진행한 프로젝트 수업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디자인 씽킹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용자의 입장에 대한 진짜 공감이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진정으로 사용자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는지 공감하는 방법에 대해 좀 더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당장 생각나는 학급 활동으로는 작년에도 계속 해왔던 ‘아침 책 읽기’가 있는데 같은 책을 읽고도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보다 책에 대해 공감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지 이에 대한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진짜 생생한 공감을 할 수 있도록 현장을 견학하는 수업을 계획해보려 한다. 예를 들어 ‘탄소 절감’과 관련한 수업을 설계한다고 하면 직접 현장을 보고 고통받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현장에 나가 학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디자인 씽킹과 관련하여 내가 더욱더 공부해야 할 부분은 바로 메이커 수업이다.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에 아무래도 내가 다룰 수 있는 도구들이 많으면 학생들에게도 그만큼 줄 수 있는 게 많아질 것이다. 올 해에는 3D 프린터 사용법을 꼭 자세히 배워보고 싶다.
한편 요즘 ESG가 단연 화두이기도 하고, 실생활 문제 해결이 사회공헌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나의 교육 철학에도 부합해 ESG에도 많은 관심이 생겼다. 작년 ESD 실천 연구지원단에 소속돼 수업을 개발하기도 했는데, 작년에 개발한 ‘IT 성차별’ 수업은 그림책을 제작해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한 한 국회의원실에서 연락을 주셨다. 아이들과 2월에 국회에서 수업 발표회를 하고 국회에도 직접 방문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오마이뉴스>에 우리 학급 활동에 대한 기사를 실었는데 이 기사를 보고 다른 기자 분께도 연락이 와 대선 후보에게 정책을 제안하는 글을 쓰게 되기도 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99831
이렇게 아이들과 했던 활동이 사회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데 진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ESD 수업을 제대로 개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관련 책을 골라 읽어보았다.
<ESG 혁명이 온다>는 진짜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니…’ 하는 마음에 행복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던 책이다. 매 페이지를 거의 다 접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 페이지 한 페이지의 모든 내용이 버릴 것이 없었다.
사용자의 입장에 진심으로 공감해서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고 그것이 또 사회 공헌으로까지 이어지는 수업들로 2022년 수업을 채워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몇 개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ESG 혁명이 온다>를 읽고 학생들과 아주 재미있게 할 만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샘솟았다. 벌써부터 수업할 생각에 마음이 들뜰 정도다.
마지막으로 내년 학급 경영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싶은 부분이 바로 행복과 관련한 것이다. 실생활 문제 해결, 사회공헌도 좋지만 결국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또한 위와 같은 수업에 잘 따라오려면 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행복을 고려한 활동들을 곳곳에 배치해야 한다. 아이들을 혹사시키기만 해서는 결코 교육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작년의 경우 아이들의 행복을 우정과 연결하여, 친구들과의 우정 속에서 행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계획했었다. 올해도 행복교육은 우정을 기반으로 설계할 것이다. 그 외에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야겠다.
이렇게 2022년 교육활동에 대한 틀도 머릿속에 그려지고 어떤 세부 사항들을 좀 더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2022년에는 어떤 친구들을 만나 또 어떤 학급을 이뤄 어떤 추억들을 쌓게 될지 벌써 기대가 된다.
그런데... 내년에 6학년 못하게 되면... 어쩌지?....
행운을 빌어본다!!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