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

아이디어 발상의 비밀

by Leo

“늘 해오던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깨달음, 그것이 바로 창의력이다.”

- 루돌프 플레쉬 (Rudolf Flesch)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떤 문제가 주어지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게 일어날 때(이것이 필요조건이다), 어느 순간 그 문제의 핵심이 정확하게 인지된다. 이 순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식과 경험이 순간적으로 변형되면서,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이 생각난다.



인간의 뇌의 활동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과정이나 결과가 ‘기억’이나 ‘분석’ 혹은 ‘사고’와도 전혀 다른 두뇌 활동이다. 이것이 필자의 개인 경험이다. 한두 번이 아니다. 수천 번 수만 번의 아이디어가 이 과정을 거쳐서 나왔다. 실로 수십 년에 걸친 경험인 것이다.




나의 아이디어로 엉키는 순간, 자기화



아이디어에 대한 우리의 잘못은 생각이 넓어야 할 때에 생각의 깊이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발상할 때에는 넓게 생각해야 한다. 넓고도 얕게 생각해야 한다. 생각이 무조건 깊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충분한 가능성을 찾아야 할 때 하나의 생각에 빠져 버리면, 우리는 나머지 모든 가능성을 잃어버린다. 그 가능성은 우리 뇌의 저 깊은 기억 속으로 숨어버린다. 넓은 생각과 깊은 생각은 종류가 다르다. 동시에 넓고도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한다면, 시간 차를 두고서 넓었다가 깊었다가 하면 된다.



아이디어를 건지는 것은, 넓은 개울물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과 같다. 넓은 쪽에서 물고기를 좁은 방향으로 몰아가서, 좁고 깊은 목에서 물고기를 잡아낸다.


넓은 곳에서 모이는 고기들은 최초의 아이디어들이다. 그 아이디어들 중에서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다운 아이디어들이 건져질 수 있다. 그 과정을 필자는 ‘아이디어의 전환’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나 비슷한 사례에서, 현재의 문제에 맞는 것으로 바꾸어 낸다는 것이다. 적합할 용어일지 모르나 아이디어의 ‘자기화’ 과정이라고 해도 좋다. 비슷한 사례에서 핵심 부분을 뽑아내고, 변형하여 자신이 현재 직면한 문제에 맞추어 내는 과정이다.



자신의 초기 아이디어들 중에서 더욱 다듬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이 전환 혹은 자기화의 과정이 잘못 이해되면, 마치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copycat)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장 흡사한 사례가, 금세기 최고의 창의력의 천재, ‘스티브 잡스’ 일 것이다.



2015년의 ‘대니 보일’이 감독하고,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한 영화 ‘스티브 잡스’의 한 장면이다.



“네가 하는 게 뭔 데. 너는 엔지니어도 아니고, 디자이너도 아니고. 망치질도 못하고. 회로 기판은 내가 만든 것이지. 그래픽 인터페이스는 훔친 거지. 그런데 어떻게 해서, 하루에도 열 번씩, 스티브 잡스는 천재라는 글을 보게 될까? 네가 하는 게 뭔 데?”



라고, 개인용 컴퓨터를 개발하는 엔지니어가 묻는 장면이 나온다. 화면 상의 처리는 묻고 답하는 연속 영상이지만, 아마 당시 애플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개발자들의 마음을 대변한 영상일 것이다. 이어서, ‘스티브 잡스’가 답을 한다.


“연주자들은 자기 악기를 연주하고, 나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지.”



‘스티브 잡스’는 이미 문제에 락인(lock-in)이 되어 있다. 머릿속에서는 계속 아이디어가 나오고, 변형이 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들도 입력이 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로 전환된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로 ‘자기화’되는 것이다.



스티브의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카피하는 것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사례들 중에서, 쉴 사이없이 변형되면서, 자기의 아이디어로 전환되는 과정인 것이다.



많은 증언에 의하면,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사람들, 특히 그와 함께 일했던 애플의 사람들은 기억한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함부로 가져간 것이라고. 그럴까? 아니면, 필자가 보는 ‘아이디어의 자기화’일까? '내 것도 내 것이고, 네 것도 내 것이다'가 되는 것이 아이디어인 것 같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간에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도 자신의 경험의 일부가 된다. 어떤 과정이든, 모든 재료들이 뒤섞여서, 자신의 머릿속에서 자신의 것으로 재 탄생되면, 새로운 자신의 아이디어가 된다.





아이디어가 섹스할 때



섹스란 물리적으로 정갈할 수가 없다. 인간이 아니라 그 어떤 동물의 섹스라도. 이때만큼은 인간도 동물의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흥분에 온몸이 전율하고 오로지 한 가지 정점으로 치닫는다.



아이디어가 돌출할 때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어쩌면 희대의 아이디어는 정숙한 소녀의 머릿속에서는 잉태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느 정도 세상 물정을 먹은 나이 든 창부의 머릿속이 더욱 적합할지도 모른다.



깨끗한 카페는 남녀가 데이트하기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아이디어가 출현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카페라도 이리저리 흩트려져 있어야 마음이 편안하고, 적당한 소음이 있어야 오히려 우리들의 머릿속은 집중된다. 아이디어는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 같다. 맑고 정갈한 물에서 연꽃은 피지 못하듯이 아이디어는 어쩌면 적당히 어지러운 곳 이라야, 섹스하는 분위기 라야 아이디어도 서로가 결합하는 것이 아닐까?



역설적이게도 외부 환경이 지저분해야 머릿속은 정리가 된다. 외부가 정돈되어 있고 질서 정연하면 우리의 두뇌는 오히려 정리를 못하는 것 같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치솟아서 새로운 논문 작성에 몰두하는 어느 박사의 방이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열심히 공부하는 그래서 수많은 아이디어로 새로운 논문에 도전하는 활발한 학자의 방은 지저분하기 그지없다. 물론 지저분한 방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아이디어 넘치는 논문을 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만난 학자들 중에서 논문을 활발히 쓰는 사람들의 연구실은 거의 예외 없이 지저분했다.



카페가 혁신에 기여한 이유가 있다. 술 대신 카페인이 든 커피를 마신다. 사람들이 서로 모여서 아이디어를 섞을 수 있었다. 새로운 생각은 뇌 안에서 신호를 건네는 신경세포의 새로운 네트워크의 설정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주변의 조그만 것에서 힌트를 얻는다. 모든 아이디어가 나의 경험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서 보다 신선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순간, 다양한 기억의 조각과 개념들이 부딪친다. 생각들이 충돌하고 튕겨 나가는 분위기. 카페가 그런 환경을 제공하기에 적합하다면, 그런 카페는 혁신에 기여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내 안의 개념들이 뒤엉킬 때, 혹은 내 안의 개념과 다른 사람들의 개념들이 서로 뒤엉킬 때 튀어나온다. 확실하다.





전략적 직관이 아이디어이다



컬럼비아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교수로 있는 ‘월리암 더간’이 주장하는 ‘전략적 직관’이 필자가 발견한 가장 멋진 아이디어에 대한 해석이다. 더간 교수는 전공이 경영학이고, 자신의 주전공을 살려서 경영전략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전략 연구를 많이 하다 보니,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보게 되었고, 최신의 뇌 과학 연구로부터 아이디어를 훔쳐와서(그는 스티브 잡스도 빌 게이츠도 아이디어를 훔쳐온 도둑으로 거침없이 표현한다) ‘전략적 직관’이라는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그가 그의 책에서 주장하는 ‘좋은 아이디어(flash of insight)’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정의가 필자가 주장하는 ‘아이디어’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좋은 아이디어’는 느닷없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러면, 이것이 어떤 동물적인 감각, 즉 ‘육감’ 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그건 아니다. 육감은 어떤 느낌에 가깝지만, 이것은 두뇌의 활동인 ‘생각’에 가까운 것이다. 그래서, 육감(the sixth sense)과 구분하여 제7의 감각(the seventh sense)이라고 한다.



느닷없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찾아오는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다. 느리다. 천천히 찾아온다. 그것도 평소의 환경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아닐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처음에는 논리적인 사고와 정 반대로 배치되는 듯하다.



한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풍부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가지는 통찰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그것은 ‘전문가 직관’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이 ‘전문가 직관’이 작동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막연한 듯 하지만, 이 ‘좋은 아이디어’는 분명하게 현실을 다루고 확실히 존재한다.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감이 좀 잡히는가? 더간 교수도 자신의 ‘전략적 직관’을 ‘토마스 쿤’이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설명한 저 유명한 ‘패러다임’의 전환과 흡사하다고 설명한다. 쿤은 주로 과학계에서의 획기적인 발견에 대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언급했다. 더간 교수는 이것을 좀 더 일반적인 영역으로 끌고 내려온다.



패러다임은 일종의 구부러진 길이다. 구부러진 길은 한쪽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길이다. 구부러지기 전까지는 직선의 길이다. 다시 미래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구부러져서 시작된다. 미래의 길도 직선의 길이다. 묘하게 구부러진 지점에서는 과거의 길도 보이고, 미래의 길도 보이는 지점이 있다. 바로 그 지점이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순간이다.



과학에서는 이 지점을 ‘패러다임’이라고 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것이 바로 ‘비즈니스 모델’이다. 예술에서는 이것이 바로 전혀 새로운 ‘스타일’이 되는 것이다. 영역 별로 각기 다르게 불리어지는 이 생각의 과정 혹은 사고의 결과를 더간 교수는 ‘전략적 직관’이라고 했다. 필자는 이것이 바로 ‘아이디어’로 정의하고 싶은 것이다. 더욱 정확히 표현하자면, ‘아이디어의 발상’이 된다.




아이디어로 접근하라



모든 것이 아이디어로 시작되어야 한다. 사업 아이템을 골몰하는 사업가가 사업 아이템에 대한 획기적인 아이디어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다. 일자리 창출을 고민하는 정책 입안자가 무작정 덤벼드는 것은 국가 예산의 낭비일 뿐이다.


무수한 가설과 실험 속에서 탄생되는 과학적 발견은, 획기적인 가설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다면 평생의 시간을 다 바쳐도 이루어질 수 없다.



전력이 우세한 쪽이 이기는 것이 전쟁에서의 기본이다. 약한 전력을 가진 쪽이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탁월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탁월한 그 전략이, 바로 아이디어이다. 이 아이디어 발상과 실현의 비밀을 탐험해 보는 것이 필자의 관심 분야이다. 그 탐험의 과정과 결과를 이 글에서 표현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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