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푼 만큼 다시 받는다
"donation, 도네이션, 돈네이션, 돈을 내니깐 기부"
학창 시절 연상 암기법으로 외웠던 단어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학창 시절엔 돈을 내는 단순한 발상으로 기부를 접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 땐 선생님이 나눠준 씰을 샀고, TV를 보며 눈물을 훔치시는 어머니 옆에서 전화기를 눌러 천 원씩 기부했던 기억이 있다.
어릴 적 고사리 손으로 전화기를 눌러 천 원씩 기부하게 했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는지 크지는 않지만 나름 기부를 하려 노력한다.
공돈_노력의 대가로 생긴 돈이 아닌, 거저 생긴 돈
"공돈이 생기면 베풀어야 하고, 베푼 만큼 다시 받는다"라는 생각을 미신처럼 믿고 있다.
군 복무를 하면서 모 기업 면접을 봤다. 면접을 가게 되면 교통비 면목으로 소정의 돈을 주는 기업들이 있는데 감사하게도 별 수고스러운 발걸음을 하지 않았지만 돈을 받게 됐다.
생각하기에 따라 면접을 본 자체가 수고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내가 한 노력에 비해 거저 생긴 돈으로 느껴졌다.
축구를 할 때 공을 받고, 헤드업(고개를 드는 것)을 하지 않으면 경기 흐름을 알 수 없다.
막 경기에 투입돼 공을 받은 군인 취준생은 하루하루 쫓기며 살았지만, 하루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고 싶었다.
그렇게 네이버 해피빈을 들어가 평소에 관심 있던 카테고리에 들어갔다. 큰돈은 아니지만 작은 모래가 모여 성을 이루길 희망하면서 마음을 전달했다. 그렇게 1차 면접, 2차 면접 교통비는 모래성을 이루는데 보탬이 되었다.
"베푼 만큼 다시 받는다"는 미신이 확신이 될 때, 운 좋게 면접을 봤던 기업의 최종합격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크라우드 펀딩
소대원으로 인연을 맺은 J군은 동생이지만 본받을 점이 많은 친구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퍼거슨 감독의 명언도 있지만 SNS는 이제 뗄 수 없는 소통의 창구로 자리 잡았다.
J군의 전역과 타지로 옮겨버린 소대장의 끊어진 인연은 그렇게 SNS를 통해 다시 연락이 닿았다.
J군은 기부사업을 하고 있다. 소정의 크라우드 펀딩이나 운동을 통한 기부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내 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쌀을 기부하는 형식이다.
J군의 SNS로 올라온 크라우드 펀딩 게시글을 보고, 물통을 산 게 내 첫 크라우드 펀딩 경험이다.
나름 질도 좋았다. 돈만 기부하는 게 아닌 나에게도 무엇인가 남으면서도 타인에게 쌀이 주어진다니 흥미로운 기부 방식이었다. 그렇게 내 방에는 연필, 스티커, 수건이 쌓이고 있다.
엊그제 카드 유효기간 만료로 재발급을 받았다. 카드 재발급 이후 갑작스레 자동결제 문제로 적십자에서 전화 한 통이 왔다. 소위 때 등록했던 적십자 자동결제 건을 잊고 살다 수년만에 알게 됐다. 많지 않은 돈이라 유지하게 됐는데 적십자에서 보내준 문자 한 통이 서향(書香)을 남겼다.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 뿌릴 때 나에게도 몇 방울 묻기 때문이다."
아직 행복의 정의를 찾지 못했지만 한걸음 행복의 조건을 찾는데 다가간 것 같다.
행복은 내가 도움 준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 - 혜민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