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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얼 Jul 08. 2022

에르만-폴:희소식

반고흐미술관 소장 에르만폴 판화

Becomes a Grandmother (Devient grand-mère)


Dairywoman (La crémière)

1898, Hermann-Paul (1864 - 1940)

lithograph in three colours on wove paper, 39 cm x 28.6 cm
Van Gogh Museum, Amsterdam (Vincent van Gogh Foundation)



집에 버터와 치즈와 크림이 도착했다. 

기한임박할인으로 싸게 산 마스카포네 크림을 

오늘 만날 수 있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선물했다. 


그들이 이번 주말에 치즈와 과일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어.



그의 석판화 <라 끄레미에르>, 

그물 같은 무늬가 들어간 종이에 겹쳐진 연하고 보드라운 빛깔들은

너무도 사랑스럽고 포근해서... 

나는 이 그림도 촉촉한 식빵 사이에 얇게 썬 치즈와 포개서, 

혹은 갓 토스터에서 꺼낸 바삭한 번에 버터와 함께 발라서,

눈을 감고 크게 베어물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Becomes a Grandmother (Devient grand-mère)

1895, Hermann-Paul (1864 - 1940)

zincograph in black on China paper, 44 cm x 34 cm
Van Gogh Museum, Amsterdam



제목을 보기 전, 이 그림을 보고 한 생각은...

'죽음이 저렇게 찾아오면 좋겠다.'

반듯하게 차려 입고, 선물을 들고, 얼굴을 가린 채 문을 노크해주었으면. 


그러나 이 그림의 제목은 '조모가 되다'였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손주를 만나러 방문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기쁘고 설레는 장면인데, 

왜 나는 아름답고 불길한 것을 읽었을까. 

고민할 것도 없이, 

너무 쉽게 '톤'에 생각을 맡겨버리기 때문이다. 

관찰은 힘이 드니까.


하지만 이 그림에서 '기대감'을 읽어냈으니 

매일 그림을 만나는 일이 매일의 쪽지시험이라면, 

기본점수는 달라고 떼를 써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정말로 죽음은 저렇게 찾아왔으면 좋겠다. 


주말은... 주말은 상관없어.

벌거벗고 와도 괜찮아, 빈손으로 와도 괜찮아,

내 허락도 없이 소파에 신발을 신고 누워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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