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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May 28. 2024

해외살이 귀국 후 서울 한달살이

꽃이 만발한 4월

    

2024.1.15.~3.14까지 두 달간 해외살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작년까지는 서울에서 살다가 가끔 외국을 나갔는데 금년부터는 해외 살다가 가끔 한국으로 들어온다. 향후 몇 년간 국내에는 서너 달만 체류하고 대부분의 기간은 해외여행 또는 해외살이를 할 예정이다.   

  

두 달간 해외살이 하면서 집을 사용하지 않았어도 관리비를 꼬박꼬박 내야 했다. 한국에 서너 달만 있고 나머지는 집을 비워놓고 있는데 집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꽤 많은 여행 유튜버들이 한국에 있는 집을 처분하고 부부가 장기간 해외를 여행하며 잠시 귀국하면 부모님 집에서 지내거나 제주 등지에서 한달살이를 하다가 다시 외국으로 나간다.       


나 역시 향후 5년간은 해외생활 위주인데 굳이 집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고민이다. 집에는 직장 생활할 때 입었던 옷들과 과거 취미였던 배드민턴, 자전거, 골프, 테니스 의류와 신발 등이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꼭 필요한 옷과 보관해야 할 물품만 고른다면 큰 가방 몇 개면 충분할 것이다. 실버타운에 살고 있는 시니어들의 경우 짐을 모두 정리하고 10평 남짓한 방과 거실에 단출하게 살면서도 만족해한다. 왜 그리 많은 짐에 억눌러 살았는지 모르겠다며 미니멀 라이프를 칭송한다. 혼자 몇 년 살아보니 꼭 필요한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보존이 필요한 약간의 물품만 어딘가 보관해 놓고 집을 없애 버릴까 생각 중이다. 몇 년 후 다시 한국에 정착할 시기가 되면 그때 살고 싶은 지역에 거처를 마련하면 될 일이다.     


차도 문제이다. 해외에서 두 달간 살다 오니 차 배터리가 방전 직전이다. 겨우 시동이 걸린다. 한달살이 돌아오면 배터리 충전하느라 할 일없이 동네를 빙빙 돌고 먼지 자욱한 차를 세차하고 다시 지하 주차장에 넣어둔다. 퇴직 후에는 차 쓸 일이 거의 없다. 지하철 무료 카드가 나온 이후에는 웬만하면 지하철로 다닌다. 바쁜 일도 별로 없고 걷는 것이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다. 거의 쓰지도 않는 차를 위해서 보험과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집을 처분하면서 차도 함께 처분할 생각이다.    

  

한국에 오면 며칠간은 바쁘다. 서울에 도착한 날 사우나에 가서 목욕, 이발을 하고 집청소와 세차를 한다. 카톡 대화를 이어왔던 몇 명의 친구와 가족을 만나고 병원에 다녀오면 특별한 일이 없다. 이후는 해외살이와 동일한 일과가 시작된다. 한국에 계속 살고 있다면 각종 동호회에 참석해서 취미활동을 하고 주민센터, 헬스장에 등록해서 규칙적인 운동을 하겠으나 잠시 들어온 한국에서는 루틴으로 할 일이 없다. 외국에서 한달살이 하는 것과 유사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쿠알라룸푸르나 냐짱에서의 루틴이 그대로 적용된다. 아침식사 후 카페에 출근하여 노트북과 놀고 오후 퇴근하여 한두 시간 운동 후 식당에서 식사하는 루틴이다.   

  

다른 점이라면 서울에서는 여행을 자주 한다. 일주일에 3일 정도 여행카페에서 가는 등산, 트래킹, 여행을 즐긴다. 몇 박씩 하는 여행도 있고 버스로 이동하여 당일 돌아오는 트래킹도 있으며 지하철역에서 만나 북한산을 비롯한 서울주변의 산을 오르거나 둘레길을 도는 코스도 있다. 카페 운영자들은 새로운 코스를 개발하여 매번 색다른 곳으로 안내한다. 계절마다 변하는 한국의 산야는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답다. 알프스나 히말라야는 멀리서 보기에는 멋있고 신비롭지만 산속으로 들어가 트래킹 하는 것은 한국의 산야가 최고이다. 시원한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울창한 나무사이로 난 아기자기한 산길을 걷다 보면 행복호르몬이 저절로 품어 나온다.    

이천백사 산수유 3.23

3월 중순 귀국하니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남쪽부터 꽃소식이 들려온다. 여행카페에서 가는 버스투어로 산수유 축제를 갔다. 이천 백사 산수유 축제에 가서 한창 피어나는 산수유 숲을 둘러보고 주변 신륵사와 세종대왕릉 그리고 여주 황학산 수목원을 걷고 귀경했다. 신륵사와 세종대왕릉은 이미 수차례 다녀와서 특별한 느낌은 없었으나 황학상 수목원은 처음이다. 지자체마다 수목원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좋은 휴식처를 만들어 놓았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수목원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임을 느끼게 해주는 대표적인 시설이다.     

진해 군항제 벚꽃 3.30

3월 말이 되면서 남쪽에서부터 벚꽃소식이 들려온다.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벚꽃소식이 일주일쯤 늦어졌다. 지자체마다 벚꽃 축제를 광고하였지만 축제날 벚꽃이 안 피어 곤혹스러워했다. 3월 말 진해군항제 카페여행을 갔다. 출발 전날까지만 해도 벚꽃이 피지 않았는데 도착하니 만개하고 있었다. 경화역과 진해 여좌천 주변의 아름다운 벚꽃길을 걸으면서 봄을 만끽한 후 부산으로 가서 자갈치 시장에서 싱싱한 회를 즐겼다. 부산에서 1박 후 경주 보문단지로 가서 막 피어나는 벚꽃들과 경주 유적지를 둘러보고 서울로 돌아왔다. 

춘천 공지천 벚꽃 4.8

4월 첫 주말에는 강릉에 1박 하면서 경포호 주변 벚꽃과 춘천댐과 공지천에서 만개한 벚꽃을 원 없이 즐겼다.   

 남산 야생화 공원 4.13

4월 한 달은 꽃 세상이다. 산수유, 목련,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차례로 피고 지며 이어서 철쭉, 귀룽나무, 조팝나무, 황매화, 명자나무, 박태기 나무에서 꽃이 피어나고 이곳저곳에서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피어난다. 작년겨울 벌거숭이가 되었던 나무들이 4월과 함께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여 4월 중순이 되면 연녹색의 싱그러운 잎으로 온 산을 뒤덮는다.

 4.16일 출발하는 중앙아시아 배낭여행 전까지 집뒤의 남산을 구석구석 걸으면서 만개한 꽃과 싱그러운 연녹색의 산야를 만끽했다.     


한국에 머물 때 버스여행을 자주 가는 것은, 외국에서 나 홀로 한달살이 하면서 대화에 대한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혼자 카페에서 글 쓰고 유튜브 보면서 공부하는 것도 즐겁긴 하지만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어울리고 떠들고 싶을 때가 있다. 아름다운 산야를 걷는 것만도 즐거운 일이지만 카페회원들과 어울려 함께 걷고 하산 후 막걸리를 마시며 저마다의 여행경험을 나누는 즐거움이 특별하다. 여행 때마다 자그마한 에피소드가 생기고 사소한 경험들이 나중 글 쓰는데 도움이 된다. 버스여행 할 때마다 사진을 열심히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여 나중을 대비한다.     


여행하지 않는 날은 아침식사 후 노트북을 백팩에 넣고 카페로 출근하여 오후 다섯 시쯤 퇴근한다. 집 주변에 새로 오픈한 스타벅스에 가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노트북을 켜니 지난달 냐짱에서의 일과와 같다. 평일에도 아침부터 노트북을 펴놓고 작업하는 사람이 꽤 있다.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이 많긴 하지만 머리 희끗한 5060도 보인다. 남녀 5060들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는 모습은 몇 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든 광경이다. 사회변화 속도가 정말 빠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외국살이 할 때는 카페 글쓰기에 집중이 잘 되었는데 한국에서는 머리가 산만하고 집중이 안된다. 쿠알라룸푸르와 냐짱에서는 한 달에 7개씩의 브런치글을 올렸는데 한국에 와서는 한 달간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여행을 자주 다녀서 글 쓸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카페에 노트북을 펴놓고도 글쓰기보다는 뉴스검색이나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글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날짜는 지나가는데 남는 게 없으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브런치에 글이 하나씩 늘어가면 내가 세운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뿌듯함이 있는데, 즐겁긴 하지만 남는 게 없는 것은 시간만 죽이고 있는 것 같아 불편하다.      


가끔 영화도 보고 박물관 특별 전시회도 가고 지인들과 당구도 치면서 서울살이를 즐기지만 마음 한구석은 새로운 여행에 대한 갈증으로 답답하다. 나의 타고난 방랑벽 때문인지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진다. 여행카페에서 가는 버스여행 정도로는 갈증해소가 되지 않는다. 해외 한달살이나 해외여행에서 느꼈던 강렬한 느낌과 설렘이 없다. 다음 여행지인 중앙아시아 배낭여행 출발일이 기다려진다.      


중앙아시아 여행은 여행카페에서 배낭여행 형식으로 진행하며 4.16~5.18까지 33일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크스탄을 여행한다.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트래킹 위주이고  우즈베크스탄은 유적지를 탐방할 계획이다. 해외 한달살이를 하다가 뜬금없이 배낭여행을 하는 것은 여행 관련 글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여행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3.14일 두 달간의 해외살이를 마치고 귀국 후 한 달간의 서울생활을 쓴 글이며 5.18일 33일간의 중앙아시아 여행을 마치고 뒤늦게 완성하여 브런치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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