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만난 꿈과 열정이 있는 사람들.
얼마 전, 한국인들의 삶에서 직장생활 최대 콤플렉스가 연봉이라는 뉴스 기사를 보았다. 직장인들의 90%가 넘는 많은 사람들이 연봉이 낮아서 위축된 경험이 있으며 대부분 또래 친구들의 연봉이 자신보다 높을 때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이러한 뉴스 기사를 보며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프랑스에서 삶과 참 다름을 조심스럽게 느껴보기 시작하게 되었다.
프랑스에 오기 전, 유럽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있었다.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이기에, 어쩌면 그 잘 산다는 의미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고 혼자 착각을 했었다. 막상 프랑스에 도착해서 공부를 하고 직장을 구해보면서 생각보다 적은 연봉 금액에 놀랐던 것이 사실이다. 이곳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미국, 인도, 영국, 호주 등에서 온 다른 친구들 역시 나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적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본인들의 삶을 최대한으로 즐기며 살아가는 이곳 프랑스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물가가 높기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주중 직장일을 끝내고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서 친구들과 와인과 저녁식사를 즐기는 모습과 1년에 30일 이상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삶을 보며 과연 저들의 적은 연봉으로 모든 것을 누리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이 먼저 들었다. 왜냐하면 큰 금액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비싼 레스토랑과 여행을 다닌다는 것은 조금은 '사치스러운 삶'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의 내 삶의 순간들을 희생하면서 수십 년간 행복을 뒤로 미루는 삶이 우리에게는 익숙한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지금 내가 버는 돈의 일정 금액은 무조건 저축을 하고 미래의 행복을 준비하는 우리와 달리 이곳 프랑스 사람들은 내가 버는 돈은 '지금의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게' 쓰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래서 저축에 대한 일반적인 강박과 기대가 없기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많은 금액의 연봉은 아니지만 지금의 내 삶을 즐길 수 있는 데는 충분한 금액인 것이었다.
지금의 내 주위에는 이렇게 내 삶을 최대한으로 즐기며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사회에서 정해둔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내가 잘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본인의 직업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대기업에 다니지 않아도 바로 내가 원하는 일이기에,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한 분야의 전문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 돈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고 그것을 꾸준히 하다 보니 나만의 직업이 되어 충분한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돈도 벌 수 있게 되었다. 평범해 보이지 않지만 자유롭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그들 모습이 흥미롭고 멋져 보였다.
파리에서 가장 비싼 5성급 호텔에서부터 맛있는 디저트가 유명한 동네 빵집까지,
이 맛있는 모든 음식들을 내가 공짜로 먹을 수 있다면?
친구 조아나(Johanna)는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 사진과 그것을 담아내는 이야기를 개인 블로그에 포스팅하다 음식 관련 잡지사에 일하게 되었고, 본업 외에 인스타그램으로 또 다른 직업을 찾게 되었다. 약 2만 명이 가까운 사람들이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찾고 있고 파리 시내 맛집 전도사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덕분에 파리 시내 곳곳의 온갖 종류의 레스토랑, 베이커리, 길거리 상점 등에서 그녀를 초대하여 본인들 음식을 직접 시음하고 이를 홍보해 달라는 요청이 끊이질 않는다. 하루에도 여러 군데 음식점을 방문할 때가 있고 모양도 맛도 좋은 디저트들을 매일 먹기에 조금씩 살이 찌고 있다는데. 그래도 맛있는 음식이 좋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음에 더 행복하다는 그녀의 삶이 참 멋지다.
보석감정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주얼리를 만들어 내는 귀금속공예 전문가
세상에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반지와 목걸이가 있다는 것을 상상해 보았는가?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 주는 친구가 바로 당신 곁에 있다면? 처음 맥스(Max)의 직업을 듣고 과연 남자의 손에서 정교하고 세심한 보석 공예가 탄생하는 것이 상상되기가 어려웠다. 맥스는 레바논 출신의 본인 아버지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사업을 어릴 때부터 물려받아 지금의 보석 공예 전문가가 되었다. 직접 보석 감정과 제품 디자인을 하고 3D 프린터를 이용해 실제 결과물을 얻어낸다. 이 모든 작업을 파리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약 6평 규모의 본인 오피스에서 진행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을 연구하고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현대 기술을 도입하면서 계속해서 본인만의 전문성을 발전시켜 나간다. 이러한 그의 열정 가득한 삶이 그의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8살 티비 속에서 만난 스타를 좋아하게 된 인연이
지금의 베스트셀러 작가, 다큐멘터리 감독, 이벤트 담당자의 삶으로 연결고리가 되다.
누군가의 열정적인 팬이 되어 살아본 적이 있는가? 10대 어릴 적, 티비 속 가수나 연예인을 좋아하며 당시 그들의 콘서트와 관련 서적, 잡지들을 모으며 따랐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유행을 타던 그 시절 잠깐이 지나고 다시 누군가의 팬이 되어본 기억이 없다. 이런 나와 달리 리차드(Richard)는 8살 우연히 티비에서 본 마이클잭슨의 춤과 노래에 빠지게 되었고 그 후 계속해서 그의 음악과 관련된 정보를 모으며 열광적인 팬이 되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평범한 회사생활을 하던 중, 본인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기로 결정하였고 한순간에 직장을 그만두고 마이클잭슨 전문가의 길을 시작하게 되었다. 몇 년간의 자료를 모으고 관련 글을 작성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그리고 현재 프랑스 내 제일 유명한 마이클잭슨 전문가가 되어 베스트셀러 책을 내고 마이클잭슨 관련 다큐멘터리 감독의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빠져 열정적으로 좋아하고 이를 나만의 전문지식으로 만들 수 있는 삶, 그 도전정신과 용기가 참으로 놀라웠다.
이러한 친구들을 보며 앞으로의 나의 삶을 어떻게 그려나갈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 물질적인 행복과 타인에게 인정받고 보여주기 위한 삶이 나의 행복의 우선 조건이 되기보다 내가 스스로 그 행복을 인정하며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기록들을 나 또한 채워나가며 준비해 나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