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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ya Oct 31. 2019

프랑스의 비판적 사고교육

학교 수업시간에 교수님 말만 듣고 있으면 점수를 받을 수가 없다.


학교 수업시간에 교수님 말만 듣고 있으면 점수를 받을 수가 없다. 


프랑스에 처음 도착해서 대학원에 한창 다닐 때 내게는 많은 것들이 새롭고 또 어려웠다. 에세이를 쓰는 양식부터, 수업시간 발표 준비, 시험 등 모든 것들이 내가 자라고 교육을 받은 한국과 달랐다. 그중, 나를 가장 놀라게 했던 것 중 하나는 수업시간 학생들의 태도였다. 


어느 날 70세가 넘은 백발의 교수님이 진행하는 정치경제학 시간이었다. 교수님의 이론 강의가 진행되고 있던 중간에 프랑스인 한 학생이 손을 들고 교수님에게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질문이라기보다 방금 교수님이 말한 내용에 대한 반박과 비판이 섞인 내용이었다.  교수님과 서로의 의견 차이를 확인하면서 순간 얼굴을 붉힐 정도로 거침없이 본인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해 내는 학생을 보고 놀랐었다. '아, 수업시간에 쫓겨 나가는 거 아니야? 점수는 어떻게 받으려고 해?' 괜한 걱정도 해 보면서 그녀의 용기와 솔직함에 응원을 해 주고 싶기도 했다. 


아마 한국이었다면 내가 우려했던 내용들이 현실이 되었을 것이다. 감히 교수님의 말씀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삐딱한 학생'으로 평가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 교수님의 말씀을 '잘 듣는 것'을 훈련받아 왔다. 그 말은 즉, 수업시간에 자유롭게 질문하고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기보다 정해둔 규칙을 잘 지키고 교수님의 강의를 있는 그대로 따르는 것이 중요했다. 


지난 2018년 한국 글로벌 인재포럼에서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의 말에 따르면, 한국의 대부분의 대학 교수님들은 독창적이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을 가지라고 학생들에게 '말씀'은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실천되고 있지 않은 것이 나타났다. 한국에서 제일 상위권 학생들이 모이는 서울대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의 교육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서울대 학생들 중 학점이 4.0이 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점이 높을수록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설명하는 모든 내용을 필기한다. 

만약 내 생각이 교수님보다 다른데, 내 생각이 더 맞는 것 같다면? 내 생각을 시험이나 과제에 쓰지 않는다. 

그 이유는 A+를 받지 못할까봐 쓰지 못하느냐가 아니라, 교수님과 본인의 생각이 다르다면 무조건 본인이 틀렸다고 받아들였다.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질문하고, 다른 생각을 하고, 비판을 하는 것이 성적과 연관되지 않는다.


우리와 달리, 이곳 프랑스에서는 나와 같이 조용히 수업내용을 따라가고 있는 학생이라면 오히려 점수를 받기가 어렵다. 정치경제학 수업시간에 교수님과 얼굴을 붉히며 언쟁을 펼친 그 학생이 전체 성적평가에서 60명이 넘는 학생들 중, 상위 3위 안에 든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프랑스 사람들의 이러한 비판적인 사고능력은 어떻게 길러지는 것일까? 


프랑스 대학원에서 공공연설 수업시간 교수님과 학생 모습. @Juyapics, France 2017


비판적인 사고, 초등학교 때부터 몸에 베인 연습과 훈련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에 남아 좀 더 깊은 생활을 해 오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대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직장, 가족, 친구들 모임에서도 늘 비판적인 자세였다. 누군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면 그것에 대한 반박을 물어보는 사람이 꼭 한 명씩 존재했다. 처음에는 왜 저렇게 소리를 지르고 싸우려고 하지? 궁금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체질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좋아하며 정확한 증명이 있는 주장을 위해 끊임없이 비교하며 반박하는 토론을 해 나가는 것을 배웠다.  


이러한 토론의 자세는 초등학교 수업시간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중학교 교육부터는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비판적 사고방식'을 갖추기 위해 글쓰기 훈련을 시작한다. 프랑스어로 "dissertation"(논문)라고 부르며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작성하는 논문과 흡사 비슷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어떠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 반드시 그것에 대한 본인의 변호와 반박을 동시에 작성해야 한다고 한다. 중학교부터, 혹은 빠르면 초등학교부터 비판과 창의적인 글쓰기 훈련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의 우리에게는 '논술'이라는 정해진 특정 과목 시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비판적인 글쓰기 훈련이 이들에게는 모든 과목에 적용되고 있었다. 심지어 예체능인 음악, 미술, 체육시간에서도 말이다. 


아주 간단하게 한국과 프랑스의 대학 입시 문제를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다.  


한국의 경우   

대입 수능 국어 총 45문항 중, 다음 중 적절한 것은? (25문항) / 다음 중 적절하지 않은 것은? (19문항)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미묘하게 바껴 나가는 법과 정치 과목의 경우도 20문항 중 19문항이 다음 중 적절한 것은?


프랑스의 경우   

역사는 인간에게 오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에 의해 오는 것인가? (인문학)

생물학적 지식은 일체의 유기체를 기계로만 여기기를 요구하는가? (자연과학)

권리를 수호한다는 것과 이익을 옹호한다는 것은 같은 뜻인가? (사회과학)


한국에서 객관식의 '정답 맞추기'에 훈련이 되었던 교육방식과는 비교를 할 수 없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 모습이다.  아마 이러한 프랑스의 체계를 알지 못한 채 대학원 공부에 도전한 내가 힘들었던 가장 큰 이유가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특히 에세이를 작성할 때마다 한국의 대학교 공부에 익숙했던 글쓰기 방식으로 수업시간에 교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필기한 노트를 토대로 작성해 나간 감상문 형식의 글은 이곳에서 통하지 않았다.  


프랑스인들의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대학원 1년 과정의 공부로 내가 갖출 수는 없는 부분이었다. 프랑스 학생들의 중학교부터 몸에 베인 교육 훈련 방식으로 끊임없는 연습과 훈련과 반복에 의해 생긴 능력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한 과목에만 집중된 능력이 아닌, 혹은 범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능력이 아닌, 특정한 영역 별 따로 적용되는 능력임을 발견하였다. 프랑스인들과 그 어떤 주제를 가지고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기까지 내게는 얼마만큼의 연습과 훈련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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