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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우 Jun 06. 2020

10. 은혼: 銀魂

이것은 흙수저들의 이야기다. 흙수저들의, 좀 빻은 이야기. 

A. 기본 개요 - ‘일본 최강의 패러디 만화.’ 


일본의 만화가, 소라치 히데아키(空知英秋)가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슈에이샤(集英社)의 만화잡지인 <주간 소년 점프週刊少年ジャンプ>에서 연재 한 소년 만화이다. 국내에서는 학산문화사를 통해 정식발매가 되고 있다. 단행본은 총 74권이 나왔다. 


일본 소년만화 역사상 가장 패러디 요소가 많은 작품 중에 하나로 손꼽힌다. 대체 역사물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실제 역사와 하등의 관계가 없고 모두 개그 요소를 위한 장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실제 역사를 알면 더 재미있겠지만, 몰라도 재미를 느끼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작품이다. 


2016년을 기점으로 일본에서만 단행본의 누적 판매 부수가 5천만 부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작가인 소라치 히데아키空知英秋가 일약 스타 작가로 부상하게 된 인생작품이기도 하다.


인기에 힘입어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극장판 애니메이션, 실사 드라마, 웹 스트리밍 전용 드라마, PC/콘솔 게임, 모바일 게임, 심지어 패러디 소설까지 등장했다. 


B. 줄거리 - ‘외계인과의 전쟁 그리고 무사정신.’ 


때는 에도 막부 말기였다. 260여 년 동안 쇄국 정책을 실시하여 바깥세상의 물정을 모르고 살던 일본인들은 느닷없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외계인들의 출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천인(天人)’이라 자처하는 이 외계인들과 십수 년간에 걸친 양이전쟁(攘夷戦争)이 발발하여 수많은 무사들이 목숨을 잃는다. 압도적인 천인들의 기술력과 파괴력에 굴복한 에도 막부는 천인들의 괴뢰정권으로 전락하고 만다. 한편, 천인들과 전쟁을 벌인 무사들은 탄압의 대상이 되어, 폐도령(廃刀令)이 내려진다. 무사들의 존재의의를 상징하는 검을 휴대할 수도 없게 되었다. 


천인들의 습격으로부터 20년이 흘렀다. 검술도장의 후계자이자 무사의 후예이기도 한 시무라 신파치(志村新八)는 자신의 특기인 검술을 가지고 살아갈 길이 없어. 그저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누나인 시무라 타에(志村妙)와 함께 간간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파치의 앞에 무사정신으로 똘똘 뭉친 청년, 사카타 킨토키(坂田銀時)가 나타난다. 킨토키에게 반한 신파치는 이윽고 킨토키가 경영하는 해결사 사무소, 요로즈야 킨짱(万事屋銀ちゃん)에서 일을 하게 된다. 에도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얽히고설키는 매일이 시작되는데... 


C. 중점설명 – ‘막말기를 가장한 흙수저들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 


일본이 근대에서 현대로 전환되는 기점이 된 에도 막부 말기의 가장 큰 사건, 쿠로부네(黒船) 사건과 이후 벌어진 내전과 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단, 실제 내용은 막말기(幕末期)에 대한 재해석이라기보다는 현대 일본의 세태에 관한 패러디라고 보는 게 더 좋을 정도로, 역사적인 배경이나 역사관념 등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내용이 무겁지 않고 게임이나 소설, 애니메이션, 만화 등에 대한 패러디나 일본에서 벌어진 사회현상들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도 많이 등장하는 편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주로 사회에서 소외당하거나 멸시를 받는 계층의 직군이거나, 무시를 당하는 사람들을 주요 등장인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몰락한 무사, 모종의 이유로 가출한 후 여기저기를 전전하는 소녀, 윤락가에 종사하는 여성, 노숙자, 조직폭력단의 말단 깡패, 여장 남자 등이 주조연으로 대거 등장하며, 이들의 인생 여정이 죄다 막장에 가깝다. 막장에 가까운데, 그 안에서 큰 웃음과 해학과 진지함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소외된 사람들’이지만 각자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고 또 이룩해 나가기 위하여 나름의 신념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개그 요소를 적절히 섞어 풀어나간다. <은혼>은 사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일류는 아니지만 저 나름대로의 멋진 삶을 추구하려는 이들을 대변해주고 있는 작품인 셈이다.


본 작품의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막장 인생을 살고 있거나, 과거에 큰 상처를 입었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평상시에는 하나 같이 막장에 가깝게 묘사되지만, 악행에 맞서 싸우거나 함께 뭉쳐 어떤 일을 해결할 때는 상당히 멋지게 묘사된다.


<은혼(銀魂)>이란 제목은 사실, 주제를 잘 나타내고 있다. 금이 아닌 은. 그러나 그들이 지니고 있는 혼. <은혼(銀魂)>은 절대 금수저가 될 순 없지만, 나름대로의 멋진 스피릿(Spirit)을 지닌, 멋진 흙수저들의 이야기다. 결국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D. 그리고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 - ‘카부키쵸(歌舞伎町)는 실제로도 유흥가.’ 


a. 작중 배경을 에도 말기로 설정한 탓인지, 작가에게 ‘역사적 사실과의 괴리’를 따져 묻는 독자들이 의외로 많아, 작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b. 작중 배경이 되고 있는 카부키쵸(歌舞伎町)는 신주쿠 일대에서도 환락가로 유명한 장소이다. 단, 작중 배경 시점인 에도 막부 말기 시절에는 막부에서 식용이나 관상용으로 사용되는 오리를 양식하는 연못이 있던 자리였다. 

이후 타이쇼/쇼와시대를 거쳐 상수원 공급 시설이 건설되었다가 태평양 전쟁 말기에 이르러 미군의 공습에 의해 파괴되었다. 그 후 미군정 하에서 ‘전통예술의 진흥을 위한 계획 도시’로서 구성되어 전통 무대극의 하나인 카부키(歌舞伎)에서 이름을 차용하여 새롭게 도시 재건이 이루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실패로 끝나버리고, 대신에 유흥가로 발전했다.
 
 E. 총평


연재가 길어지는 만화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복되는 이야기들과 설정 파괴가 난무한다는 점, 뭐가 어찌 되었든 간에 사무라이만 있으면 뭐든게 해결된다는 식의 논리, 잦은 역사 왜곡(아무리 재미요소를 극대화 하려는 기믹이라 할 지라도), 그리고 유곽을 상당히 미화한 부분들을 제외하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런 부분들이 불편하다면 추천해드리지 않는다. 


이 만화를 읽는데 필요한 덕력지수: 27


접근성: 2

난이도: 3

특색: 8

재미 포인트: 7

감동 포인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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