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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상필 Oct 14. 2024

119 택시 부르신 분?

인류애의 상실

평화로운 금요일 밤 새벽 2시 


우리는 금요일밤을 "불금" 라 명명하며 거리낌 없는 유흥을 즐기고 덩달아 구급대원들도 불금을 즐긴다.

구급지령서에도 술 냄새가 밴듯하고 주취자를 태운다는 걸 아는듯한 구급차도 휘청휘청한 뒤태를 뽐내며

번화가의 취객들을 요리조리 피해 현장에 출동을 했다.


집에 가는 길에 술에 취해 쓰러진 사람이 있다고 데려가라는, 한 사람의 취한 인권을 지키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연락 주신 신고자.

나름대로 숙면의 취하고 있었을지 모르는 주취자를 흔들어 보고는 신원파악을 하기 위해 

온기가 남아 있는 외투 안을 뒤져 핸드폰과 지갑등 개인물품을 찾게 된다.

우리를 도둑으로 생각하시는지 버럭버럭 화를 내시며 대려나 가지 남의 물건은 왜 손대느냐고 

신고자. 그러나  그런 거에 일일이 반응하다 보면 하루가 길어지는 걸 아는 우리는 배태랑이기에  

"절차가 있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하던 일을 마저 한다.


소중한 엄지를 잠시 빌려 비밀번호를 풀고는 가장 최근 연락처들을 뒤져보았는데

가장 최근에 전화를 했고 같이 술 마셨을 거로 추정되는 비슷한 연배의 성함을 가지신 분께 

늦은 시간이었지만 연락을 드렸다.


미스터트롯에 나올법한 신나는 트로트가 들리며 신호는 가고 있었고 차분히 기다렸다.

옆에 있던 신고자의 주머니에서도 전화가 왔고 전화를 받자 우리의 신호음도 끊겼다.


"여보세요..?"

"아... 네?"


이 사건의 대략적인 내용은 신고자는 바닥에 누워계시던 사람의 지인이었고

술 먹고 자버리자 119에 신고해서 데려다 달라고 한 것이었다.

술기운이 있었으나 민망함도 같이 있던지 겸연쩍게 웃던 신고자는 자연스레 누워계시던 주취자를 부축하더니 지나가던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오늘의 불금에도 인류애를 조그마하게 상실해가는 상실의 시대에 살고있는 구급대원이였습니다.

이런 일들이 자주 있기에(술집주인,심지어 가족도 주취자 처리를 위해 신고를 한다.)

일일이 감정소모를 하기 힘들고 이런 일이 일상인지라 우리는 "어휴 ,,, 술이 웬수지" 하면서 귀소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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