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Feb 23. 2024

ASD 학생들과 어울리기

자폐스펙트럼장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학급 한 반에 ASD 진단을 확정받은 아이들은 두세 명 정도 있다. 그리고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한 과정에 있는 학생들도 있다. 국민건강보험(NHS)에서 하는 검사를 받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복잡해서 보통 부모들은 100만 원 정도 내고 사립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B의 반에 있는 G도 ASD를 가지고 있다. 수업시간에 갑자기 방귀를 크게 뀐다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목소리조절이 안되고 뭔가 본인이 생각하는 범위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반 친구들이 있으면 바로 소리를 지른다. 작년에 중학교에 들어오자마자 B는 G에게 익숙해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G는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한다. 전 학년에서도 수학과 과학은 top이다. 영국은 7학년~8학년은 이렇다 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과목별 선생님이 학생들의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수시로 수행평가를 한다.  결과가 나오는 날은 그 누구도 결과에 대해서 크게 떠들 수 없다. G가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아주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너희들 알지! 내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결과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마!'라고 소리를 질러댄다. 심각한 경우 학생상담직원이 교실로 와야 할 정도이다.


같이한 세월이 1년이 넘고 어느새 B와 단짝인 T는 G의 수호자가 되었다. 아무도 그룹활동에 G를 포함시키지 않는다. 그럼 B와 T가 먼저 가서 G에게 같이하자고 한다. G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B와 T는 기꺼이 G와 함께한다. 작년 B의 생일에 G가 생일 선물과 카드를 줬다. B의 이니셜이 있고 B가 좋아하는 꿀벌이 그려져 있는 머그컵, 핸드폰 팝소켓, 초콜릿과 생일카드에 '생일 축하애. 사랑하는 G가'라고 써 준 것이다. 의외의 세심한 배려가 가득한 선물을 받고 우리 가족은 모두 G가 ASD는 있지만 친구에게 하는 보통의 것들을 하는 사실 자체에 감동을 했다.


G의 자폐스펙트럼은 모든 것이 정해진 규칙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입력도 제대로 하고 출력도 제대로 하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고 시험을 보면 모두 잘 보는 것이다. 그리고 해보지 않은 일이나 사람한테는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아침에 내가 어떤 과목 수업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할 때가 있다. 그럼 B가  G에게 '오늘 무슨 수업시간에 우리 엄마 들어올 수도 있어'라고 하면 G가 'Yeah!'라고 좋아한다고 했다. G는 점심시간에 혼자서 산책을 하거나 정해진 루트를 늘 걸어 다닌다. 반가운 마음에 내가 인사를 하면 G는 당황하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시선을 다른 곳에 둔 채 빠르게 지나간다. 왜냐면 본인의 정해진 루트에 나는 없었기 때문이다.


B의 단짝인 T의 생일이 곧 있다. B와 T는 한 달 전부터 생일 파티를 준비했다. G도 초대를 했는데 G가 아무 대꾸도 안 하니 좀 짜증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B에게

'G에게는 처음 해보는 일이나 자주 하지 않는 일에는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아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조금 기다려 봐.' 이 대화를 주고받은 지 이틀 만에 G가 생일 파티에 오겠다고 대답을 했다고 엄마 말이 맞다며 B가 좋아했다.


올해 신입생인 I도 ASD다. 첫 수업에 들어가 보고 이 아이가 그렇다는 것을 바로 눈치챘다. I의 반에는 유난히도 많이 들어갔었다. 교사가 교실에 도착해서 아이들에게 들어와도 좋다는 신호를 하기 전까지 학생들은 복도에 한 줄로 서있어야 한다. I가 서있는 교실에 내가 나타나면 I는 두 팔을 들어 올려 'Yes!'라며 좋아한다. 하지만 I와도 복도에서 마주치면 교실에서 그랬던 것처럼 반가운 제스처나 말을 하는 데 거의 6개월이 걸린 듯하다. 얼마 전엔 학교 앞 주차장에서 나는 차 안에 있고 I가 지나가는 걸 봤는데 나를 보고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댔다. 나도 세상 반가운 얼굴로 활짝 웃으며 I에게 격하게 손을 흔들어 댔다.


이렇게 우리 모두는 같이 섞여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그거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편견은 섞으려 하지 않아 미리 생기는 아주 나쁜 버릇인 것 같다는 생각이 G와 I 그리고 학교에 있는 아주 많은 ASD아이들을 보면서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껌과의 전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