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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r 02. 2024

홀리 아일랜드(Holy Island)

영국 여행

내가 사는 남동쪽에서 에든버러까지는 차로 8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 길을 한 번에 운전해서 갔다. 4일간의 에든버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중간쯤에서 1박을 하고 내려오기로 했다. 그리고 1박 하는 장소로 가는 길에 남편의 외조부모께서 묵은 적이 있다는 Holy Island에 가기로 했다. 에든버러와 뉴캐슬의의 중간쯤에 있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늘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대를 확인하고 길을 건너야 한다.


바닷길을 가로질러 섬으로 들어가는 느낌부터가 남달랐다. 그리고 멀리 우뚝 서있는 린더스판성이 주는 신성함, 고독함, 장엄함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우린 감탄을 연발하며 그런 곳을 알고 우리를 이끈 남편에게 무한한 칭찬사례를 퍼부었다.


린더스판이라고도 불리는 홀리아일랜 드는 영국의 북동쪽 노섬브리아주에 위치한다. 서기 6세기부터 기록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켈트 기독교의 중심지였다. 이 섬은 원래부터 수도원의 본거지였는데, 바이킹의 침략으로 파괴되었다가 노르만족의 잉글랜드 정복 이후 수도원으로 다시 복원되었다. 이 섬에 세워진 다른 유명한 유적지로는 성모 마리아교구교회(원래는 서기 635년에 지어졌고 1860년에 복구되었다)가 있다. 그리고 린디스판 성, 등대, 빼어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고 역사 관광과 조류 관찰의 핫스폿이다. 2020년 2월 기준으로 3개의 펍, 호텔, 우체국이 있다. -위키피디아-


도착하면 마을에서 운영하는 아주 큰 주차장이 있다. 몇 시간 있을 것인지 계산을 해서 주차비를 지불하고 제일 먼저 성모마리아수도원으로 향했다. 폐허만 남은 수도원 역시 긴 역사의 풍파를 견뎌온 흔적들을 짐작해 볼 만했다.

그리곤 바닷가에 우뚝 솟은 린더스판성으로 향했다. 바다 쪽으로 걸어가는 길 곳곳에 세상을 떠난 가족들을 기리는 벤치들이 있었다. 누군지 모를 그들을 생각하며 의자에 잠깐 앉아 바다 풍경을 감상해보기도 하고 그 먼 옛날 영국인에게는 거인처럼 보였을 바이킹들이 그곳으로 밀고 들어왔을 때의 두려움과 혼란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린더스판성도 지금은 온전한 모습은 아니지만 그곳으로 가는 오르막길이 마치 바닷가로 향한다기보단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을 걷고 있는 느낌이 들정도로 고독하지만 성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 당시 깔아놓은 돌길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다. 걷는 내내 멋진 풍경을 온몸으로 느끼고 기억하기 위해 천천히 음미하며 걸었다.

복작합 에든버러시에서 벗어난 딸들도 신이 나서 차가운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즐거워했다.


어마어마한 여행지는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물길이 닫히면 꼼짝 할 수 없는 이 섬이 그 어떤 곳도 선사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충분히 안겨주고도 남을 만한 곳임은 틀림없다.


이번엔 잠깐 몇 시간 들렀다 왔지만 다음번엔 하루라도 그곳에 머물렀다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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