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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Nov 18. 2024

갑자기 피후가 동아리에 나오지 않는다.

동아리가 있는 날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한국 노래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각자 가다나라를 연습하기도 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시작한다. 어느 날 '선재 업고 튀어' ost를 틀어놓고 보고 있는데 주인공들의 키스신이 여러 번 나왔다.  뮤직비디오라 금방 화면이 바뀌어 건너뛰지 않고 그대로 끝까지 보았다.


며칠 뒤 이번에 신입생으로 들어온 피후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동아리에 못 나올 것 같아요. 주신 공책과 가나다라 표는 돌려드릴게요.


그래서 나는 돌려주지 않아도 되니 혼자서 원하면 꾸준히 연습을 하라고만 답장을 했다.


워낙 다양한 종교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 보니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후는 본적 국가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무슬림이다. 한국어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한국의 댄스경연프로그램을 보고 반해서였다고 했다.


정확한 이유를 얘기하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 문화 속으로 들어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그 여정에 만나기 싫은 다양한 장면들도 있겠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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