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
요즘은 살아가면서 한국인으로서 무심코 쓰는 단어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뜻을 잘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어 단어에 대해서 종종 사전을 찾아보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혼자 자취하고 살 때는 잘 몰랐는데 아내와 아이들과 살면서 내 감정에 대해서 잘 표현하지 못할 때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정 외에 직장, 오고 가며 스치는 사람들과도 제대로 된 감정을 주고받지 못할 때가 많다는 것도 느끼곤 합니다. 감정 표현을 거칠해하는 사람들과는 받아주기보다는 상대하기를 피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한국인인데 한국어 단어를 잘 모르고 사용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알려주는 게 어쩌면 부족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제 감정을 알아보는 시간이 중요함을 깨달아서 시작해 봅니다.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감정과 관계된 단어들의 뜻을 알아보고 그 뜻과 관련하여 일상 속에서 느낀 것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제 안에 몰랐던 감정, 알고도 모른척했던 감정, 모르면서 아는 척했던 감정, 알고 엉뚱하게 표현했던 감정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이 시간을 통해 외부인 몸과 내부인 마음 그리고 표현되는 말과 행동에 대해서도 짚어보면서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남자, 남편, 아빠로 가정 안에서 세워지길 소망해 봅니다.
첫 번째로 시작할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중에서 행복과 사랑에 관련된 단어입니다.
만족
한문으로는
한문은 滿足이며, '가득할 만(滿)'과 '발 족(足)'으로 이루어져 '발이 차오를 만큼 충분하다'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만(滿)'은 '가득 차다'는 뜻이고, '족(足)'은 '발' 또는 '넉넉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만(滿): '가득하다', '차오르다'라는 뜻.
족(足): '발'이라는 뜻과 '넉넉하다', '족하다'는 의미를 함께 지닙니다.
결합 의미: '발목까지 차오를 만큼 충분하다'는 상태를 표현하여, 부족함 없이 넉넉하고 흡족한 상태
영어로는
Satisfaction (명사): 가장 일반적인 표현이며, 무언가에 대해 충족되거나 기쁜 느낌을 나타냅니다.
예시: Customer satisfaction is our priority. (고객 만족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Contentment (명사): 조용하고 평화로운 행복감 또는 현재 상태에 자족하는 느낌을 나타냅니다.
He found contentment in his simple life. (그는 그의 소박한 삶에서 만족감을 찾았습니다.)
Gratification (명사): 욕구 충족이나 어떤 행동으로 인해 얻는 기쁨을 나타냅니다. (때로는 개인의 강한 욕망 충족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스페인어로는
Satisfacción (명사): 가장 일반적이며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무언가가 충족되거나 기쁜 느낌을 나타냅니다. 예시: La satisfacción del cliente es importante. (고객 만족이 중요합니다.)
Contento/a (명사/형용사): 형용사로 '만족한'이라는 뜻으로 더 자주 쓰이지만, 명사로 만족감이라는 뜻으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성별에 따라 남성은 Contento, 여성은 Contenta) 예시: Siento contento con mi vida. (나는 내 삶에 만족감을 느낀다.)
단어의 뜻을 살펴보니 만족이라는 것은 충족되어 마음이 기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영어 수업을 듣고 나서 뭔가를 말할 때도 'satisfaction'을 발음할 때면 그 단어가 '만족'에 대해서 발음이나 느낌이 충분히 느껴지게 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 발음 느낌만으로도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느낌으 'Satisfacción'을 배울 때도 그랬습니다. 뭔가 발음하고 나면 흐뭇해지는 것이 언어란 이런 것인가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발음하면서 느낀 느낌들을 토대로 제가 '만족'하다고 느꼈던 상황들을 돌아봤습니다. 만족했을 때 '아~ 행복하다.' '감사하다.'라고도 느끼면서 좋았던 것 같았습니다.
어릴 때 새 신발이 너무 가지고 싶은데 물려받거나 얻어 신다가 나이키는 아니지만 프로스펙스 매장 가서 멋있는 신발을 직접 고르게 해 준 날이 있었습니다. 한 번 신어보라고 해서 신었고 잘 맞으면 그대로 신고 집에 가도 되다는 말에 뿌듯했습니다. 만족의 만족이 넘치는 날이었습니다.
중학교 입학을 하면 깜장 교복과 모자가 생긴다는 생각으로 학교생활을 하다가 교복폐지소식을 접하고 부풀었던 마음이 가라앉았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교복이 자발적으로 부활해서 입학하려고 하는 중학교에는 교복을 입는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설렜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정된 교복가게에 가서 사이즈를 측정하고 기다렸다가 입학 전에 교복을 받았습니다. 상의는 남성 정장 재킷, 코듀로이 셔츠, 하의 정장 바지를 받아 들고는 너무 기뻤습니다. 교복과 어울리도록 구두를 사달라고 졸라서 발가락이 아프지만 한참을 신고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첫 교복을 처음 입고 학교를 가던 날, 마음속에서 만족감이 엄청났습니다.
고등학교 때 농구를 하고 영어수업을 같이 하던 형들과 수업 후 학교 근처에서 소주 한잔을 마시게 된 날이었습니다. 평소 공부와 운동으로 친분을 나누던 형들과 대학생활의 일부를 공유한다는 것이 엄청나게 즐거웠습니다. 특히, 자리에 앉아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안주와 소주 한 병이 나왔고 소주 첫 잔을 받아서 입에 털어 넣었을 때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생활이 이런 것이구나. 만족한다. 궁금했는데 해봐서 만족한다. 이걸로 충분하다.' 그 생각이 끝나자마자 속은 불타듯 뜨겁고 목구멍은 타들어가고 씁쓸한 것이 만족감은 금세 사라지고 바로 안주를 집어넣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해봤다. 해보니 좋네. 얼른 대학가자. 맘껏 하도록'이라면서 흐뭇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학 가서 해보고 싶었던 과는 아니더라도 두루두루 배우는 의류학과를 갔고 수업들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은 부럽다고 하는데 과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칠고 투박한 문화보다는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도 많아서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지내면서 점차 본격 실습을 하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직접 원단을 사 와서 재킷을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귀찮아서 시내에서 적당히 사 와서 하는데 서울 가서 원단을 사 오기도 했습니다. 친척이 있는 대구도 가고요. 단색 원단으로 재킷을 만드는데 저는 화려한 빨강바탕에 꽃무늬가 가득한 화려함의 극치인 원단을 사서 재킷을 며칠을 걸려서 만들었습니다. 제일 싫어하는 패턴수업시간을 버틴 것도 얼른 그려서 화려한 원단에 놓고 재단해서 봉제할 생각에 버텼습니다. 너무 원단이 화려해서 봉제하는 내내 삐뚤거리고 뜯기를 수없이 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재킷은 암홀라인이 살짝 삐뚤거리지만 원단이 화려해서 보이지 않고 허리라인의 다트 끝이 뭉그러져서 맘에 안 들지만 바디에 입혀 놓고 나니 나름대로 훌륭했습니다. 동기들은 꽃무늬 재킷을 만든 저를 희한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저는 마음으로 '나는 만족한다. 삐뚤삐뚤하지만 내가 만든 첫 재킷으로써 만족한다. 잘했다.'라면서 혼자서 수를 쳐줬습니다. 졸업작품으로 만든 공동작업 웨딩드레스를 보고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군대 가서 좋은 부대, 좋은 보직을 받으려고 기도를 했습니다. 바람과는 정반대로 배치될 병사들을 태운 트럭이 가면서 한 명 두 명 내려줄 동안 안 내려주더니 깊은 산골 속으로 가서 정문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부대로 들어가서 내려줬습니다. 병사도 몇 명 없는 부대로 내려줘서 속으로 '망했다. 망했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대기했던 부대는 크고 병사도 많고 얼굴이 하얗다고 높은 분 차량 운전할 것 같다고 기대감이 부풀도록 말해준 부대였습니다. 잠시 후, 계획이 바뀌었다면서 산골 속으로 배치된 것입니다. '망했다. 망했어.'를 연발하고 앉아서 대기하던 중에 지나가던 말로만 듣던 '병장 어르신'이 슬리퍼를 끌고 옆으로 와서 물었습니다. "너는 뭘 잘하냐?"라는 말에 "글씨 예쁘게 쓴다고 칭찬받았습니다. 피아노 조금 칩니다."라는 대답에 "오우. 물건 들어왔다."라고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는 부대 내 글씨 쓰는 것과 선임 편지 쓰기도 대필하며 칭찬 듣고 부대 내 작은 교회에 피아노반주병을 하게 되었습니다. 잘 못 치지만 부대 내에 피아노 치는 병사가 한 명도 없다면서 계속 피아노를 치게 되었습니다. 물론 연습시간도 충분히 제공해 줘서 내무시간마다 피아노를 칠 수 있었고요. 특별히 첫 예배 때 피아노 반주를 완수하고 예배가 끝나고 나니 모두들 입구에서 어깨를 다독이며 "잘했다. 고맙다. 수고했다."라면서 오랜만에 피아노가 있는 예배를 드렸다며 웃어줬습니다. 긴장과 부담감으로 흠뻑 젖은 러닝셔츠와 군복을 갈아입으면서 마음으로 '수고했다. 오늘 모든 것에 대해 만족한다. 이 정도도 최고다.'라고 생각하고 혼자서 화장실에서 웃었습니다.
아내를 만나고 한 달 만에 부모님과 인사하고 결혼식장이 없어서 간신히 4개월 후 예식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다가 결혼하고 결혼식이 끝나는 것이냐는 아내의 어리둥절한 질문을 여러 번 받으면서 "이러다가 결혼하는 거예요."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결혼식이 진행되더니 금세 끝났습니다. 제가 아는 분만 초대한 것이어서 모두 아는 분들 앞에서 아내의 팔짱을 붙잡고 첫걸음을 떼는 순간 마음에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 감사하다. 나는 이걸로 만족한다. 내가 결혼이란 걸 하다니.'
맛있는 밥을 몇 그릇이나 먹고 배를 두드리면서 해가 따스하게 비치는 거실에 누워서 몸을 큰 대자로 뻗고 있는 것처럼 흐뭇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만족이라는 것을 상황 속에서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일을 성취해서 그것의 결과물에 대해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맛있는 것을 많이 먹어서 만족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처음 먹어본 것에 대해서 성취감을 느낄 때 동시에 만족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남들과 다른 것을 해내서 기분 좋을 때도 있었고요. 반대로 남들이 하는 결혼을 '나도 했다.'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만족하기도 했습니다. 만족하면서 기쁘고 감사하고 행복하기도 하고요. 수많은 만족의 상황이 있었지만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나열한 몇 가지만으로도 그때 '만족'했던 기분이 다시 느껴지고요. 그걸로 오늘을 살아갈 힘을 다시 얻는 것 같아서 참 좋습니다.
오늘은 '만족'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 '만족'을 느꼈던 저의 시간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부정적인 감정인 분노에서 '화남'의 뜻을 찾아보고 저의 시간 속에서 제가 느꼈것 상황들을 적어보고 나누어보겠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저는 저를 더 알아갈 것 같습니다.
글을 시작하면서 기대했던 것처럼 단어 뜻을 제대로 알아가고요. 그 단어와 관련된 저의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제가 느꼈던 감정이 '이 감정인가? 이 감정이 아닌가?'라고 생각해보다 보니 저를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생각 외에 제가 느낀 것과 반대로 엉뚱하게 표현한 것도 있었고요.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 깊이, 더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 같고 그것을 통해서 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함께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나온 시간의 경험과 추억 그리고 학습을 토대로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라는 것이 실감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느꼈던 것을 때때로 추억으로 떠올리고 흐뭇하게 웃고 그러면서 잠시 힘듦을 잊고 또 살아가는 것 같고요. 어린 시절 추억의 좋았던 기억을 잘 간직하고 있었는지 저도 모르게 아이들과 무심코 한 행동들이 거기서 나온 것들도 있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신발 사러 가서 신발을 신어보고 잘 맞고 멋있는 신발은 그냥 신고 가도록 해주셔서 어색하게 걷지만 행복했던 것을 저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사서 잘 안 맞거나 생각 외의 색깔, 스타일이라서 속상해하는 아이들에게 신발은 '오프라인에서 신어보고 사는 게 제 맛'이라면서 힘들고 피곤하더라도 동행해 주고 맘껏 신어보게 해 주고 그대로 신고 집에 가도록 해주고 있었습니다. 내가 느낀 만족을 아이들에게도 자기도 모르게 챙겨주고 있었습니다.
늘 만족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렇게 만족할만한 상황이 많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아니고요. 그런데, 신기합니다. 늘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하고 불만족스럽게 지내다가도 만족할만한 것이 생기면 그것을 느끼는 순간 그전에 불만족하고 지내던 순간들이 리셋되듯 사라지면서 또 한 고비를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불만족하던 99가지가 1가지 만족으로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또 불만족한 상황이 이어지는데도 지금도 살아가는 것을 보면 만족이라는 것은 엄청 짜릿한 '기쁨'과 '감사'와 '행복'덩어리라서 그 어떤 것도 채워주는가 봅니다.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 수많은 구멍들이라면 그 구멍들을 메꿔주는 커다란 덩어리인 '만족'을 오늘도 찾아내서 하루를 살아내는 삶도 감사로 여기며 살아보겠습니다. 찾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데도 눈에 보이는 '깨알'들처럼 사실 '만족'이라는 것은 찾아지지 않습니다. 대신 '불만족'은 수없이 제 발로 찾아오고 느끼게 하고 '만족'은 아무리 찾으려 해도 역부족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손과 마음에 뚝 떨어지곤 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런 찰나가 찾아올 때 잘 느끼고 또 다른 내일을 살아가보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진심입니다.
출처 - 사진: Unsplash의 Johan Godínez
distancing에서 소개하는 감정단어 참조
구글 제미나이에서 '만족'에 대한 단어 정의와 뜻을 참조(한문, 영어, 스페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