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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 #46

큰사람

길을 걷는 자체에 늘 감사함을 잊지 않고 지냅니다. 


아침, 점심, 저녁 똑같은 길을 걷지만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감사의 제곱'입니다.  

'제곱 감사'를 느끼고, 그 감사를 함께 나눌 수 있으니 이것은 '감사의 세제곱'입니다. 


그런 감사를 그 때 감흥을 잘 살려서 차근차근 전해보겠습니다.  




#1. 징검다리..

퇴근길에 늘 지나가게 되는 징검다리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때로는 여유 있게, 때로는 허겁지겁 건너가기도 한 징검다리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길에 늘 다니던 징검다리가 달라진 것입니다. 


마치 손가락마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듯 새 단장을 한 것입니다. 마침 어둑한 저녁시간도 한 몫했습니다. 신부가 처음 걸어갈 웨딩마치 입장길 같기도 하고요. 이제 꽃길만 걸을 준비를 해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절대 한눈팔지 않도록 가이드되어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늘 걷던 길이 새로운 느낌인 것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2. 붉은 악마..

아! 어찌 잊겠습니까? 6.25의 아픔과 슬픔을.

아! 어찌 잊겠습니까? 2002년의 감동과 함성을.


그런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명물 중의 명물을 골목길에서 만났습니다. 2002년 함성 속에서 저녁은 늘 광란의 도가니였습니다. 코엑스, 강남역, 영등포사거리 광장마다 사람들은 하나가 되었고요. 


하나가 된 사람들은 늘 함께 했던 사람들처럼, 손뼉을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지나가던 모든 사람들이 서로 손을 흔들어주고 축포를 날렸습니다. 길거리를 걸어 다니고요. 디자인 상관없이 빨강티만 입으면 그날은 '붉은 악마'가 되어 하나가 되었던 그 감동과 함성은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날을 이끈 '역전의 용사'가 열정과 패기를 잠시 내려놓고 골목 구석을 바라보면서 쉬고 있었습니다. 언제든지 다시 출동할 날을 기다리는 트랜스포머 같기도 하고요. 


특히, '역전의 용사'가 '포니'라는 것이 눈물 나도록 반가웠습니다. 



#3. 온기..

아직 쌀쌀한 날, 탁자에 놓인 핫팩을 보면서 그냥 놔둘 수는 없었습니다. 


코로나가 이제 끝난 시점, 다른 사람이 만진 물건을 만져도 아무렇지 않은 때가 왔습니다. 이런 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어느새 이렇게 지내고 있는 것도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아직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핫팩도 연탄과 마찬가지입니다. 필요에 의해 소환되고 자기 역량껏 할 일을 마치면 이내 버려집니다. 그렇지만 자기 역할을 하는 순간만큼은 '순금'보다 값지게 대접받으면서 열정을 다합니다. 


저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저는 열정을 다해 일했는가? 열정을 다해 살고 있는가? 남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는 사람인가?라고 생각해보게 해 준 '핫팩'에 마음속으로 '경례'를 해줬습니다. 





#4. 빈 공간..

중요한 일을 위해 가끔 들리던 카페였습니다. 


오랜만에 중요한 일을 처리하려고 건물을 방문했고요. 차 한잔 하며 기다리고 싶어서 주차 후 달려왔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온 카페는 '메모 한 장' 남겨두고 휑한 공간을 아무런 경계 없이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해줄 게 없다.'라는 마음으로 속을 보여주며 앉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북적북적 이고 시끌 거리던 카페, 주문하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 자리에 앉아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 쓰레기통에 컵과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수많은 사람들이 뒤섞여서 모두 이 카페의 커피와 음식을 즐기면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던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처럼 '툭~' '툭~' 지워지고 빈 공간만 남아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공허했습니다. 남겨진 메모를 보면서 잠시 울적했고 빈 공간을 보면서 허탈했습니다. 

이 공간을 통해 사업하던 점주분은 더 아프고 시린 가슴을 붙잡고 마지막 로그아웃을 하셨겠지요.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추억이나 습관이 묻은 공간이나 뭔가가 사라지는 현대사회가 너무 아쉽습니다. 



#5. 사이키 디스코볼..

보는 순간, 1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딱, 그 자리에 멈췄습니다. 


보는 내내, 상상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Beat It! 속칭 삐레~~~~

존 트라볼타의 Saturday Night Fever!


가슴속 심장은 '둠칫 둠칫'거리고, 발바닥은 어느새 '사사삭 사사 사사삭' 거리면서 

주변은 모두 정지된 느낌!! 


디스코볼이 천천히 돌면서 사방을 향해 사이키 조명을 쏴 줄 것 같은 착각!! 


그렇게 상상에 잠시 빠진 순간,

상상일 뿐이라면서 상상을 깨워주는 이가 있었습니다. 

점심시간 얼른 자리를 맡기 위해서 분주하게 뛰어가는 어느 회사 막내분이었습니다. 허둥지둥 뛰어가면서 어깨를 '툭'치는 순간, 상상에서 깨어났습니다. 


길거리에서 뜬금없이 만나는 '깨알'은 언제나 상상과 재미 속에서 빠지는 맛이 있으면서

지친 일상에 '톡톡' 몇 방울의 레몬을 뿌려주는 맛입니다. 상상만으로도 행복입니다.





길을 걸으면서 만났던 '깨알'들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어떤 때는 그저 '재밋거리'만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별거 아니지만 대단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보는 순간 흥분의 도가니에 밀어 넣어주는 '깨알 아닌 깨알'도 있습니다. 즐겨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만다행인 것은 '깨알'을 사냥하듯 찾아 해 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저 길을 걷다가

계획 없이 만나는

'깨알'은 '재미'입니다. 


여전히 길을 걷고 있고, '깨알'을 만나서 즐기고 함께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런 감사를 잘 나누기 위해서 발행글을 수차례 고민하면서 수정하기도 합니다.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의 깨알 프로젝트 #46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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