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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 #47

큰사람

길을 걷는다는 것이 늘 깨알을 만나서 즐거운 것은 아닙니다. 


가끔,

아주 가끔,


진지하게 저를 점검해 볼 수 있어서 좋기도 합니다. 


무심코 내뱉은 말들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혼자 걷다가 깨닫고요. 

무조건 고집부린 것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고 사과할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걷는 시간이 깨알을 만나지 않아도 즐겁고 감사합니다. 가끔은 걸을수록 '온전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산티아고 순례길'이 끌리고, 세계여행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립니다. 



오늘도 이런 마음을 접어두고 길에서 만난 귀한 '깨알재미'들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1. 화분..

좋은 레스토랑 창문 옆의 화분에 시선이 끌렸습니다. 


곡선의 유리창과 한창 자라고 있는 화분이 어색하면서도 뭔가 절묘했습니다. 


화분의 모습이 제 시선을 확 잡아끌었습니다. 입을 벌린 채 하늘을 향해 뭔가를 갈구하는 듯한 손이랄까요? 내 마음속의 갈급함을 절실하게 표현하는 두 손 같기도 했습니다. 



#2. 열매..

길을 지나가다가 앙증맞은 오브제와 열매 화분에 눈이 갔습니다. 발걸음도 멈췄고요. 



하얀 전등은 제 마음의 동화책을 열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눈 내리는 하얀 성 안에서 음악에 맞춰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같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아빠라서 그런가요?



화분의 노랑 열매가 초록 잎과 어우러져 더 노랗게 보였습니다. 그 열매들을 보면서 '열매'가 생각났습니다. 일할 때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를 내려고 바둥거렸고요. 일을 지시하는 입장일 때는 대표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진행자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조율하느라 혼자서 머리 쥐어뜯기도 했습니다. 



그런 과정 동안 얼마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고 인정을 받았는가? 그것이 행복했는가? 내가 원하는 진정한 '결과'를 만들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도 헤아렸는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 노랑 열매




#3. 붉게 타오르는..

고깃집 옆 가로수가 불타고 있었습니다.



고깃집 네온사인 덕분에 덩달아 벌겋게 흥분되어 있었습니다. 가로수는 저녁때 제일 재밌어 보입니다.  



아침에는 조용히 서 있고, 점심에는 덩달아 바빠 보이고, 저녁에는 아주 상기된 표정으로 여전히 '그 길'에 서 있는 가로수를 만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4. 상처..

잔디가 새로 보수되어 있는 것을 본 날입니다. 



멀리서 길을 걸어가다가 보자마다 얼른 내려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새로 가져온 잔디가 덧대어 입혀진 모습은 제게 재밌게 보였는데 보다 보니 마음을 묵직하게 만들었습니다. 



잔디가 덧대어져 어느 정도 지나면 잘 자라겠지요. 지금은 덧댄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마치 마음에 생긴 상처 하나하나 그대로 흉터가 되어 남아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늘 모든 '관계'에서 '상처'를 얻습니다. 

 그 상처가 '사과'와 '용서'를 통해서 겉으로는 치유되었지만 사실 마음속에 고스란히 흉터로 남습니다. 잔디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득 지금!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지내면서 무심코 한 언행으로 상처 입으신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지금도 여차하면 '욱'해서 한 저의 말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얻고 '꾹' 누르며 참아주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전합니다. 




#5. 지금..


쇼핑몰 내 매장을 지나가다가 매장명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매장매니저님이 보셨다면 고개를 갸우뚱 하셨을 텐대요. 

'여성복인데.. '아저씨'가 뭘 찍고 있는 거지?' 하셨겠습니다.   


매장명을 보면서  '바로' '지금' '순간'으로 이해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떤 것을 느끼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봤습니다. 



지금은 그냥 '아저씨'입니다. 

한때 경쟁브랜드 시장조사로 매장마다 제품 가격택을 들여다보고 디스플레이된 상품 가짓수, 스타일, 칼라구성을 점검해서 리포트했었습니다. 시장조사하면서 발바닥에 땀나게 매장들을 돌아다니던 풋내기에서 그런 일과 전혀 관계없는 '이젠 아저씨'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웃었습니다. 그저 삶을 살아내기 위해 생계를 찾는 '아저씨'일뿐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던 길을 걷다 보니 예전에 발표된 골든걸스 'One Last Time'이 생각났습니다.

앞으로 이번에 했던 생각을 기억하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이번에는 여기까지입니다. 길에서 느끼는 것들은 점점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쇼핑몰에서 걷는 순간에도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그런 순간마다 휴대폰이 손에 있다는 것도 행복합니다. 



제가 느낀 것들을 얼른 찍어서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47주째 지속하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이런 깨알 같은 것들을 재밌게 보시고 공감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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