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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조이 Jul 04. 2023

시작할 줄 모르는 이들에게

하찮게 시작하세요


P1 : 몇 년 사이에 어떻게 리더가 되신 거에요?
 
C : 이너조이 많이 바쁘죠ㅠ (워크지를 작성하다 보니) 뭔가 산뜻하고 구체적인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데 참 어려운 거 같아요ㅠ 커뮤니티 리더이신 이너조이님이 대단해 보여요.

P2 : 이걸 처음부터 어떻게 생각하고 시작하죠?

_ 커뮤니티 기획 코칭을 신청하신 분들



커뮤니티 기획을 앞둔 분들을 코칭해 드리면서 7년 전, 5년 전, 3년 전, 1년 전, 불과 3개월 전의 나를 떠올립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나는 매 순간 벌벌 떨고 있었으니까, 운영자가 나 하나뿐인 커뮤니티를 1년 반 동안 열네 시즌 오픈하면서 매 시즌 마칠 때마다 이제 끝일 수도 있겠구나, 했었으니까. 내가 '커뮤니티 기획을 코칭해 드립니다', 라고 코칭 모집 공지를 할 때 내 안에서 거세게 일어나는 자조, 셀프 비웃음 같은 감정들이 기억납니다. (너가 뭐라고)


그렇게 모집된 고객분들이 커뮤니티 기획을 위한 워크지를 작성해 지난 주부터 한두 분씩 카톡으로 제출해 주고 계시는데요. 워크지를 한장 한장 읽으면서, 커뮤니티에 관해 멋져 빠진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라 진실, 아주 작겠지만 구체적인 도움 하나씩은 꼭 드리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물론, 멋져 빠진 이야기도 내게는 없습니다)


커뮤니티를 생각하게 된 몇 년 전의 마음, 시작할 수 없어 밑바닥 어디까지 내려갔다 왔는지, 나의 첫 시작은 무엇이었는지, 진솔하게 나누면서 말이지요. 






오늘 코칭을 받으신 분 중 한 분이 '시작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이것 저것 보고만 있어요.' 하는 말을 듣고 그 분께 드리고 싶었던 말씀을 정리하는 것, 이것이 이 글의 목표가 되겠습니다. 크고 어려운 것은 막상 저~ 너머에 있는데 그곳까지 가기도 전에 '시작'을 막연히 엄청 큰놈으로 보시는 분들을 위해 쓰이는 글이다, 이 말입니다. (시작을 위한 팁, 이라기보다 내가 시작했을 당시 도움이 되었던 두 가지)



자기계발 방송, 책, 정보들과
잠시 거리를 두세요



스마트스토어 셀러를 하겠다고 2021년 한 해를 유튜브 학교에 갖다 바쳤습니다. 그곳엔 '너 그렇게 멈춰 있으면 안돼, 이것 배우고 저것 배워라.' 하는 것들이 숨 막히게 많더군요. 배울 항목들을 리스팅만 하다가 한 해를 보냈어요. 소화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소비한 자기계발 컨텐츠들은 종잇조각처럼 허망한 것이 되었죠. 무언가를 시작할라 치면 그곳에선 '너 이거 아니? 이 정도는 알고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니니?' 하고 나를 못 살게 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내게 '넌 시작하기에 충분히 많은 걸 가진 사람이니 시작해도 좋아.' 했지만 믿지 않았어요. 내가 가진 자원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말하는 스킬과 역량들이 더 중요해 보이고 내게도 꼭 필요해 보였거든요. 그 해, 내 안에 있는 자원은 빛도 보지 못하고 주인이 언제 꺼내줄까 기다리고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12월, 날 변화시키도 못하는 그 자기계발 컨텐츠들을 완전히 끊었습니다. 끊기로 작정한 것도 아니었는데, 얼마나 질렸던지 그 날 이후로 자기계발, 재테크, 부업, 일잘러, 자기다움 컨텐츠들은 거의 안 봅니다. (이 컨텐츠들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뎌야할 분들에게 주변의 잡음을 정리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하시면 가장 좋겠어요) 


그것들과 거리를 두자 내 마음과 시선이 어느 곳을 향해야 하는지, 거부하기 힘들 정도로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누가 제안하거나 알려준 것이 아니었어요. 인생을 계발하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아우성을 걷어내니 내가 잘 하고, 좋아하고, 남들도 인정해 주는 분야가 보이더라구요. 당장 내가 무얼 해야할지도 수첩에 적을 수 있게 되었고요. 



부끄러울 정도로
작고 하찮은 시도부터 해보세요



완벽한 기획, 타협 없는 계획을 적어놓고 시작하면, '시작'은 누구에게나 당연히 무서운 놈이 됩니다. 실패하면 끝장 날 것 같은 계획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내 글쓰기 모임의 시작이 뭐였는지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까요? 


나는 '치유 글쓰기'라는 어마어마어마하게 놀랍고 이상적인 단어를 마음에 품고, 치유할 수 없는 글쓰기 모임은 시작도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며 5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어요. (마음껏 비웃으세요 ^^) 간지나는 치유 에세이 한 편 정도는 출간하고 글쓰기 모임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경이롭고 멋진 날은 오지 않더라고요. 마음 속에 품고 있던 멋진 치유 글쓰기 모임 기획을 종이 구기듯 구겨놓고 내가 시작한 일. 


공저 한 권 겨우 출간한 사람한테 어울리는 가벼운 글쓰기 모임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매주 금요일에 각자 쓴 글 한 편 인증하면 되는, 그 참을 수 없이 가볍고 별것 없는 글 모임의 모집 공지를 한 것이 2022년 2월. 세상에 유익할 것도 선한 영향력이니 뭐니 하는 것도 없는 그 모임에 열 여섯 명이 와주시더라고요. 나는 너무 하찮아서 부끄럽고 창피했던 그 모임이, 누군가에게는 호기심으로, 누군가는 필요해서, 누구는 감사하게, 그리고 또 누군가는.. 날 응원하기 위해 들어와 글을 쓰는 모임이 되어준 셈입니다.


그렇게 내 눈앞에 보이는 그 분들을 위한 이후 글 모임들을 기획하게 된 것이 제 글쓰기 커뮤니티 스토리의 바탕이었어요. 






다이어트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식단을 새로 배우거나 빡센 운동 계획을 세우기보다 오늘과 내일 밤 20분 정도 매트 위에서 몸을 가볍게 움직여 보세요. 운동 같지도 않고 땀도 안 나는 그 '움직임'을 먼저 해봅니다. 그럼 몸이 말해 줄거에요. '다이어트할 준비가 되었는지 아닌지'. 


너무 크고 이상적인 계획, 그리고 멋지고 당찬 포부와 시작, 에 대한 로망은 잠시 마음 속에 지그시 눌러 놓읍시다. 그 이상적이고 멋짐 폭발하는 이야기는 때가 되면 풀어갈 수 있을 거라 믿고요. 


지금, 오늘 내일 안으로,

환경 설정 같은 거 할 필요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그 작은 것 하나,

그것을 한 번 시작해 보세요. 




2023.07.04.화

이너조이의 '글 쓰는 오늘' 시즌 13

우리들의 글루스 Ⅲ에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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