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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liy Nov 20. 2022

미술과 오타쿠와 세계관 #1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

세계관을 새로이 구축하는 일은  가지의 목표를 상정한다. 자신의 신념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 내는 . 세상에 존재한  없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하나부터 열까지 구성하기 위해서 창작자 이자 창조주는 자신의 가치관과 믿음, 심지어는 편견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창조주가 세계관을 위한 신념을 정립하는 데에 일조한 기존의 시스템은 창조주에게  가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선행하는 사회를 그대로 답습함으로써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 되거나, 혹은 극복해야  문제점을 딛고 새로운 이해의 영역을 제공하거나. 개인의 의식 속에서 비롯된 전에 없는 세계는 창조주  창작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세계의 규율과 체계로 자리 잡을  있다. 이처럼 ‘세계관 만들기 무엇을 집어넣어도 창작자가 그리는 이데아의 흐름을 만들기에 용이하다. 만들어진 공간 내부로 진입하는 순간, 객관적인 거리 두기는 불가능해지며 창작자가 주입하는 가치관을 체화한다.


 삭스의 ‘인독트리네이션 센터 그렇게 탄생했다. ‘인독트리네이션센터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  탐사 계획의 형태로 구현된  단지  삭스의 개인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일까? 어린 시절 비롯된 동경과 희망의 영역일까? 그가 나사와 우주를 선택한  앞서 제기한 DIY 세계관의 특성과 관련되어 있다. ‘인독트리네이션 Indoctrinaton’ 신념의 주입과 세뇌, 교화 등을 의미한다. 정당성 검증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는 DIY 세계는 어떠한 레이어를 씌워도 합리적인 규칙이   있다. 게다가 작가가 선택한 우주 탐사의 영역은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기능할  있는 가장 적합한 공간이다.  삭스는 기본적인 정보의 불모지인 우주가 보다 쉽게 변형되고 편집되며 적용된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이용한다.


 탐사 계획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삭스는  다니엘 , 요다 피규어, 어딘가 지저분한 키티 키링  흔히   있는 것들로 정체 모를 형상을 만들어 내었다. 우주에 문외한인 우리는  형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 조차   없고 ‘우주 탐사에는 저런 것들이 필요한가 보구나하며 감탄하며  물건들을 꼼꼼히 뜯어보고 상상한다. 하지만 물건들은 작가가 수집한 정보 값과 그의 상상 또는 망상을 연결하듯이 합판이나 생활 용품, 인형이나 피규어들을 조립한 것일 뿐이다. 모든 것은 철저히 창작자의 공상이 손을 거쳐 물화된 형상이다. 이렇듯 세계관과 창조주는 다수에게 관심이 없다.


 삭스는 위처럼 독단적으로 형성된 세계관을 외부의 대상들에 주입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한다. 영상, 브리 콜라주, NFT, 참여형 프로그램  필사적으로 관객을 세뇌시키고 교육한다. 관객은 다양한 형태로 계속되는  삭스의 주장에  흐르듯 매혹되어 아이디카드를 만든다. 인독트리네이션 센터 안에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싶은 관람객은 아이디카드를 만듦으로써 신분을 입증하려고 노력한다. 세계관이 한번 자리 잡으면  안에서는 모든 행위가 용인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관이라는 매체이자 예술의 양식은 이미 경험한 것을 완전히 다른 경험으로 탈바꿈시킬  있다는 말로 우리를 유인한다. 그래서 관객은 무의식 중에 가상의 인독트리네이션 센터에 몰입할  있었다. 그가 사용한 일상적인 소품들과 정형화된 미술 언어는 우리가 새로운 상상의 세계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완전히 새로운 문법으로 들어왔음을 전혀 모르게 한다.  삭스는 이러한 행위에 ‘교육이라는 이름의 공인된 변명을 붙이면서도 자신이 창조한 세계의 존재에 대해 굳센 믿음을 가진다. 흔들림 없는 작가의 신념 아래 작동되는 가상의 세계는 관객의 무의식을 파고들고  세계의 일원임을 내면화하도록 한다.


21세기의 세계관은 스스로를 창조주라고 믿는 창작자의 자의식이 구성한 가상현실이면서도 자본의 흐름을 위한 교차점의 중심이기도 하다. 전자는 주로 넘치는 상상들을 정리할 공간이 필요한 예술에서, 후자는 시장의 논리로 돌아가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형성된다. 그러나 톰 삭스의 이번 전시가 의미 있는 이유는 자본의 논리를 예술적 의식과 공상을 통해 교묘하게 비틀었기 때문이다. 수집한 정보 위에 상상력을 동반한 살을 붙여 만든 허구의 사료를 바라보며 관객은 그 속에 스며있는 산업화의 잔재를 목격하고, 기계의 생산물로 빈틈없이 직조된 우리의 생활양식을 마주하게 된다. 달을 탐사하기 위해 행하는 절차를 연극과도 같은 영상으로 ‘교육’ 받고 ‘습득’ 하며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기술 식민지를 ‘콜라주’된 또 다른 풍경으로 마주하고 받아들인다. 관객이 체험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톰 삭스가 전 지구의 인류가 만들어 낸 그들만의 생태계를 그대로 답습한 가상 세계 속에서 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처음 경험한 세계에 발들인 관객들은 무의식 속에서 톰 삭스가 구현한 세계를 부유하다 문득 21세기의 산업과 자본을 상기하며 이 모든 것은 개인의 욕망에서 비롯된 역할극임을 깨닫게 된다.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

Tom Sachs Space Program: Indoctrination  

2022. 6. 22. (수) – 2022. 8. 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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