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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liy Jan 18. 2023

강현선 개인전  《포스트미(Post-Me)》

무엇이 나/우리를 나/우리로 만드는가?

강현선 개인전  《포스트미(Post-Me)》

2022. 12. 8 – 2023. 1. 29

아트선재센터


스스로 또는 타인의 관점으로 자아를 규정, 정체화하여 물적 가치를 창출하는 ‘브랜딩’의 시대다. 자아마저 상품화 시키는 거다. 이때 개인은 타인과 타인의 집합 즉 대중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인간상과 특징을 차용하고 모방하여 새로운 개인을 구성한다. 이른바 ‘부캐’를 여럿 생성해 브랜드의 다양성을 더해가는 것이다.  


자아를 투영하며 확장된 삶의 형태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려는 욕망은 아이돌 산업을 통해 그대로 표출됐다. 촘촘히 설계된 세계관과 각 캐릭터를 둘러싼 환경은 개인이 일부러 자아를 탐색하거나 고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한다. 그저 만들어진 브랜드를 소비할 뿐이다. 모두가 선망하는 가치를 내면화한 ‘아이돌 캐릭터’는 우리의 이상향이 되고, 모방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군중 속에서 다수의 시선을 따라 그때그때 다른 인기있는, 멋져보이는 자아를 내면화 한다.


강현선의 아바타인 루시 (Lucy)는 ‘개인’을 너머 보다 거시적인 관심사로 등장한 캐릭터이다. 작가 본인이기도, 작가의 대변인이기도, 불특정 다수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자아이기도 한 루시는 익명의 존재로서 자아의 정체성, 주체성, 의식이 비롯된 근원을 탐색하도록 한다. 아시아 여성 작가와 기획자로, 때로는 제국주의 출신 남성으로, 루시는 자아의 확장을 꾀한다. 개별적인 궁금증을 너머 인간의 세상과 비인간의 세상 또는 사회를 구성하는 제도를 조명하며 개인을 둘러싼 모든 것을 탐구한다. 자아상을 탐구하며 루시는 ‘무엇이 나/우리를 나/우리로 만드는가?(출처: 전시 서문)  라는 질문을 던진다.


루시의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해보면 어떨까?


각자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떤 특징을 가진, 무엇을 바라보는 캐릭터를 만들 것인가?

이름 모를 행성에서 온 미지의 존재일지, 미래를 모르고 소비하는 겁없는 시민일지, 빛을 통제하고 꿈과 현실의 세계를 공명하는 절대자일지, 혹은 아이돌을 좋아했던 학창시절을 그리워하는 평범한 직장인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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