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면 된 거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장기하와 얼굴들, '별일 없이 산다' 中)
이가 아파서 치과에 가지 않아도 되고.
운동과 취미를 즐길 만큼의 건강한 몸이 있고.
정해진 기간이긴 하지만 편히 쉴 집에 살고 있고,
나에게 월급을 주는 직장이 있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뵈러 갈 수 있는 삶.
위에 적어놓은 것들은 한때 내 생활에 고통과 근심을 안겨주었던 일들이다. 그 불편한 시간들이 지나간 뒤 지금의 나는 별일 없이 살아가고 있다. 물론 지금도 몸 여기저기가 툭툭 아파서 짜증이 날 때가 있고, 아직 내 소유의 집이 있는 것도 아니며, 직장에서 그리 잘 나가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드셔 편찮으신 부모님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이런 것들이 일상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니까.
모든 것이 깔끔하게 해결되고 완벽하게 걱정이 없는 삶은 없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근심거리는 존재하고, 그것이 주는 아픔에 조금씩 괴로워하며 살아간다. 다만 일상을 살아가는 데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정도의 걱정과 고통이라면, 그러려니 하며 감내하고 살아가는 것이 보통의 인생이 아닐까.
지금 겪고 있는 이 괴로운 일이 끝나면 여한이 없겠다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그 시간이 지나가면 우린 다른 일을 걱정하며 불행해한다. 그저 아프지 않고, 소중한 이들을 잃지 않으며 소소하게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느끼지 못한 채. 그래서 난 비록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범사에 감사하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보통의 삶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은 우리가 거친 인생을 버텨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자세이기 때문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주문처럼 되뇌어야 할 자기 최면 같은 노래다. 니가 알면 깜짝 놀라겠지만 난 무려 별일 없이 무탈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참 통쾌한 사실일지 모른다. 세상엔 나에게 별일이 생겨 불행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으니 말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시작이 창대했던 만큼 마무리마저도 깔끔했던 멋진 밴드였다. 그들이 남긴 수많은 노래들이 좋았던 이유는, 우리가 인생에서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가사에 녹여 넣으며 듣는 이들의 허를 찔렀기 때문이다. '별일 없이 산다'는 그런 장얼의 매력이 응축되어 담긴 명곡이다.
우리네 인생은 그리 거창하지 않고, 어찌 보면 지루하고 볼품없는 일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지루함이 알고 보면 평화로움이었고, 볼품없음이 소박한 즐거움이었음을 우린 너무 늦게 깨닫는 것이 아닐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모두 오늘도 부디 별일 없이 살아가시기를. 그거면 된 거 아닌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