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환경 중 공간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
전날은 Hard Strike Music Festival (in Seoul land)에서, 오늘은 문경 찻사발축제에서 축제장 자체에 대한 공간특성, 분위기, 연출에 대한 중요성을 배웠다. - 2019.04.28.
문경 찻사발축제를 가기 전날에는 Hard Strike Music Festival에도 다녀왔다.
뮤직 페스티벌의 성지 잠실 종합운동장의 사용이 불가함에 따라 뮤직 페스티벌들의 장소가 변경이 되었는데 그중 3개의 EDM 페스티벌이 서울랜드로 들어갔고 그중 첫 번째 페스티벌이기에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공교롭게도 Hard Strike Music Festival과 문경 찻사발 축제, 두 축제에서 배울 점이 모두 축제 공간의 중요성이었다.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테마파크에서 진행된 열정적인 EDM 페스티벌과 고즈넉한 한옥 속에서 차분히 차를 마시는 찻사발축제, 공간과 축제가 시너지를 발휘하여 장관을 연출해내었다.
공간과 기획의 올바른 만남이었다.
Hard Strike Music Festival은 입구부터 페스티벌과 코끼리열차로 페스티벌의 설렘과 텐션을 올려주었다.
코끼리열차를 타고 가는 동안, 그리고 내려서 축제장으로 가는 동안 서울랜드의 여러 시설물들을 지나 축제장으로 가는 동안 테마파크의 설렘과 페스티벌의 설렘이 더해져 텐션을 이끌어내는 역할도 하였다.
서울랜드 내에 위치한 축제장이라는 특성 때문에 축제장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이러한 설렘과 텐션이 이어졌다. 특히 축제장에 가까워지면질수록 축제장에서 나오는 EDM 소리가 점차 커졌고, 환상적인 테마파크의 공간과 화려한 옷을 입은 페스티벌러들과, 쿵쿵 터지는 EDM소리 3박자가 어우러지며 축제장에 들어가기 직전 설렘은 최고조가 되었다.
그렇게 최대화된 설렘은 축제장에 들어섰을 때 최대치의 만족과 텐션으로 바뀌었고, 축제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는 요인이 되었다.
문경 찻사발축제도 마찬가지로 축제장 가는 길부터 축제의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축제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짧진 않았지만 자연으로 꽉 차있었고, '문경새재 과거 길'이라고 적힌 비석을 본 순간 기꺼이 먼 거리를 감수할 만한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전날은 축제장 가는 길이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면, 문경 찻사발 축제장으로 가는 길은 고즈넉한 자연을 거닐며 축제장으로 가는 길에는 여유로 가득 차 있어 설렘을 느끼면서도 흥분되기보다는 차분히 축제를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두 축제 모두 해당 축제에 더욱 몰입될 수 있는 요소가 축제장 가는 길부터 나타난다.
이것에는 따로 기획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축제와 잘 맞는 공간 안에서 축제를 진행했을 뿐이다.
축제장 가는 길은 축제는 아니었지만 기획하지 않은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축제를 더욱 빛나게 해 주었다.
하늘에서 찍은 축제장 전경이다.
그야말로 자연 속의 한옥 동네에서 진행된다.
자연 속 기와집에서 찻사발을 보고, 자연 속에서 차를 마시니 고즈넉한 그 옛날 양반이 된 느낌이었다.
사실 아래에서 다룰 예정이지만 축제장 가는 길에서 쓸 대 없는 몽골텐트가 정말 많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축제장 안에서 만큼은 인위적인 소품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모든 찻사발 전시를 기와집 내부에서 한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
문경 찻사발 축제는 찻사발 장인 한 명 당 기와집 한 채를 모두 이용하여 찻사발을 전시했다.
대부분의 축제에서 콘텐츠를 진행하려면 필수로 들어가는 것이 몽골텐트나 캐노피 천막이다. 하지만 기와집이 많은 문경 찻사발 축제장의 기존 자원을 이용하여 기와집 내부에 찻사발을 전시하였고, 축제 참가자들로 하여금 장인의 기와집에 들러 찻사발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였다.
기와집 마당에는 듀라 테이블이 사용되었지만 모든 테이블에 테이블보를 얹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과 동시에 찻사발을 돋보이게 해 주었다.
아름다운 찻자리장 또한 원형 테이블과 고급스러운 테이블보, 테이블별로 다르지만 아름다운 데코레이션으로 고급스럽게 연출을 하였다.
행사장 전체적으로 연회장 분위기였지만 차를 온전히 조용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 하에서 모두가 자연과 차를 조용히 만끽할 수 있었다.
다만 의자와 곳곳에 있던 캐노피 천막이 옥에 티였지만 그런대로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는, 차를 즐기기 아주 좋은 공간이었다.
공간 안에 사람이 있기에 공간 연출에는 사람 연출도 들어간다.
왕의 찻자리, 사기장의 하루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축제장 곳곳에서 옛날의 의상을 재현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공간과 함께 옛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예전 모습을 그대로 한 다리와 연못 등 축제장 전반적으로 옛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 옛날의 여유롭고 한적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다도를 최대한 만끽할 수 있었다.
축제가 전통과 여유로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축제이고 축제장 또한 그러한 점을 더욱 강화시켜주기에 축제장 안에서만큼은 전자기기와 버라이어티 한 쾌락보다는 차분히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축제장으로 가는 길에는 인위적인 요소가 매우 많았다.
지역 특산품을 파는 몽골텐트가 쭈욱 늘어서 있었고, 가로수 배너가 나무마다 달려있었다.
물론 현대 지역 문화관광축제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지역상권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역 문화관광축제에선 지역특산품, 귀농 등 다양한 부스가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역시 문경 찻사발 축제에도 그러한 부스가 있었다. 길고 길었던 축제장으로 가는 길 중 일부분에 불과하였지만 자연을 만끽하며 가다가 이러한 인위적 요소 때문에 자연이 가려지면 짜증이 났던 건 어쩔 수 없었다. 가는 동안 지역주민이 "온통 시장바닥이네" 라고 한 말을 들으며 큰 아쉬움이 생겼다.
지역 부스는 아쉽지만 이해를 했다면 강가 주변 나무마다 달린 가로수 배너는 이해를 못할 정도였다. 가로수 배너의 목적인 축제 홍보나 동선 표시에 비해 훨씬 과도하게 많은 수의 양이 쓰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배너와 가로수 배너에 가려져있었다.
아름다운 자연을 온전히 만끽하려면 인위적인 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것을 축제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축제장 밖에 한 것은 잘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많은 수는 안된다. 축제장으로 가는 길의 효과를 생각하여 꼭 필요한 수의 인위적 요소만을 배치한다면 축제장으로 가면서 축제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를 할 것이다.
축제장 내부에서는 두 가지 아쉬운 요소가 있었다.
문경 찻사발 축제는 전통과 자연, 여유가 강점인 축제이다.
이번 축제에서는 여러 개의 Mission Zone이 있었다. 스탬프렐리와 IT기술을 접목시켜 'Only One 문경'어플을 이용해 Mission Zone의 QR코드를 찍거나 문제를 풀면 상품을 주는 아이템이다. 아이템 자체는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축제 공간이 매우 좋은 축제에서까지 시선을 휴대폰에 빼았겨야 했을까.
또 하나, 축제장 내부에도 몽골텐트가 있었다. 사실 여러 가지 인위적인 요소가 있었다. 콘텐츠를 진행하기엔 아직 몽골텐트 만한 것이 없나 보다. 그래도 인위적인 요소들을 한 곳에 모아놓으려는 시도는 참 좋았다. 물론 설치 해체 등의 운영상 이유였겠지만 축제장 다른 공간에서는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물론 이 위로 쓰였던 자연을 돋보이게 인위적인 요소를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문경 찻사발 축제와 같이 축제를 돋보이게 해주는 장소적인 특성이 아름다운 자연일 경우에 해당한다.
각 축제는 각 축제에 맞는, 그리고 축제 공간에 맞는 환경을 구성해야한다.
만일 가상공간과 기술을 중심으로 한 축제일 경우 온갖 기술과 인위적 요소들로 축제 공간이 가득 차야 할 것이다.
축제 공간에 대한 중요성은 여러 논문과 전문가들의 말에서도 나타난다.
이번에 Hard Strike Music Festival 뿐만 아니라 World DJ Festival(이하 월디페) 또한 서울랜드에서 진행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서울 장미축제 연출 감독, 서울 둘레길 축제, 사장들의 신년회 등 다양한 축제 및 행사를 기획한 문화기획자 전병관 님의 월디페 후기를 볼 수 있었다. 전병관 님은 페스티벌에서 관객 경험 요소를 몰입감, 멤버십, 편의성 이 세 가지로 함축하였는데 이 멤버십에서 축제 공간인 서울랜드에 아쉬움을 표했다.
20대 이상만 참가 가능한 '젊은 우리들만의 축제'가 유모차와 가족 관객들이 현존하는 공간에서 이루어졌고 이전의 뮤직 페스티벌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누구에게나 말을 걸고 같이 놀 수 있었던 멤버십'을 느끼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https://www.facebook.com/byeonkwan.jeon/posts/2547799875254360)
맞는 말이다. 축제와 기존 공간은 컨셉이 다르고 핵심 가치가 다르고 오는 사람이 다를 수 있다. 해당 게시글에서는 그 공간에 오는 사람들까지 고려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뮤직 페스티벌과 테마파크가 분위기에서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해도 오는 사람의 차이로 인하여 멤버십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역축제(김창수 등 9인, 대왕사, 2013)에 따르면 무형적인 속성의 서비스에선 환경 단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서비스에서 물리적 환경은 소비자들의 기대와 서비스 수행, 서비스의 질, 기업의 능력, 효율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즉 물리적 환경 안에 포함된 환경적 요인(공기질, 향기, 소음 등 배경적 조건), 디자인 요인(아름다움, 기능 등 눈에 보이는 모습들), 사회적 요인(관객, 서비스 종업원 등 환경 속에 있는 사람들)이 해당 상품의 인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역축제 또한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있으며 축제의 환경에 대한 평가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방문객들은 실망하게 되고 결국 지출 의사와 재방문의사가 낮아진다고 한다. 축제에서 물리적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당 축제는 축제 공간 분위기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쓴 글이기에 다른 여러 관점들 (의전, 먹거리, 경험 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의 축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볼 만한 이슈로 글을 쓰는 축제 여행자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