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eyeon Dec 20. 2023

협업을 설레게 하는 개발자들

어떤 개발자랑 같이 일하고 싶은가

 커뮤니티나 SNS에 '함께 일하기 싫은 사람의 특징' 같은 것이 많이 공유되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욕을 남기기도 하고 자신의 동료가 바로 그 사람이다 라고 적기도 합니다. 본디 부정적인 기억은 행복한 기억보다 강렬하기 때문에 더 오래가고 잊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억은 떠올릴 수록 강화되기 때문에 저는 부정적인 기억을 되새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비스 기획자 또는 PM이 가장 밀접하게 일해야하는 직군 중 하나인 '개발자'와 협업한 경험을 떠올리며 어떤 개발자와 함께 일할 때 즐겁고 설렜나? 를 생각해봤습니다. 


1. 프로덕트와 비즈니스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개발자

 처음으로 스타트업에 입사한 후, 함께 일하게 된 개발자분들과 일하게 되었었습니다. 기존에는 주로 쇼핑몰에서 온라인마케터나 MD로 일을 했기 때문에, 개발자와 직접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처음 만난 개발자 분들은 매우 열정적이셨습니다. 방 한칸 크기의 작은 사무실에서 10명도 안되는 인원으로 모 기업의 이사를 맡고 계신 대표님과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 갔습니다. 

 앱 서비스 개발을 준비하는 시점에 매주 모든 직원이 모여 아이디어를 고민해서 나누는 시간을 1~2시간씩 가졌습니다. 대표의 지시가 아니라, 직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자율적으로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개인 업무 시간이 뺏긴다고 느낄 수도 있었을텐데, 각자 업무 영역에서 새로 나온 기술, 툴, 방법론, 트렌드를 소개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도입해야 할까 무엇이 우리와 맞을까 고민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회사에 가는게 설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메인 화면의 큰 배너와 하단의 작은 배너 중 무엇이 더 클릭율이 높은지 알고 싶다고 하면 같이 GA, GTM 을 공부해서 스크립트를 수정하고 지표를 추적해서 결과를 확인하고 함께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서비스기획자 채용이 지연되어 당시 마케터였던 제가 일부 화면이나 Push flow 기획을 하게 되었을 때 계속해서 함께 논의하고 의견을 주고받아 어떻게든 개발을 완료했던 기억이 납니다. 

2. 놓쳤거나 몰랐던 부분에 대해 먼저 개선안을 제안하는 개발자

 두번째 스타트업에서는 마케터에서 서비스기획자로 직무를 전환하고 처음 맡는 업무들이라 부족한 점도 많고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개발자들은 기획서가 나오면 내용을 보고 먼저 개선안을 제안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러 저러한 기능이 있는데 이런 예외케이스도 발생할 수 있으니 이런 기능도 넣으면 어떨까요? 라던가 이런 UX는 이렇게 만들면 좀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같은 식으로 다양한 개선안을 주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 예외케이스는 제가 생각하지 못했네요 추가하겠습니다! 라던가 이 UX는 이런 의도가 있고 요즘 사용자는 이러 저러한 방식에 익숙해서 이대로 가는게 좋겠습니다 와 같이 더 나은 기능을 기획하거나, 상세한 제 기획 의도를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3. 왜? 를 묻고, 왜?를 설명해주는 개발자

 마지막으로 궁금해하고 궁금한 것을 알려주는 개발자입니다. 한 번은 기획서 파일을 슬랙으로 공유하자, 다음 미팅에 기획서를 프린트해서 한장 한장 꼼꼼히 읽고 궁금한 부분에 밑줄과 동그라미를 쳐서 가져온 개발자가 있었습니다. 미팅이 끝난 후에도 남아서 다른 궁금한 것들을 물어가며 기획 의도와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또 이 기능은 산정된 기간 대비 효율이 좋지 않아 구현하기 어려우니 이러 저러한 기능으로 대체하면 어떨까요? 무엇이 어떤 이유로 수행하기 어려운지 그리고 대안은 무엇이 있는지를 명료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어느 IT기업에서건 개발자와 함께 일하게 되기 마련이며, 특히 PM이나 서비스기획자에게는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동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협업을 하면서 소통이 너무 힘들고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개발자들도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것을 즐겁게 한 개발자들도 정말 많았습니다. 가족을 제외하면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직장 동료입니다. 우리는 상하 관계나 적대 관계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수평적인 동료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즐거웠던 협업 경험을 공유하고 어떤 업무 방식이 효율적인지, 어떤 태도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를 더 많이 알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