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살 생애 처음으로 스키를 타러 갔다. 이 몸이 더 늙기 전에, 더 굳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결과는? 진짜 학을 뗐다.
리프트에서 내리자마자 잘못된 결정인 걸 바로 알았다.
뒤로 돌아갈 수도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순간, 나의 무모한 도전에 진절머리를 쳤다.
무서워서 덜덜 떨고 있는데, 강사가 한참 앞에서 날 보고 내려오라고 했다. 네?? 진심인가 싶었다. 어~ 어~ 하면서 바로 미끄러져 넘어졌다. "어머니 일어나세요!!" 날카롭게 소리를 지른다. 아니, 어떻게 일어나란 말인가. 일어날 수가 없다. 내 몸이 이렇게 무거웠나.
설상가상으로 스키화도 장비에서 떨어졌다. 강사의 짧은 한숨소리도 들린다.
이걸 내려갈 때까지 무한 반복한 거다. 내가 미친년이지. 언제 내려가나. 도대체 언제 내려가나. 드디어 땅바닥에 도착했을 때 살았구나 싶었다. 3시간 끊었지만 다시는 올라가지 않았다.
그런데.. 두 달 뒤에 스키장을 다시 갔다. 역시 나는 미친년이 맞다.
두 달 전, 밤새도록 끙끙 앓아가며 잤는데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다음에 또 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리고 두 달 뒤 저녁에 온 것이다.
이번에는 야간 스키. 얼어서 설질이 안 좋은데도 신랑의 일대일 지도로 혼자서 타는 데까지 성공! 거의 기어서 내려오는 속도다. 속도감 제로. 커브 이런 거 없다. 오로지 직진. 그래도 넘어지고 일어나고, 넘어지고 일어나길 반복했던 두 달 전보다 발전했다.
신랑은 내가 잔뜩 얼어서 내려오니 그렇게 타면 재미가 없다고.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더 연습하자고 했지만, 놉!!! 오늘은 여기까지. 리프트 2번 탔으면 됐다.
신랑은 내가 재미 느끼려고 스키를 탄다고 생각했나 보다. 아니다. 나는 도전하고 싶었다.
자고 일어나니 오늘은 오른쪽 다리가 굽혀지지 않는다. 파스로 도배를 했다. 내년 겨울에는 커브에 도전할 것이다. 인생은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