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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지 Jan 29. 2020

처음 쓴 출간 기획서 2

참고한 책들

무엇을 쓸까


타고난 이야기꾼이 아니고서야 다들 비슷한 과정을 거쳐 진짜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중도에 단념하거나 잠시 꿈을 접어 두는 경우도 많았지만 도전의 과정은 하나같이 치열했다. 출판사의 세 번째 메일을 받지 못한다면 제안 메일의 설렘은 바로 좌절로 이어질 터였다. 목차와 샘플 원고라, 무엇부터 해야 하지? 출판사에서는 내 브런치 북 『아들 엄마 독서 분투기』를 보시고 연락을 주셨다. 부족한 글이었기에 출간 여부를 논하는 내용도 아니었다. 다만 글을 더 발전시켜보면 어떻겠냐고 조언하셨다. 내가 할 일은 콘셉트를 더 구체화시키고, 더 긴 흐름으로 분량을 늘리는 것이었다. 자문자답을 시작했다.



Q: 처음에 그 브런치 북을 왜 발행했지?
A: 연말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려고.
Q: 왜 아들과 책 이야기를 썼지?
A: 아이가 나한테 자꾸 뭘 물어보는데 제대로 답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거야. 아이가 호기심을 갖는 모습이 기특했고 엄마로서 그 애를 돕고 싶었어. '왜 미국은 잘 살아요?' 이런 질문을 하면 나도 왜 그런지 궁금했고. 그래서 시작한 독서가 이제는 내 취미가 되어 버렸네. 지난 몇 년간 가장 매진했던 일이 육아와 독서야.
Q: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아님, 네 글을 돈 주고 읽을 사람이 있을까?
A: 글쎄.


피 같은 돈을 내고 내 글을 사 볼 사람이 있을까? 공짜면 몰라도. 하지만 내 뇌구조 한가운데에 아이와 책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나는 그 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왔으니 자신감을 갖기로 했다. 적어도 내 아이와 내가 읽은 책에 관해서라면 쓸 수 있다, 지금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주제를 잘 잡고 구성을 잘 해 보자, 아들 / 관계 / 독서 / 이해 / 성장 쪽으로 초점을 맞춰 아는 만큼만 써 보자고 생각했다. 출판사에 글을 보내는 걸 '투고'라 하던데, 그런 거창한 말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출판사에 기획서와 샘플 원고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참고한 책들


참고서가 필요해진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 쓰기와 출간을 다룬 책은 수없이 많았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과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같은 '쓰기'의 고전이 즐비한  800 번대 문학 서가를 지나,  '출간' 프로세스를 소개하고 노하우를 알려주는 실용서를 찾으러 011~013 번대 서가로 갔다. 멈춰 서서 신간 위주로 살펴봤다. 대개 "콘셉트와 독자 확정 / 목차 짜기 / 원고 쓰기 / 투고 / 계약 하기 / 홍보 "를 다뤘고 저자에 따라 세 종류로 나뉘었다.  




1. 책 쓰기 전문가가 쓴 책 


책 쓰기 강의를 진행해 온 전문가들이 '이렇게 쓰면 한 권 뚝딱 만들 수 있다!' 고 홍보한다. 책 쓰기도 테크닉이라면서 원고의 구조, 형식, 문단 배치 기술 등을 설명하여 인상적이었다. 정말 단 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길 바란다면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도 방법일 듯했다.



  

2. 작가가 쓴 책


『예비작가를 위한 출판 백서 : 기획출판부터 독립출판까지, 내 책 출간의 모든 것』의 저자 권준우 님은 현직 의사이자 작가이다. 저서 중 두 권은 기획출판에 성공했고 스노보드 경험을 쓴 『눈을 만나다』는 자비 출판했다고 한다. 투고와 좌절의 경험을 적나라하게 써서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을 깨 주었다. 편집자들이 『눈을 만나다』원고의 출간을 꺼렸던 이유는 유용하거나 재미있거나 둘 중 하나는 만족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기억에 남았다. 출간뿐 아니라 전자책과 독립출판, 출간 후 홍보도 간략히 소개해 유익했다. 입문서로 딱 좋았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으로 유명한 임승수 님의 책『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 책을 쓰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은 공학도가 사회과학서를 쓰는 작가가 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저자의 다작 경험과 여러 작가 · 편집자의 실제 사례가 실려 있었다. 핵심은 역시 '독자에게 선택받을 책'을 써야 한다는 것. 한 번에 긴 글을 쓰려면 막막할 테니, 주제를 잡고 관련 자료를 조사한 후 A4 용지 4장짜리 글 25편을 묶는다는 생각으로 쓰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샘플 원고의 분량은 대개 100페이지 정도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독자가 내 책을 읽는 며칠이 그의 인생에서 그래도 조금은 기억에 남는 며칠이 되기를 바라며 쓰는 것이다.『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 책을 쓰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 임승수 저, 한빛비즈, 91p


A4 용지 100장을 25개로 나누면 한 작품에 A4 용지 4장이다. A4 용지 4장 정도 호흡이면 대중서로서 너무 장황하지 않고, 그렇다고 허전하지도 않게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봤다. (...) 느닷없이 A4 용지 100장을 쓴다면 숨이 막히겠지만, 하나의 예술 작품에 대해 A4 용지 4장까지 글을 쓰는 것은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도서관에서 해당 예술 작품을 만든 작가에 관한 책을 조사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양한 자료들을 숙지한다. 확보한 자료를 숙지해서 나의 목소리를 담아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어느덧 근사한 한 편의 글이 된다.  121p




3. 편집자, 기획자 등 출판 관계자가 쓴 책


누구나 SNS에 글을 쓰고, 원고만 넘기면 자비 출판도 가능해진 시대. 저자가 되고자 하는 대중의 요구에 발맞춰 현직 에디터들이 출간한 책들이 눈에 띄었다. 저자마다 개성은 다르지만 목차는 대동소이했다. 읽게 쉽게 써서 페이지가 잘 넘어갔다.『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 쓰기 기술』은 친절하고 자세했다. 브런치 작가이기도 한 정혜윤 님의『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 궁금하지만 물어볼 수 없었던 작가와 출판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중에서도『기획자의 책 생각』은 많이 읽혔는지 표지가 나달나달했다.


책은 철저히 기획되어야 한다. 무엇을 쓸 것인지(출발점), 누가 읽을 것인지(도착점)를 잇는 선명한 일직선을 그을 수 있어야 한다. 『기획자의 책 생각』, 이정훈, 김태한 저 , 책과강연, 15p


제목, 장제목, 소제목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물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상류의 주제가 명확하면 흐름은 절로 이어진다. 물이 흐르다 강이 된 것이지, 강을 파서 물을 흘려보내는 일은 없다. 85p


책을 마치 한 사람과 1대 1로 대화한다는 감각으로 써보라. 이렇게 독자층을 좁혀놓으면 과연 읽을 사람이 있겠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모두가 읽을 수 있는 두루뭉술한 책을 쓰는 것보다, 독자를 구체화하여 책을 선택할 분명한 이유를 만드는 것이 판매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101p


무엇보다 정상태 님의『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 : 투고의 왕도』가 큰 도움이 됐다. 가장 얇았지만 앞서 읽은 모든 내용이 함축되어 있었다.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예비 저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나는 이 책이 하라는 대로 출판 기획서를 써 보기로 했다.


왜 투고하려 하는가?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는가? 어떤 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 : 투고의 왕도』정상태 저 , 유유, 16p


콘셉트가 독창적이고 흡인력이 있는가? 저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는가? 독자들이 쉽게 접해 보지 못한 사례가 풍부하게 제시되고 있는가? 최신 자료들을 충분히 참고했는가? 저자의 주장과 자료는 신뢰할 만한가? 저자가 해당 분야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 유사한 콘텐츠를 다른 경로(특히 인터넷 검색)로 더 쉽게 얻을 수 있지는 않은가? 저자의 직접적인 경험이 녹아 있는가? 진정성이 있는가? 공공 윤리에 위배되지 않는가? 휘발성이 강한가? 지속 가능한가? 시기와 유행에 좌우되는가? 56p


책으로 나올 경우 이 콘텐츠를 돈 내고 사 볼 독자가 있는가? 있다면 그들은 어디에, 얼마나,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가? 해당 독자층의 도서 구매력, 도서 구매 패턴은 어떠한가? 독자는 만족스러운 효용을 얻을 수 있는가? 새로운 독자가 유입될 여지가 있는가? 즉 확장 독자를 이해할 수 있는가? 저자에게 높은 충성도를 가진 예상 독자(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상의 팔로워,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는 강연 참석자 명단)가 시장에 있는가? 독자는 저자를 알고 있는가? 그들이 저자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서점에서 또는 언론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가?" 57p



- 3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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