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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상하는 토끼 Nov 05. 2023

한 걸음을 응원해

성장의 원리

끝이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무게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pt 선생님은 3세트 더 남았다고 한다. 애원하듯이 말했다.

“저 못해요ㅠㅠ”

“아니에요~ 회원님은 하실 수 있어요! 회원님, 학생이 과제 어려워서 안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전 하지 말라고 할 거예요ㅠㅠ”

“그 학생이 해낼 잠재력이 있는 학생이라면요?”

“저는 잠재력이 없어요ㅠㅠ”     


이 대화를 듣던 다른 회원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지만, 나는 진지했다. 잠재력 라이팅이 얼마나 사람을 자괴감 들게 하는지 안 당해본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pt 선생님은 늘 나의 잠재력을 높이 보고 목표를 잡는데, 시작부터 그 목표에 압도된다. 구차하게 타협해서 목표를 수정하더라도 성취감은 적고 내 끈기를 의심하게 된다.      


pt를 하기 전에, 근력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다. 미용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시작했고, 좋은 운동습관을 기르고 싶었다. 급격하게 몸에 변화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없었다. 초기 상담에서 이런 상태를 말했지만, pt 선생님은 익숙한 자신의 방식대로 했다. 이상적인 몸과 운동량에 대한 기준이 있고 거기에 맞춰서 나를 끌어올리려고 하셨다.     


가령 개인 운동으로 스쾃 100개 했다고  선생님에게 자랑스럽게 말하면, “혹시 그것만 하신 거 아니죠?”라며 찬물을 끼얹는다.

“아니, 과거의 저는 하나도 안 했는데, 했잖아요! 발전했다는 걸로 저는 만족해요!”

“아니요, 회원님은 더 할 수 있는 사람인데 거기서 포기하신 거예요~”

이런 식의 대화가 빈번했다.      




산 입구에서부터 내 속도에 맞춰 올라가고 있는데, 산 정상에서 코치가 여기까지는 올라와야 한다며 계속 부족하다는 메시지만 주니, 올라갈 힘이 안 났다. 그런데 그 코치를 마냥 탓할 수 없다. 사실 내 안에도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도 내가 내딛는 한걸음에 집중하고 응원하지 못했다. 외부의 목표에 도달하는지만 바라봤다. 도달해야 잘한 거다. 산 입구에서부터 내딛는 한 발과 산 정상 직전에 내딛는 한 발은 결국 같은 걸음이다. 그 한걸음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게 결과인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잘했다고 하지 못했다. 내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무의식적 신념이 드러났다.


좋은 선생님이 되는 비결은 학생의 입장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장담한다. 나는 pt 하면서 느꼈던 모든 교훈을 수업현장에 바로 녹여냈다. 우선 학생들에게 pt 하면서 힘들었던 심경을 토로하고 혹시 나도 똑같이 한 게 있다면 회개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몇몇 학생들이 신나게 나를 고발했다. “어 그거 선생님이 자주 하는 거잖아요! 한 문제 풀라고 하셨는데, 하나 겨우 풀고 나면 너는 다음 단계도 풀 수 있다면서 더 풀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단계를 더욱 세분화시켜서 학생들이 자신에게 적절한 난이도와 양을 풀 수 있도록 학습 자료를 만들었다.      


수행평가를 채점하면서도 내 안에 변화를 느꼈다. 이전 수행과 비교해서 조금이라도 오른 학생에게 진심으로 칭찬하게 되었다. 사실 그전에는 “잘했는데, 더 올리자!”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현재 자기 위치에서 내딛는 한걸음에만 초점을 맞춰서 적절한 과제를 제공하고 응원하니깐 확실히 변화가 일어났다. 손 놓고 아무것도 안 하던 학생이 질문 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학습 과정에 집중해서 발달을 포착하고 피드백하는 것, 과정 평가를 교육학에서 중요하게 다룬다. 임용 시험 볼 때 머리로 맞췄던 과정 평가의 의미를 이제야 몸으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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