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느낀 세 가지 아쉬움
방송작가들이 가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 1순위가 MBC <무한도전>이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이유는 꽤 단순했다. 프로그램 제목이 ‘무한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즉 무엇이든 하고 싶은 걸 시도할 수 있기에, 제약된 구성이 없으므로, 원 없이 해볼 수 있어서.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놀면 뭐하니?>도 꽤 비슷하다. ‘놀면 뭐 하느냐’라는 말은 곧 ‘놀 바엔 뭐라도 해 보자’라고 해석할 수 있으니, 이 프로그램 역시 뭐든 가능하다. 이미 프로그램에서도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작은 릴레이 카메라였지만, 현재엔 음악을 소재로 한 ‘유플래쉬’, ‘뽕포유’ 등 다양한 코너가 생겨났다.
형식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고, 그 안에 등장인물만 바뀌는 여타 예능 프로그램과 <놀면 뭐하니?>는 확연히 달라 새롭게 다가옴과 동시에 늘 도전하던 <무한도전> 향수를 충족시켜 줬다. 또한, ‘릴레이 카메라’ 방식을 취하면서 제작환경 역시 크게 달라졌다. 눈에 띄게 촬영 인원을 감축시켜, 예능이 익숙하지 않은 출연진들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어떠한 시스템을 새롭게 탈바꿈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듯 <놀면 뭐하니?>는 분명히 유의미한 가치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완벽할 수는 없는 법. 개인적으로 약 10회 동안 진행된 <놀면 뭐하니?>에서 느낀 아쉬운 부분 3가지를 꼽아 보려 한다.
[고정 출연진이 주는 기대감이 사라졌다]
물론 확장성도 좋지만, 유재석을 제외하고는 언제 등장해도 또 언제 사라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케미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한 회차 내에서는 어떤 출연진들의 모습을 보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둘의 모습을 다음 회차에서도 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일까, 개인적으로 ‘유플래쉬’가 더 좋다. 처음부터 유재석과 함께 이적, 유희열이 등장했고, 이후에도 계속 3인 체제가 유지됐다. ‘다음에도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라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미래가 주는 안정감이 꽤 좋다. (원래 사람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으면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놀면 뭐하니?>의 가장 큰 줄기인 ‘릴레이 카메라’에서는 유재석을 제외한 고정 출연진이 없고, 자연스럽게 기대할 케미 역시 사라져 아쉬울 따름이다. ‘릴레이 카메라’를 모두가 함께 지켜보던데, 그렇다면 지켜보는 이들만이라도 조금 정해져 있으면 어떨까. 카메라 시작점을 두 명으로 늘린다거나 하는 방법을 취해 ‘유플래쉬’처럼 2~3명 정도는 고정된 멤버가 있어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유플래쉬’가 좋은데…]
이토록 쉬우면서 전문적이고 편안한 음악 예능을 본 적이 있을까. 그나마 JTBC 음악 예능 <비긴 어게인>이 떠오르지만, 결이 조금 다르다. <비긴 어게인>은 멋진 장소에서 버스킹을 진행한다. 여행과 음악이 주는 설렘이 합쳐진 예능인 반면, <유플래쉬>는 좀 더 음악 자체를 들려준다. 각각의 악기에 집중하고,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아주 섬세히 보여준다. ‘뮤지션들’에게는 일상일 수 있으나, 단순히 ‘리스너’로 살았던 시청자에겐 무척 신선하게 느껴진다. 완성되기 전 음악을 들어볼 일이 흔치 않으니까. 문제는 나는 ‘유플래쉬’가 좋은데, 언제 ‘유플래쉬’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짧게 쪼개서 회차마다 내보내는 것은 나 역시 찬성하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보지 않는다면 오히려 몰입도가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식단표처럼 한 달에 무엇이 나올지 달력에 짧게 키워드로 적어 공개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한 달 일정을 미리 알려준다면 기대감은 더욱 고조시키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코너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불안감은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다음 화 예고편을 제외하고는 알 수가 없어 조금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유튜브로 가서 보세요?]
<놀면 뭐하니?>는 처음에 유튜브에서 공개됐다. 나 역시 그 당시 유튜브로 꼬박꼬박 챙겨보았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는 트위치라는 플랫폼을 활용하기 때문에, 생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미리 방송에 참여할 수 있다. 유튜브나 다른 매체에서 보던 것을 TV 프로그램으로 다시 보는 것은 익숙하고 퍽 자연스럽다. 그런데 TV에서 보던 시청자를 유튜브로 함부로 보내도 될까? 유튜브나 트위치를 이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 TV를 보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반면에 프로그램을 TV로만 보는 시청자에게, 또 그것이 익숙한 세대에게 ‘이 부분은 유튜브에 올려놨으니, 당신들이 찾아가서 봐라’는 미션이 쉽게 여겨질까. 물론 <놀면 뭐하니?>가 설정한 타겟층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유튜브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분명 아닌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들이 소수라고 함부로 배제해도 되는가’란 의문이 생긴다. 특히나 공영방송 특징을 지닌 MBC에서 말이다.
아쉬운 부분을 몇 가지 언급하긴 했지만, 앞서 언급했듯 <놀면 뭐하니?>는 이미 그 자체만으로 분명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다. 나 역시 아마도 이번 주 토요일에 변함없이 또 시청할 것이다. 애청자와 그들의 팬으로서 <놀면 뭐하니?>가 예능 맛집인 MBC의 NEW 메뉴를 넘어 HOT 메뉴로 등극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