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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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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시청자 Jul 18. 2019

오직 ‘아이돌 라디오’에만 있는 것

아이돌의, 아이돌에 의한, 아이돌을 위한

현존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들과 결이 다른 특별한 라디오가 MBC에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아이돌 라디오>이다. 프로그램 제목부터 라디오가 들어갔는데, 얼핏 보면 전혀 라디오 같지 않은 이 친구. 과연 어떤 부분이 다른 걸까. 눈에 띄는 차이점은 역시 두 번 방송된다는 사실이다. 보통 라디오는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된다고 해도, 음성과 영상이 동시에 송출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이돌 라디오’는 오후 9시에 네이버 ‘VLive’ 플랫폼으로 생중계된 후, 라디오로는 MBC 표준 FM에서 새벽 1시부터 2시 사이에 들을 수 있다. 이렇게 플랫폼 분리와 같이 눈에 보이는 변화뿐만 아니라 구성과 내용 면에서도 독특한 부분이 꽤 많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들이 <아이돌 라디오>를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어 주었는지, 한번 꼼꼼하게 살펴보겠다.     



우선 아이돌 라디오에는 아이돌밖에 없다. DJ는 비투비 멤버 정일훈이고, 게스트 역시 아이돌만 출연할 수 있다. 라디오 DJ가 아이돌인 경우는 많으나 (블락비 멤버 박경도 ‘꿈꾸는 라디오’에서 DJ로 활약하고 있다) 게스트도 아이돌만 나올 수 있게 못 박은 프로그램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바늘 가는데 실 따라간다고. 팬들도 와서 볼 수 있게 오픈 스튜디오에서 방송이 진행된다. 게스트 입장에서 눈앞에 자신들을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어서 그럴까. 한결 편안해 보인다. 게다가 DJ를 맡은 사람 역시 동종업계 종사자인 아이돌이기 때문에, 게스트로 온 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원래 사람은 그 처지가 되기 전엔 알지 못하는 게 있지 않은가) 그렇다 보니 불편할 수 있는 질문은 애초에 하지 않고, 무리한 요구 또한 없다. 따라서 분위기는 자연스럽고, 덩달아 보는 시청자 역시 그저 즐길 수 있다.     


댄스 장면을 캡처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처음 언급한 바와 같이 <아이돌 라디오>가 생중계되는 플랫폼은 영상에 특화된 네이버 VLive이다. 따라서 기존 라디오가 음성에 집중했다면, <아이돌 라디오>만큼은 볼거리에 힘을 쏟는다. 모두 다 착석한 채로 시작하는 다른 라디오와 달리, 아이돌 라디오에서는 멤버 한 명, 한 명이 마치 레드카펫을 입장하는 양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한다. 또한 원래 라이브가 당연한 것처럼 이 프로그램에서는 댄스 메들리가 진행된다. 이렇듯 구성부터 아이돌에게 특화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제작진들 역시 아이돌과 팬을 많이 배려하고 신경 쓰는 것이 느껴진다. 공식 SNS를 통해 게스트들이 예쁘게 나온 사진을 고화질로 업로드하며, 영상 역시 단순히 Full 버전만 올리는 게 아니라 핵심 장면을 클립으로 만들어 제공하기 때문이다.     



보통 라디오에서 광고 타임은 여느 광고와 마찬가지로 그저 지루할 뿐이다. 만약 보이는 라디오라면 DJ와 게스트가 짧게 사담을 나누는 게 보이기도 하는데 궁금증만 유발되고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돌 라디오>는 광고마저 색다르다. 우선 광고 첫 시작이 아이돌 홍보라니, 말 다 한 것 아닌가. 멤버 중 한 명이 그룹의 컴백 소식을 알리고, 신곡이 광고로서 재생된다. (이런 광고는 처음이야) 자 그렇다면 광고가 나가는 동안 게스트는 무얼 하느냐. 다른 라디오와 마찬가지로 DJ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팬들과 교감하기도 한다. 마치 팬사인회처럼 팬들과 아이컨택을 하고, 인사를 하고, 하트를 날리는 등 그들만의 세계가 펼쳐진다. 정말 A부터 Z까지 완벽하게 아이돌과 팬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영상이 익숙한 세대에게 라디오는 분명히 진입장벽이 있다. 그러나 이렇듯 색다른 <아이돌 라디오>가 사다리로서 그 벽을 넘을 수 있게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라디오에 도전해 보고 싶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물론 아이돌에게 관심이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라디오라고 불러도 될지 애매할 정도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아이돌 라디오>가 어쩌면 라디오의 미래 모습은 아닐까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라디오가 언제까지 유효한 미디어로 존재할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알게 뭐람. 일단 현재가 중요하지 않은가. 어쨌든 라디오는 현존하고 있고, <아이돌 라디오>가 꽤 귀엽고 재밌고 신난다는 것만 알면 됐지. 그럼 궁금한 사람은 오후 9시에 네이버에 들어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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