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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E Jun 07. 2024

ETF의 세상 5 - 제로섬 게임


전 편에서는 Index Fund가 무엇인지 다뤘고 투자에 있어서 저비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시간에 따라 커지는 것은 단순 복리의 마술뿐만 아니다. 비용 또한 시간에 따라 커지는데 이것을 바로 복리의 횡포라 한다. 즉 시간의 관점에서 수익률은 복리의 마술과 복리의 횡포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한다.


흥미로운 점은 비용은 투자의 성과에서 보다 큰 함의를 지닌다. 이 점이 바로 인덱스 펀드 혹은 ETF의 경쟁력 및 상품성을 최종 결정하는 요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자는 Positive Sum이지만 시장과 싸우는 것은 Zero Sum이다. 이것이 바로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의 철학적 함의이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ETF로 몰려드는 진짜 이유다.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자



투자의 의미


우선 투자를 한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 주식이든 채권이든 펀드든 ETF든 결국 모든 금융 상품은 우리들의 욕망(투자를 해서 돈을 번다)에 부합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도구를 잘 다루기 위해선 그 도구의 목적인 투자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투자의 정의는 투자자마다 가지 각색일 수 있으나 그 기본은 개인의 노동 범위를 확장해 돈을 버는 것이다.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일개 개인이 돈을 벌 수 있는 범위는 노동으로 한정된다. 나의 노동이란 시간(24시간 일할 수 없다)과 공간(내가 일하는 장소가 전부다)에 종속된다. 그러므로 노동 소득으로 큰돈을 버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투자란 나라는 존재의 본질적인 한계를 뚫고 이윤을 창출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방법이 바로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다. 마치 사람이 손과 발로 노동을 하듯 투자는 자본으로 한다. 그리고 자본의 확장성은 이론적으로 무한하다. 사람의 노동처럼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투자란 결국 자본이 나를 대신해 24/7 전 세계 어디에서든 일하게끔 하는 행위다.


이런 맥락에서 “자본 시장의 핵심은 기업이다"라는 정말 적절한 표현이다. 왜냐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장 높은 수익을 내고 싶으면 주식에 투자를 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일반적인 비판과 달리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불평등이 있을지 언정 투자를 통해 자본주의에 편승하면 그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 편승하지 못한 사람들의 부를 강탈해 있는 자에게 나눠주는 게 아니라 편승한 자와 편승하지 못한 자의 격차가 시간에 따라 벌어질 뿐이다.


투자는 Positive Sum이다.




시장을 이긴다는 의미


전 편에서 다뤘던 BM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장을 이긴다는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보자.


DUDE Index가 2020년 10% 상승했다고 가정하자.


DUDE Index에 속한 기업들의 수가 1,000개라면 10%라는 수익률은 1,000개 달하는 기업들의 평균 수익률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냥 수익률의 평균값(Arithmetic Average)이 아니라 시가총액 수익률(Market Capitalization Weighted Return)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사이즈인 시가 총액을 고려하지 하지 않고 수익률만을 가져다 평균을 내면 단순 평균값(Arithmetic Average)이 된다.


하지만 보편적인 지수 산출 방식에는 수익률(주가)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이즈도 고려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시총이 큰 기업의 1% 상승은 시총이 작은 기업의 1% 상승 대비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1% 등락은 나스닥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만, $10B 시총을 지닌 회사의 1%는 지수에 아주 극미한 영향을 행사한다. 그러므로 지수 산출에 있어 기업의 사이즈를 고려한다. 기업 크기를 수익률과 함께 감안해 전체 시장의 움직임을 보다 현실적으로 캡처하기 위함이다. 결국 지수의 수익률이란 사이즈와 주가 수익률을 모두 감안해 가중 평균한 결과 값이다.


관건은 표본이 많아질수록 표준편차 그래프를 그리게 되는데 이는 10%의 평균을 중앙에 두고 좌우로 지수를 구성하는 개별 자산들의 수익률이 고루 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운데 라인인 10%는 전체 시장(DUDE Index)의 수익률이 된다.




이 그래프가 상징하는 바는 시장의 평균치(10%)를 기준으로 오른쪽에 +가 존재하는 만큼 반드시 왼쪽으로 –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평균을 상회하기 위해서는 BM을 하회하는 종목(전체 시장인 지수 수익률을 하회하는 종목)들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 뒤집어서 표현하면 BM을 상회할 것 같은 종목(전체 시장인 지수 수익률을 상회하는 종목) 비중을 늘려야 함을 뜻한다. 결론적으로 이는 동일한 이야기인데 BM을 하회할 것 같은 종목들은 팔아야 하고 BM을 상회할 것 같은 종목들을 더 매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될 경우 누군가는 BM을 하회할 것 같은 종목을 더 사게 되는 셈이고(내가 판다는 것은 누군가는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누군가는 BM을 상회할 것 같은 종목을 미리 팔게 된다는 뜻이다. 내가 BM을 상회하면 할수록 반대편의 누군가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 전체로 봤을 때 언더퍼폼과 아웃퍼폼은 동전의 양면이다. 이 둘은 필연적으로 동행할 수밖에 없으며 이 모든 수익률들이 모여 전체 시장 평균값이 된다.


그러므로 시장을 이긴다는 것은 Zero Sum 게임이다. 왜냐면 표준편차 중앙값을 기준으로 오른쪽이 생기는 만큼 왼쪽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균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이는 당연한 결과다.


Active 전략은 시장 평균보다 더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단 필연적인 반대급부의 결과가 있음을 염두 해야 한다. 그리고 인덱스 펀드 와 ETF가 구사하는 패시브 전략은 시장을 이기려 하지 않고 BM을 그대로 추종할 뿐이다.




결국 다시 비용이 등장한다


이 또한 어디까지나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인덱스 펀드의 시작과 끝은 결국 비용이다. 비용이 등장하면 얘기는 다시 한번 달라진다.



비용을 고려하게 되면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즉 비용(Cost) 만큼 그래프가 좌측으로 밀린다.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때는 자산의 절반이 BM을 Outperform 하지만, 비용을 고려하게 되면 비용만큼 덜 Outperform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비용이 크면 클수록 확률적으로 투자 성과는 시장 평균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뜻한다


이것이 바로 Index Fund와 ETF가 강조하는 패시브 투자의 궁극적인 의미다.


1. 액티브 전략은 시장을 이길 수 있다. 혹은 질 수도 있다. Zero Sum 게임이기 때문이다


2. 패시브 전략은 시장을 BM으로 삼고 그대로 추종한다.


3. 액티브 전략은 구조적으로 비용이 높다. 반면 패시브 전략은 싸다. 펀드를 상품이라 생각해 보자. 결국 공정 비용이 문제다. 액티브 전략 펀드는 공정 과정이 복잡해 비용이 높다. 반면 패시브 전략 펀드는 자의적 판단이 없기에 과정이 단순하다. 그래서 비용이 압도적으로 낮을 수 있다


4. 비용을 고려하지 않으면 평균 수익률의 축은 정확히 표준 편차의 중앙에 위치한다. 하지만 비용 고려 시 표준편차 그래프가 좌측으로 밀린다. 즉 확률적으로 시장 BM을 하회할 확률이 높아진다


5. 패시브 전략은 결국 최소한의 비용으로 시장 평균 수익률을 수취함을 목표로 한다. 이것이 바로 인덱스 펀드의 상품 가치다


지금까지가 ETF의 모태가 되는 인덱스 펀드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 장에서는 실제로 인덱스 펀드를 창시한 그 혹자에 대해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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