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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웃라이어 교사 May 06. 2024

66일 습관 만들기를 마치고

호기롭게 시작해서 집착을 지나 광기로 끝나다.

#호기로운 시작


 유튜브를 정처 없이 둘러보던 중 유명한 공부 관련 유튜버의 '66일 습관 만들기' 강연을 보았다. '66일'만 무엇인가를 하면 된다는 핵심 주제를 가진 강연을 감명 깊게 본 후 인터넷 검색을 통해 '66일 습관 만들기'에 대해 찾아보았다. 21일 동안 무엇인가를 반복하면 습관이 뇌에 각인되기 시작하고, 66일 동안 반복하면 마침내 몸에 각인이 되어 그다음부터는 큰 노력 없이도 그저 물 흐르듯,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다! 마침 올해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되어 이전의 시간표와 생활양식이 바뀌게 됐으니 새롭게 자기계발 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66일 동안 습관 만들기를 통해 조정해보기로 했다.


 습관화해볼 활동은 독서, 영어, 운동, 글쓰기, 피아노로 정했다. 이 활동들은 이전에 두서없이 몇 번 시도해 봤던 경험이 있다. 꾸준히 하는 습관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들인데 잘 되지 않았었다. 각 활동에는 하루에 30분 이상 하면 하루 루틴을 달성한 것으로 했다. 66일 동안 각 활동당 80% 이상 수행하는(100%는 인간생활에서 존재할 수 있나?...) 것을 달성 목표로 삼았다. 기록은 노션으로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전에 공부 시간을 기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열품타' 어플을 이용해서 퇴근 후에 자기계발한 시간을 측정했는데, 당시에는 목표가 세부적이지 않고 총체적으로 하루 00시간 이상씩 해보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개별 항목에 대한 관리는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하루마다 하는 일들이 뒤죽박죽이 되어 어떤 날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여 모든 시간을 써 버리고 어떤 날은 너무 많은 활동을 해야 하느라 각 활동을 하는 데 매우 조금의 시간만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습관 만들기에서는 (1) 매일 해야 할 활동들을 5가지로 최소화하고, (2) 각 활동별로 투입하는 시간을 30분(운동은 1시간)으로 고정했다.


# 루틴 기록표의 장점 


 루틴 기록표를 만들고 매일 기록하다 보니 가장 좋았던 점은 목표가 명확하고 가시화되어 있어서 목표 달성에 대한 동기 부여가 손쉽게 일으켜진다는 점이다. 아침마다 5개의 체크해야 할 빈칸들이 만들어진다. 30분만 하면 하얀 네모 빈칸에 체크 표시가 이루어진다. 30분이라는 시간. 솔직히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30분쯤의 시간은 확보할 수 있고 달성할 수 있는 시간이다. 30분이 지나면 노션에 들어가서 체크 표시를 한다. 체크할 때의 뿌듯함과 5개의 항목을 모두 체크한 후의 성취감과 자기 효능감은 하루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두 번째로는 기록을 통해 하루에 자기계발에 사용 가능한 시간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다. 가족 행사나 종일 한 일들로 인해 아예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3개에서 5개의 활동은 할 수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하루에 적게는 1시간 30분에서 많게는 3시간까지 자기 계발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차후에 진행할 자기계발에 현실적인 시간 배분과 목표설정이 가능해졌다.


# 루틴 기록표의 단점


 30분씩 해야 하는 것이 5개가 있으니 곱하면 150분, 하루에 2시간 30분이면 모두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물론 운동 같은 경우에는 최소 1시간은 하기 때문에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3시간이면 모두 체크리스트를 채우고 하루를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잠자리에 들 수 있다. 하루 3시간.. 사실 못 할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문제는 지금 육아휴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아휴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최우선은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늦은 밤이 되어서야 육아와 가사가 끝날 때가 많다. 처음에는 육아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아이가 잠에 들면 육아퇴직인 줄 알았는데 잠이 든 뒤에도 이유식 만들기, 청소와 빨래하기, 기타 집안일들이 줄줄이 놓여 있어 육아퇴직은 아이가 잠든 뒤에 1~2시간이 지난 후에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에는 시간이 없어서, 또는 몸이 녹초가 되어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유튜브에 보면 육아휴직 기간에 어려운 시험에도 합격하고 유튜브도 운영하고, 심지어 자기 일까지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정말 존경스럽다.) 목표 달성에 대한 가시적인 지표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이때에는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한다. 채워지지 않은 빈칸을 보면 한편으로는 오늘 하루 알차게 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조금씩 마음속에서 떠오르기 때문이다.


 30분이라는 고정된 시간으로 목표를 정해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책 읽기나 영어 공부하기, 운동하기는 이미 많이 해본 경험이 있어하는 일들이 충분히 패턴화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앉아서 어제 했던 것처럼, 혹은 어제 끝낸 것부터, 혹은 어제와는 다른 부위부터 그냥 하면 된다. 그러나 패턴화 되기 어려운 글쓰기나 피아노 같은 활동들은 시작하면 일단 메타인지를 발휘해서 오늘은 뭐를 해야 할지 그날그날 판단하고 매일의 목표를 설정해야 했다. 그래서 매일 30분이라는 시간이 활동의 시작과 끝맺음을 유의미하게 다소 부족할 때가 많았다.

 

# 이제는 어떻게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매일 약 2시간 30분의 여유 시간마다 1시간은 루틴활동을 하고 1시간 30분은 고정된 시간을 통해 하는 것 말고 모듈 된 하나의 집중 세션을 진행해 보면 어떨까 싶다. 예를 들어서 처음 1시간 동안에는 패턴화 된 독서나 영어를 하고 나머지 1시간 30분 동안은 피아노를 치거나, 글쓰기를 하거나, 교육학 공부를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다음 66일이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  끝.


66일의 습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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