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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허송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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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일 May 08. 2021

허투루 보내는 시간의 맛, 허송세월

가끔 허투루 보내는 시간들이 아깝다 못해 죄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낼 거였으면 차라리 잠이나 자는 게 나았을텐데...'라며 스스로를 질책해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들이 하루를 넘어 길게 늘어질 때도 있습니다. '취업 뽀개기'를 고대하며 어둡고 긴 터널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 매번 운동이나 독서 따위의 자기계발을 꿈꾸지만 현실은 퇴근 후 침대로의 직행을 하고 있는 누군가... 기나긴 방황과 작심N일의 시간들은 우리를 옥죄는 굴레처럼 느껴지기만 합니다.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없어, 채우는 달력 '허송세월'



허송세월 프로젝트는 이렇게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치부되는 시간, 방황과 공백의 시간이 실은 '멀리 가기 위한 일보 후퇴' 혹은 '물에 떠있기 위해 열심히 물장구 치는 새들의 모습'처럼 가치롭고 영양가 있는 무언가로 차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작은 발견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회의 물꼬를 트기도 합니다. 일상 속 허송세월을 공유하고, 허송세월하는 사람들을 모아냅니다. 우리의 '허송세월'이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요.


우리의 첫 번째 움직임은 달력이었습니다. 2020년 겨울, '채우는 달력, 허송세월'을 제작해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했죠. 프로젝트 구성원들 모두 꾸물대다가 날짜가 많이 늦어졌지만, 그럼에도 40여명의 사람들이 허송세월의 뜻에 공감해주셨습니다.


2021년 달력을 준비하며, 허송세월은 꾸준히 허송세월 하는 사람들을 담아내고, 그 인사이트와 이야기를 전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만드는 사람들

* P는 잡다한 걸 합니다. 독립잡지의 에디터로 시작해 에디터 외길 인생을 걸었지만, 꿈은 이런 게 아니라며 퇴사 후 이런저런 방황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2020년, 다행히 재취업에 성공했습니다. 방황할 때는 몰랐지만, 그 허송세월이 결국 지금의 단단한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직도 방황하는 중입니다만.


* K는 느긋하게 삽니다. 삶의 중심에 있는 앙꼬보다 가장자리에 묻은 소소한 행복을 뜯어 먹곤 합니다. 가구 디자인을 전공후, 얇고 긴 작가 생활을 위해 회사에서 힘을 모았습니다. 지금은 작업실을 꾸려 가구 디자이너로 맨땅을 들이받는 중입니다. 이렇게 하루를 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 가장 행복합니다.


* L은 귀여운 것들을 그립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틈틈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벌입니다. 본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살고 있지만, 가쁜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주말에는 숨 쉬는 데 전념합니다. 도비는 언제쯤 자유로워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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