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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Apr 09. 2024

특수 상황 속 효녀 지수는 상승, 효자 지수는 하락




나이가 들수록 나의 효녀 지수와 남동생 효자 지수는 반비례하는 것 같다. 나의 효녀 지수는 상승곡선인데 남동생 효자 지수는 하강곡선인듯한. 다들 결혼하면 '없던 효'가 생겨서 효자가 된다고들 하는데 항상 예외는 있는 것 같다.               


엄마의 병원입원이라는 특수상황으로 한 달 넘게 집을 비우고 있다. 그 말은 집에 남아있는 아빠의 끼니를 누군가는 챙겨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같이 살고 있는 내가 더 많이 챙길 수밖에 없다는 건 안다. 하지만 신경도 쓰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주말에 가끔 아빠랑 밥 한 끼라도 함께 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런 것까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아빠가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고, 끼니는 거르지 않고 있는지 연락 정도는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어찌 옆 동료들이 우리 집 끼니를 더 걱정하는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또한 고맙게도 옆에 선생님들이 반찬을 조금씩 나눠주기도 해서 식사해결에 도움을 받고 있다. 물론 있는 반찬에 알아서 아빠가 차려먹고 하지만 매번 똑같은 반찬을 먹을 수도 없고, 매번 사서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주말에는 이것저것 사서 뭐 작은 것 하나라도 만들려고 노력한다. 덕분에 음식이라고까지 할 수 없지만 간단한 반찬 정도는 만들게 되었고, 그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 국과 밥은 한 끼식 먹을 수 있도록 용기에 덜어놓고, 냉장고 속 반찬도 앞뒤 순서를 조금 바꾸어 놓아 번갈아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집안일에도 아주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요즘 나는 집안일에 아빠 식사 해결을 위해 못하는 반찬도 하고, 남은 밥 양도 매번 체크를 하고, 병원에 입원한 엄마 신경 쓰랴, 아빠 신경 쓰라 정신이 없는데 나의 동생님은 너무 신경을 안 쓰는 게 느껴질 정도다. 이건 옆에서 보던 동료들도 인정한 사실이다. 매번 무슨 반찬을 해야 할지 고민도 하고, 못하는 반찬이지만 지지고 볶는 걸 옆에서도 알기 때문에 우리 집 끼니 걱정을 같이 해준다.  물론 자신의 가정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하루 이틀로 입원이 끝날게 아니라 앞으로도 더 입원이 유지가 될 상황이기 지금 못지않게 더 많은 시간을 지금처럼 보내야 한다. 내가 알아서 당연히 할 거라는 이 무심함들이 한 달째 누적이 되다 보니 마음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한테 잘하라는 게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엄마, 아빠를 챙기고 신경 써야 하는 게 아닐까. 특히나 지금과 같은 특수상황에는 말이다.      


엄마도 챙겨야 하고, 아빠도 챙겨야 하는데 왜 동생님은 자신의 가정에만 신경을 쓴단 말인가. 물론 엄마 병원이야 각자 일정에 맞춰 방문을 한다. 주말에는 언니네와는 일정을 맞춰서 같이 가거나 일정이 안 맞을 땐 아빠랑 같이 매주 방문을 하고, 주중에도 적어도 한 번씩은 방문을 해서 간식거리를 사들고 간다. 근데 이조차도 일주일에 한 번씩 가지 않고 있었더라. 난 당연히 주말에는 엄마 병원을 방문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본인 아픈 건 생각 안 하고 자식들 고생할까 봐 안 와도 된다 했을지 모르지만 그 말을 고지 곧 대로 믿고 안 가볼 줄이야. 내 동생이지만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다. 난 엄마가 '아무것도 필요 없다, 피곤하니 집으로 가서 쉬어라' 해도 항상 작은 간식거리라도 사들고 간다. 뭐 사간다고 하면 괜찮다 하기 때문에 그냥 알아서 사가거나 간식 두 가지를 제시해서 한 가지는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엄마도 이렇게 장시간 집을 비우는 게 처음이고, 수술을 해서 마음도 약해져 있는 상태이니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가족의 응원과 관심 아니겠는가. 그래서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고 오는 게 나도 마음이 편해서 반차를 쓰거나 퇴근길에 들리려고 노력을 한다.          


언니와 남동생은 결혼을 해서 각자 가정을 꾸리고 있고, 나만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사소하게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은 편이다. 한편으론 내가 있기 때문에 더 신경을 안 쓰는 것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근데 같이 산다는 이유로 내가 다 챙겨보고 하는 게 당연한 건 아니다. 근데 나의 동생님은 그게 당연하다 생각하는 건지 너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뭐 결혼해서 자기들끼리 잘 살면 된다고도 하지만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 내가 같이 산다는 이유로 '모두 내가 다 알아서 하겠지' 하는 건 지금처럼 엄마 입원이라는 특수상황에서는 더 마음이 상할 일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평소에도 연락을 잘하지 않는 편이고, 잘 오지도 않은 편이라 이제는 그려려니한다. 자기들끼리 잘 살면 되지 싶다가도 근데 업마 입원하는 사이 아빠가 밥을 챙겨 먹고는 있는지, 무얼 먹는지 연락 한통 없는 남동생한테는 서운함이 폭발하는 건 내 마음이 좁은 탓일까 많이 서운한 건 사실이다.

             

특수상황이 되니 나의 효녀 지수는 더욱 증가하는데 남동생의 효자 지수는 감소하는 것 같다. 내 맘 같지 않은 게 당연한 거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서운함들이 자꾸만 새어 나온다. 살가운 편도 아니고, 우리 집 복지는 뒷전임에도 불구하고 동생과 놓고 보면 난 효녀 아닌 효녀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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