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을 보고 신입 승무원 시절을 회상하다

기물 취급하지 말라고~!!

by 맑음

오늘 2014년 방영했던 드라마 ‘#미생’ 1회를 보고,
오랜만에 신입 승무원 시절이 생각나서 푸하하하! 웃고 말았다.
벌써 오래전(2015년) 드라마인데 상사맨의 회사생활과 업무가 궁금해 찾아보게 되었다.

낙하산 인턴으로 입사하게 된 인턴사원 <장그래>.
첫 출근을 하고 잔뜩 긴장한 몸과 마음과는 달리

뭘 해야 할지 몰라 사무실에 멀거니 앉아있다.
바로 옆 책상, 장그래의 이력이 검정고시 고졸에 무자격인 걸 알고 무시하는 선배.

장그래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며 바삐 움직이는 선배의

동선을 피하려다 보니

의자에 앉았다 일어났다 안절부절못하는 신입사원의 모습에 푸하~!! 하고 웃음이 터졌다.

‘순진한 장그래 씨. (씨-익!)’

선배가 ‘왜 그러냐!’고 하니,
‘뭘 해야 할지 몰라서요...’라고 한다.

그 순간 신입 시절 입사 동기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다른 선배 승무원들은 너무 바쁘게 움직이는데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서성이게 되는 것도 슬픈데, 아무런 감정도 없는 ‘기물(비행기에 실리는 서빙 도구) 취급당하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나 역시 당시의 속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는데,
동기의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찌르르했던 것 같다.

참고로 정해진 시간에 움직여야 하니 기물을 고이고이 다루지는 않는다. 사실 아주 거칠게 다룬다.^^;;

심지어 나는 같이 일하는 남자 상사가 식사 서비스용 Meal Cart를 세게 미는 바람에 발등이 찍힌 적도 있다.
상대가 상사이다 보니 너무 긴장해서 그리고 승객 앞이다 보니
아픔을 꾹 참고 웃으며 괜찮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한동안 푸르른 발등을 보아야 했다.
그때 왜 X-ray를 안 찍어 봤나 모르겠다.
걸을 수 있으니 이상 없다고 생각했나 보다.

서비스 준비 과정에서는

여름철에 살짝 녹았다 드라이아이스에 다시 얼어서
형태가 뭉개진 얼음을 잘게 부수느라 Ice Scoop으로 심하게 내려치기도 한다.


또, 갑작스러운 Turbulence에 대비해 서비스 시
꺼내 놓은 물건들을 재빨리 Compartment에 넣기 위해
투명 Drawer(Compartment는 문이 달린 서랍장, Drawer는 서랍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에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담아 선반 위에 올려놓고 쓴다.

이렇게 재빠르게 행동해야 되다 보니 기물을 거칠게 다루는 편이다.

항공운항과가 아닌 일반대학 관련 없는 과를 나온 나로서는 TV CF의 승무원 언니들 이미지처럼 우아하게 서비스하는 줄 알고 입사했다가 충격이 꽤 컸다. ㅎㅎㅎ

입사 교육 후 실습 비행 때 일이다.

같이 Serving Cart를 잡고 서비스했던 부팀장(삼등석_이코노미 클래스 서비스를 총 주관한다.)이 교육 때 배운 것과는 다른 방법을, 서비스가 시작됨과 동시에, 즉석에서, 나에게 지시했다.


승객들 앞에서 본인만의 서비스 방법을 강요하니 당황스러웠지만 빠른 서비스 속도가 목표인 것 같아,

교육받은 방법은 고수하되 속도에만 신경 썼더니,
승객 앞에서 반말을 하며 나의 서비스 동작을 기어코 자기식대로 수정했다.

옳고 그른 것에 상관없이 승객들 앞에서 선임 승무원의 지적을 받으니

내가 열등한 승무원이 된 것 같아 참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승객들은 내가 잘못해서 선배에게 혼나는구나 생각할 테니...


상사가 요구하는 서비스 방법이 인정되지 않아

머리에 한 번 입력된 나의 서비스 동작은

한 번에 고쳐지지 않았고,

위압감까지 더해지니 버벅거리기까지 했다.

순간 나는 바보가 되었다.


그 부팀장이 내게 요구한 방법은
교육원에서 배운 대로 한 명 한 명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라,
한 열에 앉은 사람이 일행이든 아니든

(2명 혹은 3명에게) 동시에 메뉴를 물어보고,
같은 서비스 동작을 묶어서 반복하며 서비스하는 방법이었다.

그날의 메뉴는 비빔밥과 양식 요리였는데,

메뉴를 한꺼번에 주문받고 식판을 배식한 다음

추가되는 동작인 미역국 서비스는

다음 승객에게 메뉴 설명을 하면서 승객이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뜨거운 물을 따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좌우 같은 열의 승객에게 와인을 동시에 물어보고 서비스했다.

정성 어린 서비스를 하고자 하는 신입 승무원의 신념은 온 데 간데없고,
상사가 자신의 속도에 뒤떨어지자 답답하다는 듯 재촉하는 진행과 승객 앞에서도 당당하게 하대하는 태도에
긴장감과 떨림, 굴욕감을 느꼈던 것 같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비행기 안 압력이 지상보다 낮은 관계로 비빔밥에 같이 서비스되는 인스턴트 미역국(CUP type)이 팽팽해져 있었는데, 뜨거운 물을 붓기 위해 뚜껑을 여니 ‘펑’하고 터지면서 미역국 수프 가루가 눈에 튀어 들어왔다.

‘으아~~ 악!’ 눈을 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거친 가루로 인해 망막이 긁히는지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정말 지옥 고통이었다.)
어떻게든 눈을 부릅뜨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서비스를 이어가 본다.

식사 서비스가 끝나갈 때쯤 나는 현장과 교육의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혼이 쏙 빠져있었다.

3등석에서 서비스되는 한상차림(One-tray)의 식사를 다 먹는 데는
1인당 10분도 채 안 걸린다.
이어서 커피와 차 서비스, 와인 리필
그리고 회수.
중간에 개인 Order까지 처리하려면 정말 분주하기 짝이 없다.
한국 사람들의 급한 성격도 식사 시간이 짧은 것에 한 몫하는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극한 예이지만 와인을 음미하며 드시느라 식사 시간이 1시간이었던 프랑스 노부부도 기억에 남는다.

일본 사람은 기본 서비스되는 내용 외의 주문은 거의 하지 않는다.
시점과 분위기를 살피는 반면
한국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편한 대로 호출한다.

“아~! 신속이 중요하구나~!!”

뼈아픈 교훈을 얻었지만, 마음의 상처가 쉽사리 가시질 않았다.

다시 미생으로 돌아가 보자.

장그래는 타 팀의 여자 선배한테 매달려 보기도 하지만,
비행기에선 식사 서비스 시 각자 담당 구역이 정해져 있어서,
응급이나 불만이 발생한 경우가 아니고는 서비스가 끝날 때까지 불러올 사람이 없다.
물론 신입인 경우는 2명이서 서비스한다.


장그래가 사무실에 처음 도착해서
복사기도 복사실도 못 찾는 장면을 보니
비행기 구조에 익숙하지 않아
물건 찾는데 오래 걸렸던 신입 시절이 생각났다.

비행기가 이착륙 시 모든 물건이 고정되어 있어야 하기에
물건을 수납하는 ‘수많은’ compartment가 있다.

대부분은 정해진 위치가 있지만,
Loading 업무를 하는 분들도 신입이거나,
시간이 촉박한 경우 아무 데나 실어놓는 경우가 있다.

신입 승무원의 경우 비행기 탑승 후 막내 사원이 주로 맡게 되는 신문 진열을 하느라(주로 탑승 연결 구인 항공기 Door 밖에서 준비한다.) Galley_주방에 들어와 보지 못하고
이륙 후 식음료 서비스를 하려고 하면,
위치 파악이 안 되어 서비스 속도가 늦어지게 된다.

그래서 이륙 전 담당 Galley에 들어가 모든 Compartment를 열어보는 것이 하나의 ‘Sense’였다.

필자의 신입시절에는 Compartment에 아무런 표식이 없었지만, 나중에는 탑재량과 탑재 위치, 담당자명까지 표시가 된 Tag이 부착되었다.

물론 서비스를 위한 Tag은 아니었다.

노선별 탑재량과 재고량이 체크가 되어 모니터링되었다.

탑재량과 재고량 체크는 서비스 만족도와 더불어 연료 절감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주 작은 글씨로 써져 있다.

카드 영수증 정도?

입사 후 몇 년이 지나니 승무원들도 서로 배려하기 위해 Comp’t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이륙 전에 메모지와 매직펜을 활용해 큰 글씨로 써 붙여 놓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Marking을 해놓으면 각 승무원이 모든 Comp’t를 열어 볼 시간을 줄일 수 있으므로
보다 안전 활동에 집중할 수가 있다.

이런 Tag을 로딩 전에 큰 글씨로 붙여 주면 옮기는 작업자의 부상 방지에도 좋고, 승무원의 작업에도 편리함을 가져올 텐데,
아직까지는 <서비스 비용의 경비 절감>에만 중점을 둔 것 같아 아쉽다.

근로자와 회사가 조그만 불편한 점들을 당연시 여기지 않고,
센스라는 강요 속에 다른 중요한 것을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면,
시스템의 발전과 편리함 속에 승객의 ‘안전’도 더욱 보장되리라 믿는다.


“신입 승무원님 여기엔 주스가 들어있답니다.”


다행히 업무 매뉴얼은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어,

신입 승무원이더라도 본인이 각 시점마다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는 자세히 나와 있다. 다만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망생분들은 너무 걱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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