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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xan Maya Jul 29. 2023

그와 한국에 정착하기 힘든 이유

우리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나의 반려인은 한국을 사랑한다. 멀리 파키스탄에 계시는 90이 넘으신 시할머니도 그가 언젠가는 한국에 있는 여자와 결혼하지 않을까라고 하셨다니, 201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한국을 오고, 한국의 스타트업과 파운더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얼마나 컸었는지 짐작이 간다. 이렇듯 한국의 문화와 음식, 사람들을 사랑하는 그와도 최종적으로는 한국에 정착하기 힘든 이유들이 있다. 


복잡한 행정절차. 한국어를 모르면 진행할 수 없는 업무들

그와 나는 independency가 굉장히 중요한 사람들이다. 내가 무언가 원하는 일이 있으면,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결과를 볼 수 있는 그 과정들이 필요한데, 한국만 오면 그는 내가 없으면 병원조차 갈 수 없고, 간단한 앱 결제조차 쉽지 않은 상태가 되어버린다. 


일례로 그는 한국에 첫 투자 비자를 받으면서 한국 법인도 설립하고,  은행에서 통장들도 개설했는데, 대부분 한국어로 되어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쓰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고 지금도 어딘가로 송금하거나, 송금된 금액을 확인하려면 나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특히 공인인증서는 매번 무효가 되어버리고, OPT 카드 등 미국에서는 없는 몇 번의 절차들을 더 거쳐야 하니, 매번 나에게 부탁하는 그의 심정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렌트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대부분의 EU국가는 그의 미국 면허증을 인정해 줬고, SIXT같은 글로벌 업체들이 대다수이다 보니, 쉽게 그 프로세스에 따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는 렌트카를 빌리기 위해서는 국제 면허증이 필수이기도 하고, 지금은 법이 더 강화되어서 외국인이 제일운전자로 등록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들었던 것 같다. (한국인이 외국인 운전자를 보증해 주는 방식이어야 하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외국인들의 정착에는 허들일 수 밖에 없기는 하다.  


이 모든 것은 가장 큰 허들은 아무래도 언어이다. 그도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일년에 2-3달씩 와있는 이곳에서 한국어가 단기간에 크게 늘기는 무리임에 틀리없다. 유럽, CIS 지역은 어느 곳을 가도 영어로  주문하고, 결제하고, 일을 처리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없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한국보다는 그곳에서 모든 것이 수월한 것이 틀림없다. 그가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마다 톨게이트에서 어디가 현금을 내는 곳이고, 어디가 하이패스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만 해줘도 우리의 한국 정착이 좀 더 쉽지 않을까 하하.  



좋은 고객 서비스들. 하지만 Get to the point하는 그에게는 복잡한 순간들 

한국만큼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해 주는 곳이 있을까?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유의사항부터 환불 규정까지 하나하나 그 자리에서 종이를 펼쳐가며 설명해 주는 곳이다. 난 평생을 이 곳에서 살았으니,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지만 (오히려 일본은 더 시간을 오래 쓰며 고객 서비스를 해준다 하하.) 그에게는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사고, 몇 가지 유의점만 알면되지 왜 이리 긴 시간을 종이를 펼쳐서 밑줄을 그어가며 설명해 주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한다. 얼마전에는 한국에 있는 동안 커플 필라테스를 하려고 그에게 필라테스 상담을 하러가자고 이야기했더니, 자기는 절대 상담은 사양이란다 하하. "나 상담 안가. 거기가면 또 종이 펼쳐놓고 30분 이상 이야기 할거잖아. 정말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 그냥 운동할수있는지 물어보고, 결재하고 시작하면 되는거 아니야?"


아무래도 미국은 환불/교환이 아주 쉬운 customer service를 해주고, 대략적인 서비스가 standardized되어있지만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고는 원하는 것을 말하면 어떻게든 service 하는 사람의 재량으로 방법을 찾아주려고 애쓰는 문화인데 반해, 한국은 규칙이 아주 세밀하게 정해져 있고, 해당규칙 이외에는 고객에게 제공하기가 어려운 포맷으로 서비스가 짜여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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