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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xan Maya Aug 25. 2023

아름다운 나라, 조지아

마음이 자꾸 가는 그 곳, 트빌리시

내가 조지아에 다녀왔다고 하면 이 이야기를 들은 절반은 "미국의 조지아"를 떠올리고, 나머지 절반은 "커피가 유명한 곳"이 아니냐고 물어보곤 한다. 내가 지난 봄 우리집 반려인과 다녀온 조지아는 CIS 지역의 옛 소련연방국가 중 하나로 그루지야에서 최근 조지아로 이름을 변경한 나라이다. 지난 봄 많은 시간을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보냈는데, 그곳에서의 생활 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남겨보고 싶다. 


1. 수려한 산맥이 너무나 아름다운 나라 

조지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절반 이상은 카즈베기를 가봤냐고, 꼭 가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카즈베기는 얼음산 이라는 뜻이라는데 조지아 사람들은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의 전설의 배경이 이곳이라고 믿는다고 말해줬다. (신에게서 불을 훔쳐서 그 벌로 산에 묶여서 날마다 독수리에게 자신의 간을 쪼아먹혔다는 무시무시한 전설) 무서운 전설의 배경이라 할 만큼 정말 웅장하고, 큰 산맥인데 사실 이 곳을 가지 않고 트빌리시만 보더라도 다운타운 바로 뒤에 케이블카로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뒷 산이 있고, 그 절벽 위에 웅장한 레스토랑이 서 있는 광경이 정말 절경이다. 아, 그리고 트빌리시든 카즈베기는 온천이 아주 유명하다. 트빌리시 시내에도 터키식 솔트배스 같은 곳들이 종종 눈에 띄니, 한 번 정도 경험해 볼 만 한 것 같다. 


2. 슬픈 역사와 문화의 융합

조지아의 역사를 보면 전쟁과 침략의 연속 속에서 살아왔던 것 같다. 곳곳에 터키, 아르메니아, 러시아, 카자흐의 문화가 깊숙히 뿌리박혀 있는데, 전쟁과 침략으로 인한 강압적인 문화의 융합들도 분명이 있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National museum에 방문했을 때 방대한 그림과 압도적인 예술작품에 너무나 놀랐었는데, 많은 작품이 강렬한 색깔 속에 슬픔을 표현한 내용들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종교적인 흥망성쇠를 담은 작품들 (조지아는 지금은 카톨릭, 기독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나라지만, 무슬림이나 러시아정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학살이나 전쟁을 암시하는 작품들, 인간의 외로움이나 쓸쓸함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 현대물까지.. 여러 문화가 합쳐진 신비로움도 분명히 있었으나, 그 내면의 슬픈 역사도 도시 전체게 같이 묻어나오는 그런 곳이다. 


3. 와인과 차차

아마 조지아를 찾아보면 와인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을 것 같다. 인류가 와인을 가장 먼저 생산한 곳이라던데, 그 명성에 걸맞게 와인이 아주 유명하다. 트빌리시에서 대학교 근처 어딘가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와인바는 수백년된 와인창고 한쪽 편을 개조해서 만들었던데, 그 만큼 와인은 찾기도 쉽고, 가격도 저렴한 그야말로 조지아 대표명물이다. 반면 차차는 와인보다는 그 유명세가 덜한 것 같은데, 포도로 만든 증류술이다. 트빌리시에 머물동안 반려인 동료의 생일파티가 있어서 50도짜리 차차를 선물로 샀었는데 (100달러의 가격으로, 그 곳에서는 아주 프리미엄급으로 구매했다!), 풍문으로는 그 다음날 파티에 참여했던 모두가 멀쩡히 출근해서 일을 한 것으로 보아..숙취가 없는 아주 좋은 술이 아닌가 싶다 하하.  


남편이 처음 조지아에 간다고 했을 때 아직 발전이 많이 안된 emerging country에 구소련이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으로 인해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아주 평화로운 도시였다. 나 혼자 여기저기 활보하고 다녀도 안전하다고 느낀 몇 안되는 곳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물론 택시 드라이버들은 롤러코스트급 운전 솜씨를 보이니 안전벨트는 꼭 필수이고, 공항에서 슬쩍 다가오는 택시 흥정 등은 애교로 봐줘야 한다.) 매년 4월 5월과 늦은 겨울은 비가 많이 와서 한없이 우울한 날씨지만, 지난 6월과 7월은 정말 빛이 반짝이고 파란 도시였다. 자연풍경을 좋아하고, CIS와 발칸만의 독특한 매력이 궁금하다면 언젠가 기회가 되실 때 꼭 한 번 들르시면 좋을만한 도시다. 둥글둥글 너무 귀여워서 좋아했던 조지아어로 마무리해 본다! 마드로바! გმადლობ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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