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생활 패턴을 가진 반려인과 행복하게 사는 법
나와 나의 반려인은 24시간을 함께 있고, 같은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먹는 음식과 생활 패턴이 조금씩 다르다. 나는 새벽 6시면 일어나는 early bird 체질이고 (예전에 조부모님과 함께 산 시절이 있어서, 나도모르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아침은 라떼 한 잔으로 떼우고 하루에 1-2번 정도 오전 11시에서 약속이 없다면 오후 5시 안에 하루 종일 에너지를 위한 식사를 거의 다 하는 것 같다. 일부러 간헐적 단식을 하는 건 아닌데, 이 개념을 알기 오래전부터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런 패턴으로 일상을 보내면, 속도 편하고 잠도 잘 자고 그래왔던 것 같다.
나와는 정 반대로 반려인은 그야 말로 밤에 피는 장미와 같은 사람인데, 시차가 다른 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밤에 집중력이 고도로 올라가는 것 같다. (아티스트 성향인가 ㅎ) 오전시간 대에는 하루종일 잡고 있어도 진척이 없던 일이 하룻밤 새에 짜잔하고 완성되는 걸 보면 정말 밤낮의 집중력이 차이가 많이나는구나 느끼곤 한다. 또한 그는 아침은 무조건 먹어야 하는 사람이자, (아침에 써니사이드업 3-4개씩 먹는 사람 우리집에 있습니다!) 밤 늦게 late night munch로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기도 하다. 침대로 들어왔다가도 배가 고프면 슬쩍 남몰래 부얶으러가서 뚝딱뚝딱 간식을 만들어 먹고서야 편한하게 잠을 이룬다. 가끔 남편은 내가 자는동안 야식을 신나게 먹고 본인은 뒷처리를 다 해서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하지만, 허술하게 스토브 여기저기에 흘려놓은 라면스프나 케찹 같은 전날의 흔적으로, 난 그의 야식 유무를 알 수 밖에 없게된다 ㅎㅎ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살면 생활 패턴도 하나로 맞춰지고, 그래야만 편하게 살수있지 않나요?"라고 물어보지만, 난 사실 지금의 생활패턴이 꽤 만족스럽다. 나는 사람들은 만나면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고, 혼자의 시간이 있어야만 그 에너지가 충분하게 충족이 되는 사람인데, 우리 아빠 말에 의하면 "먹고 살려고 성격이 E처럼 보이게 진화한 거란다." 하하 그 말이 정말 맞는게, 나는 나 스스로도 아주 내성적이고, 혼자의 시간을 즐기는 타입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튼 그는 보통 11시 전후로 기상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새벽과 아침 시간은 오롯이 나의 시간이다. 보통 그 시간대에 커피도 내려마시고, 밀린 일도 처리하고, 에너지를 바짝 써서 끝내야 하는 프로젝트성 일도 진행을 시키고, 반려인이 일어나면 챙겨먹을 아침도 간단히 마련해 둔다. (아침이라 해서 거창해 보이지만 10분만에 끝나는 일인데, 계란 흰자로만 계란말이 만들어주고, 사과 깎아두는 정도이다.) 다른 생활 패턴 덕에 조용한 아침 시간에 나즈막히 음악 틀어두고 혼자 일하고, 생각정리하는 이 시간이 확보된 셈이다.
남편도 이야기를 해보면 내가 잠든 뒤 (오후 11시 이후부터 새벽 2-3시 경까지) 나와 비슷한 패턴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 같다. 보고싶은 영화도 보고, 집중해서 끝내야 하는 일도 하고, 글도 쓰고. 같은 공간을 쓰고 있지만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은것이랄까.
싱글의 시간을 30년 이상 보내고, 막상 결혼을 해서 같이 살기 시작하면 여러부분들을 맞춰가야 하는 것이 맞다. 혼자 있을 때는 전혀 없었던 소음도 생기고, 습관도 다르고 맞추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1년을 뒤돌아보면 그래도 별 싸움없이 이 기간을 잘 넘겨온 것 같다.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이고, 마음먹기 달린것이라는게, 다른 생활패턴으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회복시간으로 쓰는 마음과 생각의 전환 그게 키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혹시라도 급격하게 달라진 생활환경으로 고민이 많으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생각과 마음의 전환이 큰 답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