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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xan Maya Dec 22. 2023

도하(Doha) 구경하기

올해는 아무래도 유럽과 코카서스 지역의 출장이 많았다보니, 도하나 터키를 경유할 일이 많았다. 매번 2-3시간 공항에서 경유를 기다리며 라운지에 마련되어있는 말린 대추 몇 개 먹는 걸로 밖에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대신 했는데, 이번에는 하루 정도 아예 도하에서 시간을 보냈다. 공항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깥의 후끈한 더위가 느껴졌는데, 사막이 더위가 궁금하기도 하고 ㅎ


간단히 말해 도하의 느낌은 인공 도시, 계획 도시의 느낌이 낭낭하다. new city 쪽은 건물과 도로 모두 굉장히 계획되어 있고, 한창 더운 여름의 도하는 정말 빈 도시의 느낌이 강하다. 한창 더운 날에는 다들 레바논이나 리야드 같은 옆 도시에 가서 바캉스를 즐기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삶의 패턴이라서, 한창 더운 7-8월에 도하를 가게되면 이곳이 영화 세트장인지, 사람이 살기는 하는 곳인지 궁금할 정도로 텅텅 비어있다. (투어리스트만 간간히 보이는 정도) 


무엇보다 도하는 정말 음식이 좋았는데, 향신료도 크게 세지 않고 정말 음식들이 맛이 좋았던 것 같다. 워낙 지중해 음식이나 MENA 지역의 음식을 먹을 기회가 많아 익숙해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캐슈넛으로 만든 커리 스타일이나, 팔라펠(Felafel; 병아리콩이라고 불리는 칙피를 동그랗게 미트볼 처럼 만들어서 튀긴 음식), 각종 후무스는 감칠맛이 다른 지역에서 먹던 것보다 몇 배 이상인 것 같다. 유럽으로 여행가시는 분들은 도하에서 경유하는 일이 많을 텐데, 꼭 하루 정도는 머물면서 이 곳을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왼쪽부터 캐슈넛 커리, 렌틸콩 수프, 팔라펠과 감자요리


왼쪽부터 각종 에피타이저 후무스, 라떼, 양고기 케밥


아, 우리는 호텔에서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는데 호텔을 예약할 때 웹사이트에서 우리가 결혼했다는 결혼 증명서가 없다면 room을 같이 쓰는 것이 안된다는 노티를 봐서, 호텔 체크인을 할 때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이 red-flag는 내국인한테는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 같고, 사실 도하 월드컵 이후에 방문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더 이상 적용은 되지 않는 것 같다. (호텔 프론트에서 직원이 말해주길, 내국인들은 사실상 여성이 호텔 예약하는 것도 도덕적으로는 잘 허용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이 지켜 온 수백년, 수천년간의 관습과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내가 누리는 당연한 independence들이 이곳에서는 어려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 오더라. 


난 사실 female in tech나 women in tech 이런 행사들이 좀 더 beyond it move forward 해야한다고 생각하던 사람중에 하나였는데 (여성 리더의 커뮤니티만를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리더로서 혹은 사회에 영향력 있는 mainstream의 사람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교육과 네트워크는 남녀의 차이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실제로 듣게되니, 이 담론을 넘어서기 전에 내가 누리고 있는 독립성을 확보해 주는 것이 필요한 지역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금과 진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도하에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품질이 좋고, 값이 한국보다는 아주 저렴하다. 우리도 도하 오갈때 마다 참새가 방앗간에 들리듯 팔찌나 목걸이 같은걸 하나씩 구매해 오곤 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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