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삶을 꿈꾸게 되다
나의 첫 해외여행, 10살 때 떠났던 베이징 여행 이후 다시 여권을 꺼냈다. 이번엔 태양이 항상 뜨겁게 비추는 곳, 태국 동남아시아 여행이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느껴지는 이 습한 기운, 바로 동남아시아에 왔음을 실감케 하는 순간이다. 벌써 10년이 지난 태국 푸켓 여행을 생각해보면 신기함으로 가득 찼던 것 같다.
내 인생 처음의 스노쿨링이었던 푸켓, 물고기들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떼를 지어 돌아다니는 물고기들을 보며 겁이 많았던 나는 재빠르게 발차기를 하며 도망갔다. 덩치도 몇 십배는 큰 내가 물고기를 무서워했다는 게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올 뿐이다. 태국에서 먹는 열대 과일 망고의 맛은 아주 끝내줬고, 한국과 다른 이색적인 풍경을 마주할 때마다 이게 바로 여행이구나 깨달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선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행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다음 여행지는 바로 인도네시아 발리였다. 겨울에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간다? 생애 처음 경험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사회 시간에 배운 남반구, 바로 이곳이 남반구구나!
믿기지 않았던 여름의 크리스마스 풍경들. 호텔에서도 상점도, 여러 곳곳에선 크리스마스 장식과 캐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반팔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라니, 나의 3번째 해외여행지였던 발리는 여행에 대해 더 많은 호기심을 갖게 했다.
발리에서 기억에 남는 점을 몇 개 뽑자면 그중 하나인 데이 크루즈 여행, 크루즈를 타고 한 곳에 몇 시간 동안 정박하는 것이다.
선내 안에선 라이브 공연도 진행되고 있었고, 음식도 준비되어 있어 식사가 가능했다. 이전까지는 내게 배는 갈매기에게 새우깡 주고, 그러다 보면 곧 도착하는 그런 이동수단에 불과했다. 발리에서 잠깐 경험한 데이 크루즈는 어떻게 보면 내가 처음으로 승선한 크루즈이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배가 이동수단뿐만 아니라 여행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땐 내가 몇 배는 큰 대형 크루즈에서 일하게 될 거라고 상상조차 못 했을 거야.
바나나보트부터 시작해 스노쿨링, 다이빙, 워터 슬라이드 같이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반잠수함도 체험할 수 있어 정말 바다 위의 놀이동산 같은 느낌이었달까? 손목에 두른 띠를 보여주면 모든 것을 무료로 이용이 가능했다.
스노쿨링 하다가 다이빙대에서 눈 질끈 감고 점프도 해보고, 그러다 바나나보트 타고 싶으면 타고 무한 반복, 12살의 체력은 어마 무시했을 거야!
크루즈에서 마주친 깜짝 산타 할아버지, 그땐 마냥 신기하기만 했는데 지금 보니 꽤나 힘드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한여름의 산타 분장이라니, 발리의 뜨거운 태양 아래 긴팔, 긴바지와 수염 :) 전 세계 산타 할아버지 복장은 같은가 보다.
발리는 원숭이가 유독 많았는데 이 원숭이들은 하나같이 다 포악했던 걸로 기억한다.
태국에서 겪은 원숭이도 정말 무서웠지만 발리 울루와뚜 사원의 이 친구들은 선글라스, 모자 같은 물건들은 낚아채간다. 소매치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아주 무서운 친구들이다. 원래 동물을 무서워하는 편인데 재빠른 원숭이? 정말 두려움에 떨며 사원을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울루와뚜 사원은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때 발리는 내게 지나가는 여행지 중 하나였다, 이곳에 다시 오게 될 줄은 그리고 내가 발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줄은 몰랐다. 8년 만에 다시 혼자 배낭여행으로 찾은 발리는 더욱더 매력 있는 곳이었으며 내가 사랑하는 여행지 중 하나가 되었다.
다음 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를 다녀왔다. 베이징 여행 때 집에 가고 싶다고 툴툴대기만 했던 10살 꼬맹이가 벌써 13살이 되어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동남아시아 마켓 가면 주인들이 항상 가격을 높게 부르고 여행객들은 가격을 팍팍 깎아가면서 흥정하는 게 인지상정!
어느 새부터 흥정의 달인이 된 우리 엄마, 항상 터무늬 없는 가격을 부르는 주인들에게 똑같이 터무늬 없는 가격으로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가격을 점점 내리기 시작하지만 그마저 터무늬 없는 가격이라면 가차 없이 Expensive! Bye! 이 두 단어만 외치고 돌아선다. 3 발자국 걸어가는 순간 가게 주인은 봉지에 물건을 담으며 Okay! 하며 마지못한척하며 물건을 내어준다. 협상 성공!
엄마가 멋있어 보이던 순간, 그렇게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란 나는 7년 후 혼자 떠난 배낭여행에서 같은 모습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아직도 변함없는 동남아시아 마켓 풍경들, 옛 생각도 나고 흥정하는 재미도 느끼고 현지 느낌 가득 즐길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이다.
조금 더 컸다고 혼자 음료를 주문하기도 했다. 줄을 서며 주문할 메뉴를 웅얼거리며, 뭐라고 말할지 다시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연습했던 나의 모습.
지금은 별거 아니지만 이때는 외국인과 영어로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재밌고 신기했다. 서투른 영어를 뱉으며 무사히 주문한 음료를 받고 나면 뿌듯함이 몰려왔다. ‘드디어 배운 걸 실전에 써먹는구나’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지 하는 자극이 되었던 순간이었달까?
아시아를 벗어나 처음으로 떠난 유럽여행!
크리스마스 시즌에 갔던 터라 마치 내가 크리스마스 영화 속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길거리에서 입맞춤을 나누는 연인들, 야외 한복판에 있는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어린이들. 지금까지 다녀왔던 나라들과 다르게 유럽의 분위기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이렇게 여러 나라를 다니기 시작하며 다른 나라의 궁금증은 더 커져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였을까? 여행하는 삶을 꿈꾸게 된 그 시작이. 어느 새부터 나는 항공 승무원이나 현지 가이드 또는 인솔자, 호텔리어 같은 여행과 관련된 직업을 꿈꾸고 있었다.
확실한 메세지를 주었던 유럽여행, 내가 세계 정복을 꿈꾸게 된 건 아마 이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아직 내 버킷리스트에 있는 유럽 배낭여행, 꼭 다녀오고 말테야! 여름의 유럽도 궁금하지만 겨울 크리스마스 시즌도 다시 느껴보고 싶다. 체코에서 굴뚝빵도 다시 먹고 싶고, 독일의 슈니첼도,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뱅쇼도, 정말 하고 싶은 것 천지 투성이다.
다시 갈 그날을 기다리며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