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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이 Apr 27. 2022

기울어진 운동장

- 기울어진 운동장


가끔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애써 달리는 기분이 들곤 한다. 힘들게 노력하는 것 같은데, 뒤돌아보면 여전히 제자리인 것을 발견할 때 그러하다. 함께 일하는 선배가 지나가는 말로 그동안 돈은 많이 모았냐고 내게 물어왔다. '별로...'라는 짧은 말로 웃어넘겼지만 순간 출근길 포털 메인에서 본 이른 나이에 몇억을 모았다는 사람의 기사가 떠오르며 생각이 길어졌다.


20살 때부터 알바비와 장학금으로 학비를 충당하며 대학을 다녔다. 휴학과 여행은 사치라 생각해 졸업 후 곧장 취업하여 학자금을 갚았고 그 후에는 가계 부채와 할머니의 수술비에 보태기도 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나름대로 열심히 달려왔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이들이 각자의 운동장을 치열하게 달려왔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세상의 시선은 우리의 과정에는 무심하다는 사실이 조금은 씁쓸하게 다가왔다. 보여지는 결과만으로 많은 것이 평가되어 지고 있는것이 주어진 현실이었다.



- 뒤따라 가는 인생


다만 그렇다할지라도, 불평에게 마음 한켠을 쉬이 내어주고 싶지는 않다. 불평등한 시작점에서 앞서 달리는 이들을 뒤따라 간다 할지라도, 괜찮다. 뒤따라 가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불평에 잠식되어 주저앉는 것이다.


불평은 악성 종양과도 같아 내버려 두면 온 몸과 마음을 침범하고 장악하려 든다. 그렇기에 주어진 출발점을 탓하고 싶은 못난 마음이 피어오를 때면 과감하게 도려내야만 한다. 둥지를 틀지 못하도록 열심히 털어내며 씩씩하게 다음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 불평을 도려내는 법


나의 운동장을 넘어서 다른 이의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완만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뒤따라가는 인생이라도 의미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찾게된 불평을 도려내는 방법 중 하나가 기부와 후원이었다. 좋은 집과 멋진 차를 갖고 명품을 두를 순 없지만, 그나마 가진 일부로 이 모든 것 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되었다.


그렇게 작년부터 시작했는데 어제 후원하는 곳에서 봄 같이 어여쁜 아이들의 사진을 보내왔다. 올초에 보낸 알록달록한 봄내의를 입은 작은 천사들이 사진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처럼 작은 사람도 해맑은 아이들의 운동장을 조금이나마 완만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문득 메마른 마음을 적셔왔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자신의 인생만 들여다볼 땐 참된 행복과 의미를 찾기 어렵다. 되려 타인과 비교하며 불평에 빠지기 쉽다. 고개를 들어 다른 이들을 바라보면 그곳에 진정한 가치가 있다. 영영 허망해지지 않을 각자의 참된 의미를 찾아갈 수만 있다면, 다른 이들의 뒷모습만 보며 따라가는 인생일지라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열심히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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