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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Jan 15. 2024

뒷돈 때문에 사업을 포기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담임을 사전에 밝힙니다


작은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이런저런 사업에 열심히 참여 중입니다. 얼마 전 업계 관계자로부터 한 사업을 소개받았습니다.

지자체  사업의 일종인데 지역의 신생 브랜드와 초기부터 협업을 해서 이 브랜드를 커머스 시장에 안착시키고 판매가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지금 가장 주력해서 하는 일이기도 하고 진행하는 사업 중 가장 보람이 있는 일이다 보니 예산을 떠나서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의 성과에 대해 결과 중심으로 소개하고 사업 수주 시 계획에 대해 매우 디테일하게 작성한 제안서를 만들었습니다.  작은 회사다 보니 연혁과 조직도를 추가하며 약간의 민망함과 더 발전해야겠다는 오기가 교차하는 묘한 기분도 느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제안서를 제출하고 아는 분들을 통해 이 사업에 어떤 회사들이 지원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들을 수 있었는데 맥이 탁 풀렸습니다. 경쟁해야 하는 회사들이 하나같이 탄탄하고 훌륭한 회사들이어서 작디작은 제 회사가 명함을 내밀 수 조차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실상 반쯤 포기한 상태에서 다른 일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놀랍게도 해당 사업의 총괄 담당자였습니다. 

"이번 사업의 수행 업체로 선정하고 싶습니다. 제안서도 인상적이었고 계획이 구체적인 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꽤나 예산의 규모가 있는 사업이고 수주 시 올해 회사의 운영비용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에 담당자의 말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다만..."

말을 이어가던 담당자가 머뭇머뭇거리며 말 끝을 흐렸습니다. 예산이 많이 깎이나 보다, 기존에 공지된 사업 외에 추가 업무가 있어서 미안해서 저러나 보다 하며 혼자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민망한 듯 담당자가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사실 이번 사업에 지원한 회사들이 워낙 쟁쟁해서 저희도 고민이 많았는데 제가 특별히 귀사를 많이 밀었습니다. 신생업체이지만 경험이 많으셔서 잘하실 것 같기도 하고 맨파워도 있어 보이고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나 싶을 정도로 의미 없는 말들을 나열하기에 혹시 저희가 특별히 신경 써야 할 것이 있을지 물어보았습니다. 

"사업 예산으로 받으시는 금액 중 10%를 커미션으로 주셨으면 합니다"

너무나도 무덤덤하게 말하는 담당자 덕에 처음에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쉽게 말해 이번 사업을 위해 배정된 예산의 10%을 본인 호주머니에 넣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사업성 등 내부 논의 후 회신을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솔직히 고민이 되었습니다. 10%를 준다 하더라도 사업 진행에 큰 무리는 없고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그 경력을 활용하면 더 많은 사업기회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지자체의 예산은 곧 우리가 내는 세금이고 지금 그 담당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본인 배를 불리겠다고 제안을 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사업 수주에 도움이 되기 위해  담당자와 친분을 유지하고 식사를 대접하는 정도는 해봤지만 이런 제안은 처음이었습니다. 당연히 사업을 하는 입장으로서 도덕적인 것보다 회사의 이익을 최대한 생각하는 것이 맞겠지만 오랜 고민 끝에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 기회를 준 건 고맙지만 이번 사업 수주는 어려울 것 같다고 간단히 전달을 했습니다. 담당자 역시 아쉬운 기색은 없었습니다. 아마 다른 회사에게 또 제안을 하겠지요. 

사업을 하며 예전에는 몰랐던 이런저런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중에는 이번처럼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경험도 있습니다. 조금 더디게 성장하더라도 혹은 마침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당당하게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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