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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Jan 23. 2024

실패하면 경험! 성공하면 쇼호스트 아닙니까!

브런치스토리를 비롯해서 각종 직무 플랫폼 등에 나름 이커머스 관계자로 노출이 되다 보니 여러 경로를 통해 컨설팅 요청을 받곤 합니다. 회사나 공공기관인 경우도 있지만 채용 시즌이 다가오면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는 사회초년생분들의 요청이 많아집니다.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 산업의 전반적인 이야기부터 직무별 취업 전략까지 알고 싶은 내용도 다양합니다. 제가 이 업계에 발을 내디딘 십여 년 전에 정말로 정보가 없어서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며 도움이 될만한 내용은 하나라도 더 알려드리려고 나름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분과 좋은 기회로 전화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이런저런 경험을 하다가 지금은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쇼호스트가 되고 싶은 젊은 분이었습니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관심 있어하던 쇼호스트 내용으로 넘어가니 쉴 새 없이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중 어느 쪽이 더 유망한지, 채널별로 원하는 쇼호스트의 이미지상이 있는지, 지금부터 준비해서 가능성이 정말로 있는지 등등 1분 1초가 아깝다는 듯이 간절한 목소리로 본인의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이커머스와 상관이 없는 다른 일들을 하다가 이제 뛰어들려고 하니 이 산업에 대해 경험이 없고 경험이 없다 보니 정작 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조차 못 잡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익숙한 것을 떠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것은 큰 용기입니다. 그것이 본인의 생계와 커리어가 달린 일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젊디 젊은 청년은 떨리는 목소리로 꼭 해보고 싶다며 뜨거운 열망으로 저에게 하나라도 더 알아내려고 노력 중이었습니다. 이 업계에 먼저 뛰어든 입장에서 뭔가 컨설팅 이상의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지금 생업이 있으신가요?"


"보컬 레슨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용돈벌이 겸 해서요"


"그럼 쇼호스트가 되기 위해서 지금부터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제가 이 분야를 잘 몰라서 무작정 부딪혀 보려고 합니다. 가격이 좀 부담스럽지만 아카데미 수강도 고려하고 있고 시간 날 때마다 커머스 방송들을 보기도 합니다. 라이브커머스 제작사에서 처음부터 배워볼까 생각도 했는데 경험이 없으니 지원을 해도 합격이 되지 않습니다"


뭔가 저는 물론 이 청년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는 제안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제안하는 것이 맞을지 혹은 이 분이 그것을 진지하게 고려나 할지 예측조차 안되었지만 조심히 다시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이 제안을 꼭 수락하라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하는 건 더더욱 아닙니다. 다만 쇼호스트가 되고 싶은 열망이 강하고 이커머스에 대해 배워보고 성장하고 싶다는 말씀을 반복하셔서 제안드립니다"


말을 뱉어놓고 나니 '제안'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마음속으로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제안을 하지 하며 짧은 후회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꺼낸 말은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작지만 이커머스 종합회사 하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쇼호스트 아카데미도 있고 현직 쇼호스트들이 운영하고 있어요. 혹시 정말 이 산업에 대해 알고 싶고 업으로 삼고 싶으시다면 저희 회사에서 일해보시지 않겠어요? 기존에 하시던 보컬 스케줄 보장해 드리고 그 외 시간만 나오셔서 같이 일하시면 됩니다. 당연히 상응하는 급여를 드리고 제가 이커머스 전반적인 레슨을, 쇼호스트들이 공채 레슨을 무료로 해드릴게요. 당연히 큰 회사도 아니고 정규직을 제안드릴 수 없는 것이라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예상대로 짧은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괜한 소리를 했나 걱정이 되려는 순간이었습니다.


"하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하면서 배우고 회사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결연한 목소리에 사실 놀랐습니다. 회사 위치부터 근무 조건 등 상세하게 물어볼 줄 알았는데 저렇게 단번에 결심을 하다니요. 오히려 그런 모습에 제가 그럴 능력은 없지만 더욱 끝까지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출근날 회사 구성원 전원이 모험을 시작한 청년을 따뜻하게 맞았습니다. 이제 출근한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원래 있던 직원처럼 정신없이 열심히 업무를 배우고 수행 중입니다.


회사 자금도 빠듯한데 사람을 그렇게 늘리면 어떻게 하냐고 난감해하던 운영 이사님도 본인 업무를 나눠줄 사람이 생겨 숨통이 트인다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도 가끔 받을 보컬 트레이닝이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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