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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Feb 09. 2024

스튜어디스의 쇼호스트 도전기 -1

최근 모 회사의 방송을 컨설팅하며 아주 열정적인 쇼호스트 한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쇼호스트가 되고 싶어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라이브커머스 영역에서 조금씩 활동을 시작한 분이었는데 방송을 같이 해보니 가끔 발음이 꼬이거나 잠시 멈칫하는 것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컨설팅 기간이 끝나고 마무리를 하는 자리에서 그녀는 저에게 사뭇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저 사실 최종 목표가 홈쇼핑 쇼호스트인데요.. 지금까지 매년 공채에 지원했는데 서류 합격조차 해본 적이 없어서요.. 제가 이제 좀 있으면 30대 초반도 끝나가는 나이라 기회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아요. 염치없지만 컨설팅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가 쇼호스트 출신도 아니고 업계에서 저명인사도 아니기에 컨설팅은 말도 안 되고 작은 도움이라도 될만한 조언들은 가능하니 언제든 연락 달라고 그렇게 자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모 홈쇼핑의 공채가 시작되었다며 다급하게 연락이 왔고 제출할 이력서와 샘플 영상을 받아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이력서를 보니 라이브커머스 경험이 많이 부각되어 있어서 가능하면 적정 수준으로 줄이는 것은 어떤지 제안을 했습니다.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의 방송 진행 방식이라던지 필요로 하는 능력이 조금은 달라서 혹여 회사에서 라이브커머스에 특화되어서 홈쇼핑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해당 홈쇼핑 회사에서 현재 쇼호스트들이 다수 퇴사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어 샘플영상의 상품을 뷰티나 패션보다는 주방이나 생활 쪽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현재 쇼호스트의 공백이 생긴 만큼 키울 수 있는 쇼호스트보다는 즉시전력감인 쇼호스트를 찾을 것이고 신입들이 많이 투입되는 뷰티나 패션보다는 주방이나 생활 쪽에서 본인을 어필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대망의 서류합격 발표날. 그녀는 처음으로 메이저 홈쇼핑 서류 합격이 되었다며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습니다. 꼭 제가 이런저런 도움을 줘서 합격한 건 아니겠지만 저 역시 기분이 좋았습니다.


기쁨도 잠시, 바로 1차 면접 및 카메라 테스트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간단한 질문들과 자기소개와 피티로 구성되어 있는 1차 면접은 홈쇼핑에 적합한 자질과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면접관들이 실제로 지원자를 보며 판단하는 단계였습니다.


키와 비주얼 측면에서 부족한 점은 없었지만 해당 홈쇼핑이 선호하는 이미지를 사전에 파악하고 그에 맞추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꾸준히 정보를 업데이트하던 회사라 어떤 이미지의 쇼호스트를 선호하는지 알고 있었고 그녀에게 그에 맞게 당일 메이크업과 의상을 준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머리를 묶고 안 묶고 이미지가 확연히 다를 수 있도록 스타일링도 점검했습니다.

 

피티는 다른 그 어떤 것보다 대처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실수가 나왔을 때 어떻게 유연하게 대처할지 몇 가지 상황을 만들고 반복해서 연습을 했습니다.


밝은 목소리로 곧 회사에 도착한다고 이야기했던 그녀는 1차 면접이 끝나고 풀이 죽은 목소리로 전화가 왔습니다.


"질문은 4개 정도 받았고 진짜 머리 묶어보라 그래서 연습한 대로 해봤어요. 쇼호스트 경력도 아카데미와 라이브커머스 경험을 적절하게 섞어서 답했고요. 근데.. 피티 할 때 하필 마지막에 삑사리가 나서.. 프로페셔널하게 보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큰일이었습니다. 말로 먹고사는 직업을 가질 사람이 말이 꼬이거나 논리적인 멘트가 안 되는 모습을 면접관들에게 보여줬다면 그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치명적인 실수인 것입니다.


절망적인 강점이 들었지만 그녀에게 내색하지 않고 다시 차분하게 물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실수를 하신 건가요?"


어떻게 실수를 했는지 듣고 거기서 한줄기 희망이나마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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